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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 핫이슈]두테르테, 美과 결별 선언… 中과 '신 밀월시대'

등록 2016.10.22 07:00:00수정 2016.12.28 17: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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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신화/뉴시스】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악수하고 있다. 2016.10.20 

【베이징=신화/뉴시스】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악수하고 있다. 2016.10.20

【서울=뉴시스】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에 이별을 고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친중반미 행보에 아시아 외교 지형의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18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19일 베이징에서 필리핀 교민을 만난 자리에서 "이제 미국에 결별을 고할 때"라며 "더 이상 미국의 간섭도, 미국의 군사훈련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70년 전통 우방인 미국을 향해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나는 더 이상 미국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 가면 우리는 그저 모욕이나 당하고 말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게 되면 "이 세상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사람은 나와 푸틴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세 명밖에 없다고 말하겠다"며 중국을 넘어 러시아까지 포섭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미국은 당혹감을 드러냈다. 미 국무부 존 커비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필리핀 정부로부터 양자 협력관계를 변경할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요청받지 못했다"며 "두테르테 대통령의 미국 결별 선언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국의 상호방위협정 준수는 바위처럼 단단하다"며 "우리는 필리핀과의 동맹관계가 굳건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진전시켜 나갈 것이라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AP/뉴시스】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2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나란히 서 있다. 2016.10.20

【베이징=AP/뉴시스】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2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나란히 서 있다. 2016.10.20

 미국은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필리핀에 급파했다. 커비 대변인은 "이번 주말, 러셀 차관보가 필리핀 정부 인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며 "러셀 차관보의 여행은 오래 전에 예정된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나 행동으로 인해 다급하게 잡힌 것은 아니다. 결별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더 나은 설명을 듣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내고, 양국 간 관계 개선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1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겨울이 가까워지는 시기에 베이징에 왔지만 양국 관계는 봄날"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도 "양국은 바다를 사이에 둔 이웃 국가로 두 나라 국민은 형제"라고 친밀감을 과시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에 관해선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시 주석이 직접 이 문제를 꺼내는 것을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수년간 소송전을 벌이며 갈등을 빚어온 양국 간 관계 개선이 숨통이 트이게 됐다.

【베이징=신화/뉴시스】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기 전 환영 나온 어린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2016.10.20

【베이징=신화/뉴시스】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기 전 환영 나온 어린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2016.10.20

 시 주석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의 틀 내에서 필리핀과의 협력을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양국 간 인프라 협력 확대 의지도 밝혔다. 이어 "중국은 필리핀 경제 발전을 위한 중국 기업들의 투자를 장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상회담 후 양국은 필리핀 고속철 사업을 비롯한 인프라, 에너지, 미디어, 검역, 관광, 마약 퇴치, 금융, 통신, 해양경찰, 농업 등 총 13건의 협정문에 서명했다. 구체적인 투자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방중 기간 권력 서열 2위와 3위인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를 만났다. 장가오리(張高麗) 부총리와도 경제 포럼을 가졌다. 중국 최고지도부 7명 가운데 4명이 두테르테 대통령을 만나는 파격적인 예우를 한 것이다. 또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은 인민대회당 광장에서 21발의 예포 발사와 3군 의장대 사열을 포함해 두테르테 대통령을 미국 정상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극진히 예우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친(親) 중국 행보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판도 변화는 물론, 아시아·태평양에서의 외교 지형의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20일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국 정상회담은 오랫동안 이어져온 전략적 동맹관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사건이 될 수 있다"면서 "중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미국의 노력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을 둘러싼 미국과 필리핀의 갈등이 본격적인 '피봇 투 차이나'(중국으로의 중심축 이동)로 불똥이 튄 격이라고 보도했다. FT는 그러면서 두테르테 대통령의 줄타기 외교 행보가 필리핀은 물론 주변국들까지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면서 중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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