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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서 안중근役 안재욱
"책임감·부담감 두 배"

8번째 시즌을 맞이한 창작뮤지컬 '영웅'의 흥행은 톺아볼 만하다. 오는 2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서울 공연의 막을 내리는데, 2009년 초연 이후 최고 티켓판매율을 기록했다. 안중근 의사를 소재한 이 뮤지컬은 지도자가 부재한 현 시국에서 '진정한 리더'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큰 호응을 얻었다.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관심도가 상승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영웅'을 관람한 직후 바로 맞닥뜨리는 광화문광장의 촛불집회 풍경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는 관객이 한두명이 아니었다. MBC TV '라디오스타'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안중근 의사를 맡은 안재욱·정성화·양준모·이지훈이 출연한 뒤 기존 시즌과 달리 20~30대 관객층도 늘었다. 3월11일 창원 공연을 시작으로 포항, 광주, 인천, 군포, 전주, 대구, 성남, 대전, 진주, 여수, 부산 등 4개월 간 전국 16개도시 투어도 확정했다. 하지만 외부적인 곳에서만 이 뮤지컬의 인기 요인을 찾는 건 부당하다. 정성화와 양준모는 이미 안중근 역으로 검증된 배우들이다. 특히 이지훈과 함께 이번 시즌에 새로 합류한 안재욱은 안중근 의사에 대한 인간적인 해석으로 호평 받으며 흥행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안중근 의사와 같은 순흥 안(安)씨라 책임감과 부담감이 남달랐다는 안재욱을 최근 남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만났다. 그는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현 시국에 대해 생각이 많았어요. 뉴스를 보다가 답답하고, '영웅'을 통해서 관객들의 답답한 마음을 잠깐이나마 뻥 뚫리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품의 흥행은 물론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착잡하다고 했다. "공연을 보시고 로비를 거쳐 광화문광장에 나가면 촛불집회를 만나게 되니, 공연 이후에도 눈물이 글썽여진다는 관객분들이 많았거든요." 안중근 역을 맡은 배우들이 주로 성악 발성을 사용한 '영웅'의 넘버는 '그날을 기약하며' '오늘의 이 함성이' 등 명곡들이 넘치지만 동시에 어렵기로 소문이 났다. 안재욱은 이를 따라 하기보다 정확한 발성, 차분한 호흡으로 자신만이 해석이 담긴 넘버를 들려준다. '영웅'의 하이라이트인 '누가 죄인인가'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것에 대해서 인간적으로 사과하면서도 그를 살해할 수밖에 없었던 15가지 이유를 조목조목 열거하는 장면에서, 발성과 발음에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그는 안중근 의사의 진심을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부활시킨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뮤지컬 넘버를 노래로만 생각하지 않아요. 대사가 멜로디 위에 얹혀 있어, 노래 스타일에 중점을 두기보다 감정에 힘을 싣습니다." 안재욱의 연기력은 이미 검증이 됐다.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1997)를 통해 한류스타 거듭나기 전부터 드라마 '눈먼새의 노래' 등을 통해 연기자로서 인정받았다. 이미 몇장의 솔로 앨범을 발매하는 등 가수로도 인기를 누렸던 그다. 1990년대부터 '아가씨와 건달들' 등 뮤지컬에 출연한 그는 2009년 '살인마 잭'(잭더리퍼)을 통해 본격적으로 뮤지컬에서 활약하기 시작했다. 이후 '락 오브 에이지' '태양왕' '황태자 루돌프' 등의 뮤지컬에 출연하며 호소력 있는 연기와 노래를 선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처음 뮤지컬을 배울 때는 음악이 있는 연극이라고 생각했어요. 노래 뿐 아니라 감정 해석, 노랫말 전달의 중요성을 당연히 여겼죠." 안재욱은 뮤지컬뿐 아니라 드라마, 영화에 출연할 때 작가의 칭찬을 받는 것이 가장 좋다고 했다. '영웅'의 작가 한아름 역시 안재욱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했다. "작가가 상상을 하면서 쓴 글을 배우가 더 디테일하게 표현할 때 기분의 뭐라고 표현하기 힘들죠. 뮤지컬이라고 해도 드라마가 중요해요. 뮤지컬은 감정이 고조되니까 그 부분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 대사에 멜로디가 더해지고 더 큰 이해를 위해 춤까지 더해지는 거죠. 드라마가 가장 기본입니다." 이번 '영웅'에서 또 특기할 만점은 일본 관객이 객석에서 눈에 띈다는 점이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리는 원조 한류스타 안재욱 덕분이다. 일본 관객에게는 불편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그들은 안재욱의 선택을 믿었다. 지난 2015년 초연한 뮤지컬이자 일제 치하의 우리 민족의 아픔을 그린 작가 조정래의 동명 대하소설이 바탕인 '아리랑'(연출 고선웅·신시컴퍼니)에서 그가 독립운동가 송수익을 연기했을 때도 지지했던 일본 팬들이다. "'영웅'과 '아리랑'의 내용은 우리에게는 당연한 거죠. 일본 팬들은 힘들지만 이해를 해주세요. 제가 늘 이야기하는 것이 '역사가 없으면 한류가 아니다'입니다. 어느 일본 팬이 편지를 주셨는데 '당신이 선택한 '영웅'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적으셨더라고요." 안재욱은 '영웅'과 '아리랑' 등 최근 창작뮤지컬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그간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에서 귀족, 왕자, 왕의 역할을 주로 맡았던 그가 안중근 의사와 독립운동가 송수익을 호연하자 '안재욱의 재발견'이라는 평이 잇따랐다. 사실 양반인 송수익 역에 그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의외라는 반응도 많았다. "저도 처음에 제작사에 '왜 저보고 함께 하자고 했어요?'라고 물어봤어요. '제가 양반을 하면 어울릴 것 같아요?'라고 의아해했죠. 근데 좋은 반응이 나왔을 때 쾌감이 있더라고요. '아리랑'도 그렇고 '영웅'도 그렇고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죠." 특히 '영웅'은 대사 한마디, 노래 한소절에도 그 진정성을 놓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애국심이 배어 있는 역을 위해서는 힘을 다해서 그 감정을 끄집어낼 수밖에 없었어요. 조금이라도 힘을 놓으면 제 모습에 진정성이 빠져나갈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공연이 끝날 때마다 진이 빠졌어요." 안재욱은 '영웅'과 '아리랑'처럼 좋은 창작 뮤지컬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꾸 좋은 선례가 나와야 해요. 물론 창작뮤지컬을 위한 여건은 좋지 않아요. 하지만 도전하고 실패해야 더 좋은 작품들이 나오죠." 안재욱은 결혼 이후에도 전성기를 지속하고 있다. '황태자 루돌프'를 통해 연인 사이로 발전한 뮤지컬배우 최현주와 지난 2015년 웨딩마치를 울린 이후 특히 뮤지컬배우로서 새 전성기를 열고 있다. 최현주를 만난 뒤 좋은 일만 생긴다며 싱글벙글이다. "뒤늦게 장가를 갔는데 좋은 일들이 계속 생겨요. 혼자일 때는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지금은 그 고민을 함께 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아쉽고 속상해도 응원을 해주면 힘이 나고. 하하." 안재욱은 2014년 다른 뮤지컬 회사와 합병했던 자신의 회사 제이블엔터테인먼트를 지난해 다시 독립시켰다. 이후 최현주, 김준현 등 실력파 뮤지컬배우들을 영입했다. 이후에도 주역급뿐 아니라 다방면의 재능 있는 배우들을 차차 영입할 계획이다. "뮤지컬배우들 뿐 아니라 후배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제가 지나온 길이니까 그걸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죠. 뮤지컬배우가 되고 싶고, 탤런트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그 친구들에게 정보를 주고, 다른 배우들끼리 그 정보를 공유하고, 이후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가고. 여러 생각을 갖고 있어요." 10년 만인 2009년 뮤지컬계로 돌아온 안재욱은 이제 이 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우가 됐다. "중간에 그만뒀던 이유는 환경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지금은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차차 좋아지고 있죠. 10년의 공백이 제게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줬어요." 공백 없이 계속 익숙한 무대였다면, 문제의식 없이 당연시 여기는 것들이 많아졌을 거라는 얘기다. 그 사이 좋은 후배들이 많이 늘어난 점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표했다. "좋은 자극제가 됐어요. 놓칠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돌죠. 즐거운 게임 같은 거예요. 뮤지컬은 누가 시켜서는 할 수 없어요. 아이돌 친구들도 다 본인이 좋아서 하는 거죠. 동시에 혼자서 할 수 없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함께'라는 개념을 깨닫게 해주는 무대이기도 해요."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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