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표정 없는 얼굴들, 먹빛의 고요…무나씨 ‘우리가 지워지는 계절에’
전시장은 밤의 숨결이 머문 듯 적막하다.
검은 벽, 검은 먹빛, 검은 그림자가 서로를 흡수하며 관객을 깊숙한 내면의 굴로 데려간다.
전시장 중앙에는 높이 5미터의 ‘고사관수도’가 홀로 앉아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 시선은 묵언의 고백처럼 관람객을 붙잡고, 7미터 길이의 병풍 작업 ‘마음을 담아’는 먹빛의 결을 따라 호흡을 천천히 가라앉힌다. 잔잔한 수면 위에 반사되는 빛, 그 위에 떠 있는 두 인물은 감정의 표면을 더듬는 또 다른 자화상처럼 보인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무표정하다. 나이도, 성별도, 감정도 지워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