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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재훈의 더블데이트]'15년 단짝' 홍향기 & 최영규 "마침내 호두까기 인형"

등록 2016.12.21 13:45:24수정 2017.11.14 11:2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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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발레 '호두까기인형' 홍향기(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 객원 최영규(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Universal Ballet)

【서울=뉴시스】발레 '호두까기인형' 홍향기(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 객원 최영규(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Universal Ballet)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몇시간 전만 해도 장난스럽게 서로를 바라보던 눈빛이 그윽하고 사랑스럽게 변모했다. 20일 저녁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펼쳐진 유니버설발레단(UBC) 발레 '호두까기 인형'에서 '클라라'와 '호두 왕자'로 호흡을 맞춘 홍향기(26)와 최영규(25)다. 

 각자 초등학교 3학년 때와 2학년 때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영재교육원에서 만난 사이니 벌써 15년 째 인연을 이어온 '절친'이다.

 선화예중, 한예종 무용원도 함께 다닌 홍향기(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와 최영규(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는 현재 소속이 다르지만 여전히 연락을 주고 받으며 고민을 나눈다. 이날 공연 직전 만난 두 사람은 종종 짓굳은 농담과 함께 서로에 대해 살가운 애정을 드러냈다.  

 최영규는 "향기 누나는 무엇보다 착해요. 그리고 무용에 대한 열정이 둘이 비슷해 금방 친해졌죠. 장난도 많이 치고요"라고 웃었다.

 무대 위 카리스마 넘치는 인상이지만 무대 위에서는 넉살 많고 인상 좋은 최영규가 웃으며 말했다. 홍향기는 "동생이지만 성숙하고 생각이 많아서 오빠같다"고 화답했다. 최영규가 예상보다 귀엽다는 주변 반응에 그녀는 "그건 제 입으로 말하기 힘들다"고 눙친다.

 이번 무대는 홍향기의 주선으로 성사됐다. 최영규는 이번 '호두까기 인형'에 객원으로 참여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활약해온 최영규는 이날이 국내 전막 발레 데뷔 무대였다. 

 "워낙 뛰어난 친구라 예전부터 한국 무대에 함께 하고 싶었어요. 영규 뿐 아니라 영규와 절친한 (스페인 국립무용단 솔리스트인) 박예지도요. 둘이 영상을 올린 걸 봤는데, 둘이 호흡이 잘 맞으니 (남녀주역이 알콩달콩하는 유쾌한 분위기의) 돈키호테를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던 중에 저와 '호두까기 인형'을 하게 된 거죠." 

【서울=뉴시스】발레 '호두까기인형' 홍향기(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 객원 최영규(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Universal Ballet)

【서울=뉴시스】발레 '호두까기인형' 홍향기(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 객원 최영규(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Universal Ballet)

최영규는 홍향기와 유니버설발레단의 초대에 흔쾌히 응했다. 연말 빠듯한 스케줄을 자랑하는 네덜란드 국립발레단도 떠오르는 무용수의 고국 무대를 위한 시간을 빼줬다. 그는 "무조건 하고 싶었다"고 싱글벙글이다.

 두 사람이 전막 발레에 파트너로 함께 출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너무 절친한 사이라 홍향기는 "파트너랑 눈을 마주치는 걸 좋아하는데 연습 때 영규랑 그것이 너무 어색했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최영규 역시 옆에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이내 둘은 누구보다 최고의 파트너가 됐다. "연습을 할수록 누구보다도 편했어요. 생각보다 부끄럽거나 오글거리지도 않았고요. '돈키호테'도 좋고 (애절한 사랑이야기인) '지젤'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호호."(홍향기)

 '호두까기 인형'은 발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콤비로 통하는 러시아 작곡가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1840~1893)와 러시아 무용가 마리우스 프티파(1819~1910)가 탄생시킨 고전발레의 대표작이다. 독일 작가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인형과 생쥐 왕'이 바탕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은 마린스키 스타일의 바실리 바이노넨(1901~1964) 버전을 기반으로, 올레그 비노그라도프의 연출과 3대 예술감독 로이 토비아스(1927~2006)와 현 예술감독 유병헌의 개정 안무로 공연한다. 1986년 국내 초연 후 30년째 연속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두 사람의 '호두까기 인형'에 대한 첫 경험 역시 유니버설발레단 무대다. "선화중 다닐 때 프리츠 역할을 맡았어요. (호두까기 인형의 목을 부러뜨리는) 악동 역할이었죠. 하하. 13년 만에 왕자 역으로 무대에 섰는데 스태프 분들은 그대로 계세요. 정말 감회가 남달랐죠. 뿌듯해하셔서 감사한 마음도 크고요."

【서울=뉴시스】발레 '호두까기인형' 홍향기(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 객원 최영규(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Universal Ballet)

【서울=뉴시스】발레 '호두까기인형' 홍향기(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 객원 최영규(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Universal Ballet)

"저도 영규처럼 감회가 남달라요. 중 1때 바로 이 무대에서 어린 클라라를 연기했죠. 이후 어른이 돼 이번이 네 번째 클라라를 맡는 건데 영규랑 하니 또 색다르네요. 호호."

 최영규와 홍향기는 올해 더 주목 받은 젊은 무용수이기도 하다. 최영규는 유럽의 주요 발레단 중 한 곳인 네덜란드 발레단에 입단한 지 4년6개월 만인 올해 초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홍향기는 한국발레협회가 올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한 여성무용수를 선정하는 프리마발레리나상에 뽑혔다.

 최고의 한해였지만 그에 따른 반대급부로 인해 두 사람 모두 고민도 컸다.

 "승급이 막 됐을 때는 부담이 없었어요. 근데 점점 주역으로서 책임감이 생기면서 '좋은 공연'에 대한 고민이 더 생셨죠. 그래서 하는 여러 시도에 대해 스트레스도 받고요."(최영규)

 "올해 시작은 좋았어요. 그런데 '로미오와 줄리엣'을 할 때 한달 가량 병가를 냈어요. 많은 역할을 맡다 보니 몸에 무리가 왔나 봐요. 쉬는 동안 굉장히 힘들었죠."(홍향기) 

 하지만 특유의 긍정과 열정이 넘치는 이 전도유망한 무용수들은 이내 힘을 다시 냈다. "그런데 그 스트레스로 인해 배우는 것이 더 크더라고요.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마음도 편해졌죠. 주역으로 계속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죠."(최영규)

【서울=뉴시스】발레 '호두까기인형' 최영규(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Universal Ballet)

【서울=뉴시스】발레 '호두까기인형' 최영규(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Universal Ballet)

홍향기는 특히 최영규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힘든 시기가 '호두까기 인형'이 확정될 쯤이었어요. 그러니 마음이 조급해졌죠. 빨리 털고 일어나야 하니까요. 근데 그 때 영규가 '조급해 하지 말자'고 메시지를 줬어요. 제게는 멘토와 같은 친구에요. 호호."

 동생임에도 거리낌 없이 최영규를 존중하는, 열린 마음이 인상적이다. "영규가 저보다 프로 생활을 먼저 했고, 수석무용수이기도 하고. 원래부터 존중하는 무용수라, 공연하기 전 먼저 전화를 해서 물어봐요. 호호. 덕분에 복귀 잘 했고 지금은 몸 걱정은 전혀 없어요." 최영규는 "무용이나 생각이나 마음 쓰는 것이나 리스펙트를 할 수밖에 없는 누나"라고 미소지었다.

 상대방의 무용하는 모습을 오랜만에 봤다는 두 사람은 서로 훌쩍 성숙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뿌듯했다고 즐거워했다. 

 "누나가 아티스트가 됐어요. 심적으로도 예술가로서 발전을 한 것이 느껴져요. 춤을 함께 추면서 내내 그런 부분이 와 닿더라고요."(최영규)

 한참을 곰곰이 생각하던 홍향기는 "얼굴"이라고 웃었다. "원래부터 성숙하고 매너가 좋아서 친한 누나들도 많고 여자들한테도 인기가 많았어요. 더 멋있어진 거죠. 게다가 외국 생활을 하면서 마인드 자체가 긍정적으로 변했어요. 암스테르담이 우울한 도시라 생각했는데, 그곳에서 홀로 생활함에도 밝아지고 적극적으로 성장한 영규를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죠."

 의심할 여지 없이 언제나 감동과 즐거움을 안기는 '호두까기 인형'이지만 최영규와 홍향기가 호흡을 맞춘 이날 공연은 더 완벽했다. 최영규의 점프는 놀랄 정도로 안정적이었고 몸 자체의 탄성력이 대단했다. 홍향기 역시 한층 더 유연해진 기량을 뽐냈다. 객석에서는 환호성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서울=뉴시스】발레 '호두까기인형' 홍향기(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 객원 최영규(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Universal Ballet)

【서울=뉴시스】발레 '호두까기인형' 홍향기(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 객원 최영규(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Universal Ballet)

두 사람은 이처럼 기량을 인정 받고 있다. 최영규의 뒤를 잇고자 하는 후배 발레리노들이 점차 늘고 있다. 홍향기를 주목하는 발레리나, 발레 관계자들 역시 눈에 띄게 늘었다. 

 최영규는 "항상 좋은 모습으로 본보기가 될 수 있으면 하죠.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유럽에서 열심히 활동을 해서 한국 발레계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무용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바랐다.   

 홍향기는 "저를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은 정말 좋다"면서도 "마음 한켠에서는 걱정도 되죠. 과연 제가 만족스런 공연을 보여줄 수 있나 해서요"라고 털어놓았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최영규가 홍향기에게 조심스레 한마디를 건넨다. "자만이 아닌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어. 누나는 잘하잖아." 홍향기가 이내 "맞죠? 제 멘토에요. 힘낼게"라며 활짝 웃었다.

 한편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인형'은 31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최영규·홍향기 커플은 21일 한 차례 더 호흡을 맞춘다. 이밖에 스타부부 무용수 황혜민-엄재용을 비롯해 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김나은-강민우, 홍향기-이동탁, 한상이-예브게니 키사무디노프, 최지원-이동탁), 에블리나 고드노바-이고르 콘타레프 등도 콤비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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