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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혜 亞-유럽문화 가교役 그 옛날 작곡가 윤이상처럼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은 독일을 기반으로 아시아와 유럽 문화의 가교 역을 맡았다. 이후 수많은 음악가가 바통을 이어 받았는데, 소프라노 임선혜(42)가 키플레이어다.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뒤 1988년 23세 때 독일 정부 학술교류처(DAAD) 장학생으로 현지에 갔다. 칼스루에 국립음대에서 유학하던 중 고음악계의 거장 벨기에 지휘자 필립 헤레베헤(71)에게 발탁됐고, 유럽 무대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고(古) 음악계 디바'로 통한다. 르네상스, 바로크, 고전파 등 옛 음악을 그 시대의 악기와 연주법으로 연주하는 것으로 원전음악 또는 정격음악이 고음악이다. 임선혜는 아시아인으로는 이례적으로 투명하고 서정적인 음색과 변화무쌍하고 당찬 연기력으로 '아시아의 종달새'로 불리고 있다. 거장 지휘자, 대형 오케스트라와 극장 등의 러브콜이 꾸준한 이유다. 독일을 근거로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 앙상블과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등 유수의 독일 악단과 협업했다. 베를린 슈타츠오퍼, 하노버 국립극장 등도 거쳤다. 한국과 독일 문화교류의 첫 통로인 주한독일문화원 설립 50주년을 맞아 20일 오후 5시, 21일 오후 2시·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펼치는 '소리의 흔적'에 주요 음악가로 나서는 것이 당연하다. '괴테 인스티투트'라고 불리는 주한독일 문화원은 초기에 고정된 근거지가 없었다. 1971년 2월5일 서울 남산 중턱, 남산도서관 건너편에 자리잡았다. 한국, 독일 문화교류의 전진기지로 통하며 극단 학전의 김민기 연출 뮤지컬 '지하철 1호선' 공연에도 기여했다. 이번 공연에도 임선혜를 비롯 쟁쟁한 예술가들이 나온다. '노부스 콰르텟'의 두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김영욱, 피아니스트 김태형 등이 한국 대표 음악가다. 독일 음악가들도 화려하다. 이번 축제의 음악감독인 지휘자 크리스토프 포펜 쾰른 체임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 추천한 비올리스트 안드레아스 빌볼, 첼리스트 베네딕트 클뢰크너, 클라리네티스트 니콜라 위르겐젠, 피아니스트 벤저민 모저, 바이올리니스트 다비트 슐트하이스가 함께 한다. 임선혜는 20일 개막 공연인 실내악 무대에서 김태형의 반주로 윤이상의 초기 가곡 3곡과 슈베르트의 성악, 클라리넷, 피아노를 위한 가곡 '바위 위의 목동'을 부른다. 21일 오후 8시 공연에서는 모차르트 콘서트 아리아 '어떻게 당신을 잊을 수 있나요'를 들려준다. "독일로 떠나기 전 문화원에서 특별한 콘서트를 열었던 기억이 나요. 독일 정부의 지원 덕분에 IMF 기간에 좋은 조건으로 대접을 받으면서 공부할 수 있었죠. 6·25동란 직후 문화원이 한국에 문화를 전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여러 좋은 영향과 혜택을 받았죠. 이제 한국문화원이 외국에서 같은 활동을 하잖아요. 이렇게 양국에서 이어진 것에 대한 음악적인 축하 자리에요."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국 연주자 중 베를린에 살지 않는 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독일은 한국에게 여전히 뜨거운 문화의 도시다. "외국인, 특히 외국 학생에게 문화가 많이 열려 있어요. 학비 등 혜택이 자국 학생과 차별이 없죠. 도시에는 큰 오케스트라, 방송 오케스트라, 지역 오케스트라가 있고 춤, 연극 문화사업도 꾸준히 하죠. 예술인들이 안정된 지원을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독일로 모이는 것 같아요." 임선혜는 이번에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한 윤이상의 가곡 '고풍 의상', '그네', '달무리'를 부른다. '고풍의상'은 조지훈의 시, '달무리'는 박목월의 시, '그네'는 김상옥의 시에 멜로디를 붙인 곡이다. 윤이상은 김순남, 이건우와 함께 한국 초기 가곡 발전에 기여했다. 멜로디는 서양 기법으로 만들었지만, 한국 고유의 리듬과 음계로 가곡의 수준을 높였다는 것이 임선혜의 판단이다. "윤이상 선생님은 한국 가곡에 공헌한 분 중 한 분이세요. 12음계 밖이고 어렵지만 한국가곡을 예술가곡의 경지로 끌어올렸죠. 가사도 다 한국적이잖아요. '고풍의상', '달무리' '그네' 다 한국 가곡의 전성기에 만들어진 노래에요. 특히 '달무리'는 윤이상 선생님의 몽환적인 자유로운 음악세계의 전초전이 아닐까 해요." 한국어로는 노래하기가 쉽지 않다. 겹치는 자음이 많고, 말마다 뜻이 여럿이어서 창법에 영향을 미친다. "성악은 창법상 가사 전달이 어려워요. 공명을 많이 써 울림이 많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국 노래를 부를 때는 더 조심하게 됩니다. 문학적으로 우수한 언어의 뉘앙스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죠. 독일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말과 소리는 하나의 개체'라고요. 음악적인 균형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는 것이 중요하죠." 슈베르트 성악, 클라리넷, 피아노를 위한 가곡 '바위 위의 목동'에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인생 만큼이나 다양한 분위기가 들어 있는 곡이기 때문"이다. "회화적인 곡이에요. 골짜기 반대편에서 '야호'를 외치면 반대편에서 메아리가 울리는 모습이 그려지죠. '봄이 올 거야'라는 믿음이 배어 있는 곡인데, 슈베르트가 마지막에 썼지만 희망을 주고 가는 듯한 인상을 주죠. '누군가의 역사'처럼 말이에요. 앞으로 한국과 독일의 여정도 봄이라는 듯이요. 호호." 임선혜는 데뷔 20주년을 앞두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꺼내 보인다는 계획이다. 남서 독일 방송 교향악단과 독일계 체코 작곡가 어빈 슐호프의 가곡 전곡을 녹음한 음반 발표 등이 예정됐다. 메조 소프라노, 바리톤과 작업했는데 그녀는 유일한 아시아인, 외국인이 판소리를 한 격이다. "큰 책임감을 느껴요. 소중한 계획을 조금씩 꺼내보이고 싶어요."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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