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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알스 "라스베이거스무대, 그 꿈은 아직 진행형"

세계를 들었다놨다 했다. 말 없이 오직 소리와 몸짓 만으로 사람들을 웃긴다. 저글링을 비롯해 비트박스, 마임 등을 활용해 보는이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나이·국적 불문, 지구촌 사람들에게 통한 이유가 있다. "언어의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코미디 그룹 '옹알스'다. 옹알스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도 화려하다. 누구도 도전하는 않은 길을 개척해 '최초' 혹은 '최고'의 타이틀을 얻었다.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무대 한국 코미디언 최초 공연,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최고평점 5 기록, 멜버른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 3년 연속 초청 및 디렉터스 초이스 수상, 한국 코미미언 최초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공연 등이다. 돌연 국내로 활동 방향을 틀어 팬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12년째 22개국 47개 도시를 돌며 한국 코미디의 위상을 높였지만, 올해는 국내 팬들에게 옹알스를 널리 알리는게 목표다. 지난 5월 다큐영화 '옹알스'(감독 차인표·전혜림)를 선보였으며, 23일 개막한 제7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부코페)에도 참여했다. 평소 가족들조차 '해외에 있니?' '국내 공연은 언제 하니?'라고 묻곤 했다. 어느 순간 세계 어떤 큰 무대에 서도 긴장감이 사라지자 슬럼프에 빠졌다. 10년 만에 고향과도 다름없는 서울 대학로로 돌아왔다. 지난 6월부터 이달 18일까지 2개월간 공연을 마쳤고, 10월부터 다시 이어갈 계획이다. "작년에 예술의 전당에서 10주년 기념 공연을 한 뒤 '우리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보자'고 마음 먹었다. 대학로 공연 첫 날 처음 무대에 섰을 때 '그래, 이맛이지!' 싶더라. 대학로 무대는 무대에 섰을 때 느껴지는 관객들의 에너지와 기가 다르다. 예전에 대학로 공연을 하면 현장 매매가 많았는데, 이제는 예매로 다 끝나더라. 아이부터 할머니까지 3대가 같이 온다.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게 가장 큰 장점이다."(채경선) 하박(37)은 "공연 끝난 뒤 사진 찍을 때 '아버님,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물으면 '우리 딸이 예매해줬다'고 하더라. 아들, 딸이 공연을 보고 재미있어서 부모님에게 추천하는 것"이라며 "예전에는 관객들이 주로 20, 30대 젊은층이었다면 이제는 어르신들끼리도 많이 보러 온다"고 귀띔했다. 무엇보다 최기섭(40)은 "관객들이 웃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여느 행사에서 공연하면 '한 번 가보자'라는 자세들이지만, 대학로 공연은 "말 그대로 내 돈 주고 크게 한번 웃어보고 싶은 관객들이 온다"고 구분했다. "뭐만 해도 파급력이 세고 관객과 가까이서 호흡해 피드백도 빨리 온다. 공연 후기 240개가 올라왔는데 평점이 모두 5다.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많이 봐서 일본어와 영어로 후기도 올라온다"고 덧붙였다. 옹알스는 2017년 KBS 2TV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코너에서 태동했다. 멤버 채경선(39)과 조수원(40)은 대학로에서 서로 뺨을 때리는 개그를 하다가 너무 아파 대사를 까먹은 채 옹알거렸는데, 반응이 좋자 코너로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에서 설자리를 잃자 지방을 전전하며 공연했고, 해외 페스티벌로 눈길을 돌렸다. 2009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초대받지도 않았지만 가서 길거리 공연을 했다. 이듬해에는 한국인 최초로 참가해 주목을 받았다. 채경선은 "그때는 가진게 없어서 잃을 것도 없었다. 인기가 없어서 방송에서도 불러주지도 않는데 '국내에서 안 알아주면 해외에서 도전해보자'고 마음 먹었다"며 "정말 맨땅에 해딩이었다. '여기서 될까? 유재석이 와도 똑같아. 재미있으면 되는거야'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최기섭은 "미친짓이었다. 해외 코미디 페스티벌에 나가려면 정말 많은 돈이 든다"면서 "오히려 투자해서 '개그콘서트' (SBS) '웃찾사'에 나가야지 '말도 안 되는 소리 한다' '한국에서도 안 됐는데 해외에서 되겠느냐'고 했다. 그 때는 돈 벌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길, 무대를 찾아 떠났다. 에든버러에 가서 안 되면 '각자 흩어지자'고 얘기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하면 관객들이 턱시도를 입고 온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할 때 지인들에게 아무리 '편하게 입고 오라'고 해도 차려 입고 오더라"면서 "대학로에는 반바지에 슬리퍼 신고 공연 보러 오는 관객들이 많다. 우리가 하는 공연은 오페라하우스나 대학로나 다르지 않은데 말이다"라며 웃었다.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코미디언을 낮게 대하는 것이 사실이다. 해외에서는 코미디언을 아티스트로 인식한다.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나?'라고 놀랄 정도다. 채경선은 "영화배우나 가수들을 보면 '와~'하지만 코미디언은 제일 밑으로 보는 시선이 없지 않은 것 같다"며 "워낙 친근하고 쉽게 볼 수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라고 짚었다. 순탄한 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조수원이 2016년 6월 혈액암의 일종인 악성림프종 진단을 받았을 때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조수원은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코미디의 끈을 놓치 않았다. 처음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했을 때를 떠올렸다. 힘들었지만 어느 때보다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멤버들은 조수원에게 꼭 암을 이겨내서 "다시 한 번 에든버러에서 함께 공연하자"고 약속했다. 공연하는 자체에 의의를 뒀지만, 2017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아시아 아트 어워드 베스트 코미디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조수원의 암이 재발해 더 큰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해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을 함께 하려고 했지만, 끝내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현재는 항암치료를 받지 않고 예방약만 먹으며 관리할 만큼 호전됐다. 하박은 "수원이 형이 암을 이겨낸 후 멤버들끼리 더 똘똘 뭉쳤다. 위기이자 기회가 됐다. 리더가 아프면 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데 꿋꿋하게 잘 버텨줘서 고맙다"며 "예전에는 몸이 힘들어도 공연에 욕심을 냈지만, 이제는 형이 컨트롤할 줄 안다. 최대한 체력 소모를 많이 하지 않게끔 같이 도와가며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옹알스는 자급자족 그룹이나 다름없다. 7명의 멤버들은 공연은 물론 무대 세팅, 스케줄 조율 등 모든 것을 담당한다. 인터뷰 당일 멤버 이경섭(30)과 최진영(30)은 공연 조명을 세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조수원과 조준우(41)은 부코페 관계자들과 미팅으로 아쉽게도 인터뷰에 함께하지 못했다. 심지어 언론홍보 보도자료도 멤버들이 직접 쓴다. 소속사가 없기에 멤버들이 각자 역할을 분담,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수많은 기획사의 러브콜을 받았지만 거절하고 옹알스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매년 1월1일 모여서 목표를 설정하고, 연말에 이를 이뤘는지 점검한다. 멤버들끼리 갈등을 빚을 법도 한데 크게 싸운 적도 없다. 최기섭은 "다른 팀은 금전적인 문제로 많이 싸우고 틀어진다고 하더라"면서 "우리는 한 번도 금전적인 문제로 싸운 적이 없다. 메뉴 선정 등 사소한 이유로 다투는 정도다. 돈을 많이 벌면 좋기는 하지만, 나눠 가질 생각을 하기보다 투자를 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하박은 "우리는 일을 많이 하든 적게 하든 월급제다. 개그맨들은 벌이가 많을 땐 많지만, 없을 땐 계속 없지 않느냐. 회사를 설립해 안정적인 환경을 만든 것"이라며 "모든 수익은 회사로 귀속되고 차곡차곡 모아서 금액이 커지면 계속 투자를 한다. 매년 조금씩 월급이 오르고 보너스도 있다. 친구들에게 '나는 회사원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고 부연했다. 10년 넘게 인기를 끄는 비결로는 '진정성'을 꼽았다. "처음 영국에 갈 때 영어를 할 줄 몰랐다. 대학로에서 공연 후 관객들에게 우리의 목표를 말했다. 코미디 페스티벌 관계자에게 연락해야 되는데 영어를 못한다고 했더니, 몇몇 관객들이 남아서 도와줬다. 영국에서 처음 묵은 한인 민박 집 아주머니가 스코틀랜드분인데 젊었을때 택시 기사를 했더라. 공연 홍보 전단지를 택시에 비치해 홍보해달라고 부탁해줬다. 시민들이 전단지를 길거리에 버리면 우리가 일일이 다 줍는다. 우리가 피땀 흘려 일해서 모은 돈으로 만든거니까. 소속사가 있었으면 이만큼 안 했겠지만, 우리가 직접 다 하니 애정이 생긴다."(채경선) 옹알스는 '개그콘서트'(개콘)와 부코페를 향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개콘'은 지상파 3사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다. 2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오고 있지만, 몇 년 동안 시청률 5~6%대의 침체기가 계속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의 수많은 소재 제약과 유튜브 등 SNS 발달로 인한 시청층 이탈 등이 큰 영향을 끼쳤다. 1000회 특별 게스트로 출연했지만, ''개콘' 무대가 계속 남아 있을까?'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요즘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개콘' 너무 재미 없어' 혹은 ''개콘' 아직도 해?'이다. 채경선은 "안타까울 뿐이다. 처음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같이 가자고 했을 때 10명 중 9명, 아니 10명 다 '개콘'하겠다고 했다. 다들 '갔다와서 뭐할건데?'라는 반응이었다"며 "그래도 우리는 꼿꼿이 버텼는데, 지금은 현실이 바뀐거다. 그나마 다행인건 우리처럼 공연하는 팀이 계속 생겨나고 있는 것"이라고 착잡해했다. 코미디언보다 유튜버, 아프리카TV BJ 등 SNS 스타들이 더 주목받는 시대다. 방송에서 설자리를 잃은 코미디언들도 유튜버로 전향, 살길을 모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튜브를 하는 개그맨들에게 '돈 하나도 안 받고 할 수 있느냐?'고 한번 물어보고 싶다. '유튜브하면 돈 많이 번대'라는 말부터 듣고 시작한 게 아닐까. 물론 '급식왕' 등 SBS 출신 개그맨들이 '웃찾사'가 폐지된 후 유튜브를 시작한 것은 이해된다. 해외처럼 크게 코미디 페스티벌을 할거면, 코미디를 하지 않는 이들을 초청하기보다, 대학로에서 고생하며 공연하는 이들에게 더 기회를 주는게 맞지 않을까. 부코페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들이 홍보해주면 좋긴 하겠지만, 씁쓸한 마음도 든다. 부산국제영화제도 처음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세계적인 축제가 되지 않았느냐. 부코페도 그렇게 되려면 단편적으로 SNS스타들이 인기가 많다고 부를 게 아니라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최기섭) 옹알스는 전용관을 설립하는 게 꿈이다. 외국처럼 코미디극장에서 공연을 보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추가로 멤버들도 영입할 예정이다. 공고를 냈을 때 과연 몇 명이 모일지도 궁금하다. "건강하게 오래 공연하는게 가장 큰 목표다. 순간순간 여러 유혹이 있었지만, 좀더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다고 해도 천천히 가고 싶다. 100년, 200년, 후배들이 쭉 이어서 옹알스 공연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원래 해외에서 전용관 개관을 꿈꿨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전용관을 열면 기자들에게 비행기 티켓을 다 끊어주겠다고 말하곤 했다. 현장 취재 와서 기사 쓰고 푹 쉬고 가라고 말이다. 인기 많은 아이돌 가수들은 외국 공연을 하면 기자들을 데리고 가지 않느냐. 영화 '옹알스'에서 라스베이거스 무대 도전기를 보여줬는데, 그 꿈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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