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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재도약 기업⑤]두산, 구조조정·사업매각 통해 '재비상' 발판

등록 2016.06.27 12:52:45수정 2016.12.28 17: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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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두산그룹 CI

【서울=뉴시스】 두산그룹 CI

두산重·밥캣 부진으로 그룹 전반 유동성 부족 문제 야기 강력하고 선제적인 구조조정 통해 지속적으로 몸집 축소 과감한 사업 매각 등 선택과 집중 전략 통해 유동성 확보

【서울=뉴시스】한상연 기자 = 그룹 전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빠졌던 두산그룹이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했던 데는 무엇보다 과감한 몸집 줄이기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선택과 집중하겠다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중공업·건설 등 계열사 부실

 두산그룹의 위기는 두산중공업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제일 큰 만큼 두산중공업에 불어 닥친 위기는 곧 그룹의 위기로 이어졌다.

 두산중공업은 해외 플랜트에서만큼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국내 기업 간 벌어진 저가 수주 등 출혈 경쟁 양상이 심화되며 직격탄을 맞았다.

 20조원을 상회하던 두산중공업의 매출(연결기준)은 2013년 19조원, 2014년 18조원, 지난해에는 16조원까지 주저앉았다. 영업이익은 2013년 1조원을 육박하던 것이 지난해에는 600억원으로 급감했다.

 재무 상황은 말도 못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됐다. 심지어 당장 회사가 망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내부에서부터 나올 정도였다.

 올 초까지만 해도 회사 내부에서는 "6월까지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가 약 2000억원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도 갚을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위기상황이 팽배했다.

 두산그룹은 정점에 있는 두산중공업 위기는 곧 그룹 전체 위기로 이어진다는 판다아래 강력하고도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군살을 빼나가는 작업에 돌입했다.

 실제 두산중공업은 2013년말 기준 8428명이던 전체 직원수(정규직·계약직)는 이듬해 8178명, 지난해 7779명으로 2년 새 649명(7.7%)가 감소했다.

 이런 노력 속에 그간 대규모 신규 수주가 없어 울상 짓던 두산중공업은 올해만큼은 예년과 달리 자신감에 차있는 모습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연결기준)약 26조6000억원과는 별도로 올해만 약 11조원에 달하는 신규 수주가 가능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치를 내놓았다.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현재 해외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중공업은 이를 바탕으로 올해 매출액은 전년과 큰 차이 없는 16조1700억원을 예상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1조1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산건설의 부실도 그룹 전반의 재무건전성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두산건설은 경기불황과 수주 악화 등으로 2011년 3087억원의 적자를 시작으로 2012년 4491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두산그룹은 2013년 약 1조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통해 두산건설을 지원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대규모 지원사격 후 두산건설은 2013년 64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 이듬해에는 1384억원으로 흑자 폭을 늘리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천덕꾸러기에서 신의 한 수 된 '밥캣'

 사실 두산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데는 밥캣(현재 두산밥캣) 인수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

【서울=뉴시스】 두산중공업 발전플랜트

【서울=뉴시스】 두산중공업 발전플랜트

 두산그룹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2007년 소형건설장비 세계시장 1위 업체 밥캣을 인수했다.

 밥캣 인수에는 약 49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소요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중 90%는 대출을 통해 조달했던 터라 매년 갚아야 할 이자만 해도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그룹 계열사 한 직원은 "밥캣 인수에 나서며 그룹 전체가 휘청거릴 정도였다"라며 "당시 내부에서도 밥캣 인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더구나 인수 직후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며 그 해와 이듬해까지 2년간 1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추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밥캣은 이제는 그룹 내에서 돈 벌어다주는 어엿한 효자로 거듭났다. 때문에 신의 한 수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매출 4조408억원, 영업이익 385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과거 밥캣 인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가장 중요한 회사가 됐다"라고 말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선택과 집중'

 두산그룹은 강력한 구조조정과 함께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회사와 사업부문, 투자 등을 과감히 처분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며 그룹 전반에 불어 닥친 재무위기를 타개해 나가고 있다.

 올 초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매각이 이 작업의 실질적인 시발점이 됐다.

 ㈜두산 자회사 DIP홀딩스는 지난 1월11일 보유하고 있는 KAI 지분 487만주 전량을 해외투자자에게 3046억원에 매각했다. 이를 통해 약 2500억원에 달하는 매각 차익을 올리기도 했다.

 뒤이어 몇 년간 골치를 썩여온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가 그나마 돈을 벌어오던 사업 부문을 매각하기로 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본격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난해 말 기준 두산인프라코어 사업 중 공작기계 부문은 전체 영업이익 3255억원의 30% 수준인 102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알짜 사업이다.

 그러나 두산그룹은 공작기계 매각을 과감히 밀어부쳤고, 올 3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1조1300억원을 받고 팔았다. 이를 통해 인프라코어의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267%에서 203%로 크게 낮아졌다.

 두산그룹은 이후로도 꾸준히 사업 정리를 하며 재무건전성을 높여갔다.

 지난 달 말에는 DIP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던 방산업체 두산DST 지분 51%를 한화테크윈에 3588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또 이달 초에는 두산건설 화공플랜트사업(CPE)을 구조조정 전문회사인 DIP홀딩스에 1172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DIP홀딩스는 이른 시일 안에 수익성 개선과 경쟁력 회복 등을 통해 경영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두산은 이 같은 뼈를 깎는 자구 노력으로 약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했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그룹 전반의 재무 건전성을 돌파하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 단계였다"라며 "지난해 강력하고 선제저인 구조조정으로 파열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최근 조선·해운·중공업 등이 겪고 있는 문제들에서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서 지난 1분기 그룹 전반의 실적이 나아지는 모습이 나타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발견되고 있다"라며 "앞으로는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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