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국제

두테르테 '마약과의 전쟁'에 5살소녀 애꿎은 죽음

등록 2016.08.26 22:48:44수정 2016.12.28 17:33:5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의 26일 보도에 따르면 다섯 살짜리 어린 소녀인 다니카 메이(Danica May)가 지난 23일 마닐라 북부 다구판 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갑자기 들이닥친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난사한 총에 맞아 숨졌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취임과 함께 시작한 ‘마약과의 전쟁’에서 살해된 1900여 명 중 최연소 희생자다. <출처: 시드니모닝헤럴드> 2016.08.26.

【서울=뉴시스】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의 26일 보도에 따르면 다섯 살짜리 어린 소녀인 다니카 메이(Danica May)가 지난 23일 마닐라 북부 다구판 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갑자기 들이닥친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난사한 총에 맞아 숨졌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취임과 함께 시작한 ‘마약과의 전쟁’에서 살해된 1900여 명 중 최연소 희생자다. <출처: 시드니모닝헤럴드> 2016.08.26.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로드리고 두테르트 필리핀 대통령이 벌이고 있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5살짜리 어린 소녀가 목숨을 잃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취임과 함께 시작한 ‘마약과의 전쟁’에서 살해된 1900여 명 중 최연소 희생자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 용의자는 죽여도 좋다”는 초법적인 지시를 내린 이후 필리핀 경찰과 자경단 등은 사법적 절차 없이 마약 용의자들을 마구잡이로 살해하고 있다.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의 26일 보도에 따르면 다섯 살짜리 어린 소녀인 다니카 메이(Danica May)가 지난 23일 마닐라 북부 다구판 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갑자기 들이닥친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난사한 총에 맞아 숨졌다.

 이날 괴한들이 노린 것은 다 다니카의 할아버지 막시모 가르시아였다. 누군가가 경찰에게 가르시아가 과거에 마약 거래를 한다는 밀고를 했던 것이다. 그러나 가르시아는 여러 해 전 이미 마약에서 손을 뗀 뒤 삼륜오토바이 운전을 하면서 착실하게 살고 있었다. 더군다나 3년 전 뇌졸중을 앓고 난 이후 마약 일을 할 수도 없었다.

 가르시아는 자신이 경찰의 마약 용의자 리스트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는 자수를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자수를 하지 않는 마약범들은 사살을 해도 좋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경찰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났다.

 그러나 사흘 뒤 괴한들이 총을 쏘면서 가르시아 가족들이 사는 작은 오두막에 들이닥쳤다. 가르시아는 뒷문으로 몸을 피하다가 총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어린 다니카는 복부에 총을 맞은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을 거두고 말았다.

 가르시아의 부인 젬마는 자신의 남편을 죽이려고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다니카의 마사지를 받으면서 잠들고는 했다. 그런 밤들이 그리울 것이다. 다니카의 웃음이 그립다”라고 울먹였다.

【다바오=AP/뉴시스】막말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자신의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해 유엔의 인권 문제 지적에 반발하며 유엔을 탈퇴할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그가 지난 8월17일 마닐라에 있는 경찰청에서 열린 115회 경찰 창설 기념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2016.08.22.

【다바오=AP/뉴시스】막말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자신의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해 유엔의 인권 문제 지적에 반발하며 유엔을 탈퇴할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그가 지난 8월17일 마닐라에 있는 경찰청에서 열린 115회 경찰 창설 기념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2016.08.22.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60만 명 이상의 마약용의자들이 자수를 했다. 그렇지 않아도 붐비던 필리핀의 교도소는 마약용의자들로 넘쳐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처럼 사법 절차를 무시한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음에도 그의 지지율은 90%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여론조사 업체 펄스 아시아의 7월 초 조사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91%에 달했다. 그를 불신한다는 응답은 0.2%에 그쳤다. 나머지 약 8%는 응답을 거부했다. 국민들이 그동안 아시아 최고를 자랑하는 필리핀의 범죄율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필리핀 대통령실은 지난 달 필리핀국가경찰(PNP)의 자료를 인용해 두테르테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범죄율이 13% 줄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22일 필리핀 상원 ‘마약과의 전쟁 청문회’에 출석한 로널드 델라로사 경찰청장은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7월 1일부터 50여 일간 마약 용의자 1779명이 사살됐다고 밝혔다. 델라로사 경찰청장은 이 중 712명은 경찰 단속 과정에서 사살됐으며 나머지는 자경단의 총에 맞아 죽는 등 상황을 파악할 수 없는 경우였다고 보고했다.

 델라로사 경찰청장은 자위권 행사를 넘어선 경찰의 총기 사용은 허용되지 않는다면서 그런 경우가 있다면 조사해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경단의 마약 용의자 사살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두테르테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에 의한 초법적 인명 살상은 인권단체들과 가톨릭교회 등의 분노를 사고 있다. 미국과 유엔 등의 인권전문가들도 필리핀 정부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마닐라=AP/뉴시스】필리핀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27일 마닐라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2016.07.27

【마닐라=AP/뉴시스】필리핀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27일 마닐라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2016.07.27

 청문회를 이끌고 있는 필리핀 상원 법사위원회 소속의 레일라 데 리마 상원의원은 ‘마약과의 전쟁’을 기화로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는 사법당국과 자경단원들의 살상행위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마약과의 전쟁’ 청문회에 참여하고 있는 안토니오 트릴라네스(Antonio Trillanes IV) 상원의원은 델라로사 경찰청장에게 마약 용의자를 살해하는 행위를 막지 못하는 이유를 추궁하면서 “이건 무정부상태나 마찬가지다. 당신이 지켜보는 가운데 계속되고 있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트릴라네스 상원의원은 경찰의 초법적 살해행위는 형사 처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상원청문회 증언대에 선 하라 베로리오(Harra Besorio)는 지난 달 집으로 들이닥친 경찰이 자신의 동거남과 시아버지를 두들겨 팬 뒤 영장도 없이 경찰서 마약 단속반으로 끌고 가 처형했다고 말했다.

 베로리오는 자신의 동거남과 시아버지가 2015년 마약을 팔다가 체포됐지만, 경찰관에게 뇌물을 주고 풀려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베로리오는 경찰이 집에서 동거남과 시아버지를 체포할 때 두 살짜리 딸 아이의 속옷까지 벗기고 몸수색을 하는 바람에 아이가 크게 놀랐다고 분노했다.

메리 로즈 아키노라는 여성은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자신의 부모가 경찰관의 마약을 팔아주는 일을 하다고 죽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경찰이 압수한 마약을 폐기하지 않고 자신의 부모에게 이를 파는 일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

구독
구독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