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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클린턴의 FTA 행보 "오락가락 꼬이네"

등록 2016.09.29 19:23:26수정 2016.12.28 17: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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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헴스테드=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현지시간) 뉴욕주 헴스테드의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첫 TV 토론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2016.09.27

【헴스테드=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현지시간) 뉴욕주 헴스테드의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첫 TV 토론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2016.09.27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지난 26일 열린 미국 대통령 후보 1차 TV토론에서 경쟁자인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에게 약점을 노출한 부분이 있다면 무역과 관련된 분야였다.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관련한 클린턴의 오락가락 행보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클린턴이 무역통상문제에서 그동안 보였던 오락가락 행보로 인해 곤혹스런 입장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도했다. 퍼스트레이디 시절 남편 빌 클린턴 대통령의 손으로 서명한 NAFTA와 자신이 국무장관으로 일하던 시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기 시작한 TPP와 관련해 일관되지 못한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지난 1차 대선토론에서 “당신의 남편이 NAFTA에 서명을 했다. 미국 제조업계에 발생한 사상 최악의 일 중 하나였다”라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이어 “이제 당신은 TPP를 승인하려고 한다. 당신은 완전히 TPP를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당신은 내가 TPP가 얼마나 나쁜 것인지 비난하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말을 들은 뒤 TPP 반대 입장으로 선회했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올해 미국대통령 선거에서 자유무역협정 문제는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였다.  트럼프와 클린턴은 모두 펜실베이니아와 오하이오 주 등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지역에 사는 노동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NAFTA와 TPP 등 기존의 국제무역협정들을 철회하거나 재협상하겠다는 주장들을 내놓고 있다.

 국제무역협정에 따른 자유무역으로 인해 국경이 열리고, 중국산 등 값싼 외국제품들이 미국시장으로 밀려들어오면서 미국의 제조업이 해외로 이전하거나 망하고, 결국 미국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국제무역협정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상승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유권자들 사이에 자유무역통상에 대한 지지가 오르고 있다.

 클린턴은 과거 25년 동안 무역과 관련해 오락가락 다양한 처신을 취해왔다. 클린턴은 1992년부터 6년간 월마트 이사회 멤버로 활동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클린턴은 이밖에도 월가로부터의 고액 강연료 및 후원금 때문에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그런 반면 그는 세계화를 반대하는 집회에서 환영받을 만한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 1999년 프랑스 파리의 한 연설에서 클린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시장 질서의 축으로 탄생한 브레튼 우즈 체제 하의 ‘금융 구조(financial architecture)’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이제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 세계 자본주의의 폐해를 막아낼 수 있는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었다.

 클린턴 측근들은 그가 무역문제에 있어서는 빌 클린턴 대통령에 비해 훨씬 조심스런 행보를 보여왔다고 말하고 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무역문제에 관해서 힐러리는 빌이 아니다. 이건 내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요즘 힐러리가 말하는 내용들은 내가 지난 수십 년 동안 들어온 힐러리 클린턴의 평소 주장들과 좀 더 일관성 있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지난 1992년 빌이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 힐러리는 선거캠프 내에서는 NAFTA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빌 진영의 선거전략가였던 폴 베갈라는 “1992년 당시 보좌진들 사이에서 힐러리는 NAFTA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취하는 쪽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힐러리는은 퍼스트레이디와 상원의원의 자리에 오르면서 NAFTA를 지지하는 입장으로 선회하게 된다. 지난 1996년 그는 “NAFTA가 점점 그 가치를 입증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클린턴은 그러나 이번 대선전에 뛰어든 이후 자신이 이제까지 10여년 이상 지지해왔던 NAFTA에 문제가 있으며 이에 대한 재협상을 벌이겠다고 약속했다.

 클린턴은 TPP와 관련해서도 유사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클린턴은 지난 8월 경제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나는 TPP에 반대하고 있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반대할 것이고, 대통령으로서도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클린턴은 국무장관 시절 TPP를 “최첨단(cutting edge)”, “황금 스탠다드(gold standard)”라고 극찬했었다. 1차 토론에서 트럼프는 TPP문제에 대해 힐러리가 발언하는 동안 "당신이 황금스탠다드라고 했다"고 여러번 외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백악관을 떠나기 전 TPP 비준을 마무리하겠다면서 밀어붙이고 있다. 트럼프는 클린턴이 언제라도 다시 TPP와 관련된 입장을 바꿀 수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

 워싱턴에서는 만일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중 TPP 비준에 실패한다면 클린턴이 백악관으로 들어가더라도 TPP카드를 살려내기 위해 달려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을 지낸 미키 캔터는 클린턴이 다시 TPP 카드를 꺼내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은 역사상 단 한 번도 우리가 협상을 한 무역협정을 비준하지 않은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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