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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베네수엘라 생필품 암시장 가격 1000% 폭등

등록 2016.06.29 17:28:25수정 2016.12.28 17: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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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카스=AP/뉴시스】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 있는 한 시장의 쓰레기장에서 지난 5월 31일(현지시간) 주민들이 먹을 만한 과일이나 야채를 찾고 있다. 2016.06.08

【카라카스=AP/뉴시스】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 있는 한 시장의 쓰레기장에서 지난 5월 31일(현지시간) 주민들이 먹을 만한 과일이나 야채를 찾고 있다. 2016.06.08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베네수엘라에서 살벌한 ‘식료품 구입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당장 먹을 음식과 생필품 부족에 직면한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슈퍼마켓에 난입해 물건을 약탈하고 있다. 지나가는 식품 운송 차량을 탈취하는 사건도 벌어지고 있다.

 일부 부유층들은 아마존 등 온라인 쇼핑몰과 국제 택배회사를 이용해 미국으로부터 밀가루와 설탕, 휴지 등 생필품들을 들여오고 있다. 거리로 몰려나온 성난 시민들은 치솟는 물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의 식량난이 심화되면서 재난 수준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그 실상을 전했다.

 ◇ 가로수 열매 따먹으면서 굶주림 달래

 굶주린 이들은 가로수로 심은 망고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거나 길거리의 개와 고양이, 비둘기를 사냥하고 있다.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이들도 허다하다. 코카콜라 베네수엘라 공장은 설탕이 떨어져 콜라 생산을 중단했다. 베네수엘라 맥주회사는 보리 부족으로 맥주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생필품의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전기 부족으로 100개 이상의 쇼핑몰들이 문을 닫는 사태마저 벌어졌다. 올해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은 700%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수도인 카라카스 시내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들은 빵가게와 슈퍼마켓 등을 터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시내 곳곳에 군인들이 삼엄한 경계를 하고 있지만 당장 연명을 위한 식료품 확보에 나선 군중들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슬로모션으로 진행돼온 식료품 확보 전쟁은 점점 다급하고 위험스런 국면으로 전환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원유 매장량 세계1위를 자랑하는 산유국이지만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저유가와 이에 따른 경제위기에 극심한 정정혼란까지 겹치면서 재난 수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보고타=AP/뉴시스】콜롬비아 보고타에 거주하는 베네수엘라인 부부가 19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구조' 캠페인에 동참해 의약품을 기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경제난과 정치불안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국민들이 식량부족, 의약품 부족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2016.05.20

【보고타=AP/뉴시스】콜롬비아 보고타에 거주하는 베네수엘라인 부부가 19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구조' 캠페인에 동참해 의약품을 기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경제난과 정치불안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국민들이 식량부족, 의약품 부족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2016.05.20

 ◇ 마두로 대통령, 대법원에 의회해산 요청 검토

 정치 혼란도 갈수록 통제 불능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우파 야권연대인 민주연합회(MUD)는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총 167석 중 112석을 차지하면서 절대과반을 확보했다. MUD는 지난달 2일 185만 명의 서명을 받은 마두로 국민소환 투표 청원서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마두로 대통령은 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의회 해산을 대법원에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집권 여당인 연합사회당(PSUV)의 디달코 볼리바르 대변인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에 의회 해산을 요청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볼리바르는 야당 의원들에게는 권력 남용, 반역, 헌법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남미 최대 산유국, 이젠 남미 최대 암시장으로 전락

 남미 최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이제 남미 최대 암시장으로 전락했다. 남미 좌파를 대표하던 우고 차베스 대통령(1999년 2월~2013년 3월) 시절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풍부한 오일 달러를 바탕으로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 등 각종 복지혜택을 누렸다. 그러나 이제 암시장에서 비싼 값을 치르지 않으면 생필품을 구할 수 없는 최악의 경제난을 직면하고 있다.

 암시장에서 식료품 가격은 정부고시가 보다 1000%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시몬 볼리바르 대학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87%는 식료품을 살 돈이 부족하다고 대답했다.

 체제 전복 위기를 맞은 마두로 대통령은 잇달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있다. 지난 1월 60일 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던 그는 지난달 14일 또 다시 60일 간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대통령이 의회 동의 없이 입법권을 행사하고 세금 인상과 식량 수입 등 각종 비상조치를 취할 수 있는 조치였다.

【카라카스=AP/뉴시스】극심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일부 주민들이 굶주림을 해소하기 위해 개, 고양이를 잡아먹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USA투데이가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카라카스에서 한 여성이 "베네수엘라에는 아무 것도 없다"란 문장이 적힌 종이를 들고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6.05.19

【카라카스=AP/뉴시스】극심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일부 주민들이 굶주림을 해소하기 위해 개, 고양이를 잡아먹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USA투데이가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카라카스에서 한 여성이 "베네수엘라에는 아무 것도 없다"란 문장이 적힌 종이를 들고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6.05.19

 마두로 대통령은 당시 미국이 ‘베네수엘라 파시스트 세력’의 요청을 받고 베네수엘라의 안정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에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주장했다.

 ◇ 부자들은 온라인 쇼핑 통해 생필품 조달

 카라카스에서 택배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소라야 세디요는 “우리 회사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중 70%는 미국에 살고 있는 베네수엘라 사람들”이라며 “이들은 고국의 가족과 친지들에게 옥수수 가루와 설탕, 전지분유, 화장지 등 생필품을 보내오고 있다”고 말했다.

 치과의사인 마리아 로드리게스는 두 달 전부터 아마존 온라인 쇼핑을 통해 전지분유와 설탕, 빵 등을 외국에서 주문하고 있다. 로드리게스는 “아마존을 통해 식량을 주문하고 있다. 미국 택배회사가 집 앞까지 물건을 배달해 준다”라고 말했다.

 카라카스 슈퍼마켓 앞에는 긴 장사진이 펼쳐지고 있다. 국영 슈퍼마켓인  ‘플랜 수아레스’ 앞에는 생필품을 구입하기 위한 시민들 수백 명이 늘어서 있다. 정부 관리들은 줄을 서 있는 사람들에게 정부 발급 순번표를 나눠주면서 사람들을 돌려보내려고 하지만 좀체 줄은 줄어들지를 않고 있다.  

 9살 난 딸과 함께 슈퍼마켓 앞에 서 있던 요릴레이 라모스(51)는 “우리는 오늘 어떤 물건이 들어올 지도 모른 채 줄을 서 있다. 아이들이 배가 고프다면서 울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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