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맞더라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사실 일본 활동 단기간에 좋은 소식이 들려와서 당황스럽고 놀라우면서도 행복해요. 까르르르.”
그룹 ‘소녀시대’의 태연(21)은 “‘소녀시대’라는 이름을 알려서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긴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즐거워했다.
소녀시대의 일본 내 열풍은 놀라운 수준이다. 8월25일 도쿄 아리아케 콜로세움에서 현지 첫 쇼케이스를 열었을 당시 팬 2만2000명이 운집, 난리가 났던 것이 시작이다. 이날 쇼케이스를 NHK 메인뉴스인 ‘NHK 뉴스워치9’가 톱뉴스로 보도하는 등 지상파의 각급 정보·쇼·연예 프로그램들이 소녀시대를 집중 조명했다. 요미우리, 산케이스포츠 등 각종 신문들도 소녀시대 분석에 가세했다.
티파니는 “현지 9시 뉴스에 보도가 된 것은 우리가 봐도 신기했다”고 놀라워했다. 써니(21)는 “일본 9시 뉴스에 소녀시대가 나왔다고 해서 우리가 무슨 사고를 쳤나 놀랐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후 소녀시대가 9월8일 발표한 일본 데뷔 싱글 ‘지니(GENIE)’는 발매 첫주에 4만5000장이 팔리며 일본 역대 해외 여성아티스트 데뷔 싱글 사상 최고 판매량 기록을 세웠다. 최근 ‘지니’는 일본레코드협회가 인정하는 골드디스크(판매누계 10만장 이상)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내놓은 일본 두 번째 싱글 ‘지(Gee)’는 발매 첫주 무려 6만6000장이 팔리며 오리콘 주간 싱글차트 2위를 차지했다. 이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여성그룹 사상 최초로 오리콘 주간 싱글차트 톱3에 오른 신기록이다. 1980년 12월 영국의 5인 여성그룹 ‘놀란스’가 오리콘 주간 싱글차트 2위를 기록한 이래 약 30년 만에 이뤄낸 성과이기도 하다.
태연은 “현지 첫 싱글 ‘소원을 말해봐’ 같이 여자아이들이 딱딱 맞춰서 춤을 추는 멋있는 군무가 그 동안 일본 걸그룹에는 없었던 것 같다”며 “멋있는 음악을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고 전했다. 또 “여자로서 봤을 때 동경의 대상이 된다고 그러더라”며 “기존의 일본 그룹들과 살짝 달라서 크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여겼다.
수영(21)은 “일본에서 새로운 것을 보여준 게 아니라 한국에서 사랑받았던 것들을 그대로 가져간 게 주효한 것 같다”고 파악했다. 또 “일본어로 인터뷰하면 아무래도 외국어다보니 긴장한 표정이나 어색한 제스처가 나오게 마련”이라며 “근데, 우리말을 쓰면서 자연스런 표정으로 예쁜 웃음을 보여주니 현지 팬들이 그대로 받아주고 더 좋아해준 것 같다”고 봤다. “현지 쇼케이스 다음날 아침밥을 먹을 때 방송 프로그램에서 우리가 나온 것을 봤는데 우리가 아닌 다른 그룹 같았다”며 “방송에서 다른 연예인들이 우리 이야기를 하면 다른 소녀시대 같기도 하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웃었다.
한국과 일본 미디어는 소녀시대가 고급스러움을 추구한 것을 인기 비결 중 하나로 손꼽는다. 보통 일본 걸그룹은 남성 오타쿠 팬층을 타깃으로 삼아 귀엽기만 한 콘셉트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소녀시대 일본 팬들 중 80%가 여성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리(21)는 “본래 여성에게 호감을 얻기가 더 어려운 법인데 현지 여성들이 많이 좋아해주고 따라해 줘서 매우 고맙다”며 “한국에서도 데뷔곡인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를 때 여자팬들이 많았다”고 고마워했다. “지금은 한국에서 남성팬들도 많아졌는데 일본에서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많은 분들이 우리를 따라하니까 책임감이 생기더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녀시대 멤버들이 현지에서 인기를 체감한 것도 여러 번이다. 티파니(21)는 “일본에서 거리를 걸어가고 있는데 7~8명의 소녀들이 내가 있는 줄도 모르고 우리의 포즈를 따라하는 것을 봤다”고 신기해했다.
막내 서현(19)은 “일본 공항에 있는데 할아버지가 소녀시대가 아니냐고 물어보더라”며 “뉴스에서 봤다고 하더라. 정말 깜짝 놀랐다”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수영은 “현지에서 CD를 사러 레코드점에 들어갔는데 우리 앨범을 파는 코너가 크게 마련돼 있었다”며 “게다가 팬들이 소녀시대뿐만 아니라 수영이라고 딱 알아봐 줘서 깜짝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제대로 된 활동 한 번 하지 않은 타이완에서의 인기도 상당하다. 지난달 16, 17일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펼친 ‘더 1st 아시아 투어 콘서트-인투 더 뉴 월드’에는 총 2만4000명의 팬이 운집했다.
써니는 “현지 팬들이 우리를 위해 공연이 끝날 때 분홍색 리본을 한꺼번에 던져 분홍색 폭포수를 연상케 하는 이벤트를 벌이는 등 많은 사랑을 보여줬다”며 “멤버 모두가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했다”고 전했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소녀시대에 대한 관심은 상당하다. 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를 돌아다니다보면 유럽과 아프리카 소녀들이 소녀시대의 춤과 노래를 따라 부르는 영상을 자주 볼 수 있을 정도다. 태연은 “우리 영상을 어떻게 찾아봤는지 정말 궁금하다”며 “심지어 의상을 본인들이 직접 제작한다고 들었다. 안무 연습을 얼마나 했는지. 그냥 너무 신기하다”고 눈을 반짝였다. “정말 기회가 된다면 유럽이나 아프리카 등 해외 곳곳을 돌아다니며 소녀시대식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다”며 주먹을 꼭 쥐었다.
올해 일본 내 최종 목표는 ‘NHK 홍백가합전’에 출연하는 것이다. 소녀시대가 일본에서 데뷔한 9월부터 현지 언론은 소녀시대가 연말 ‘NHK 홍백가합전’에 출연할 가능성이 크다고 점쳤다.
윤아(20)가 평소 이상형으로 꼽는 기무라 다쿠야(38가 속한 그룹 ‘SMAP’도 ‘NHK 홍백가합전’에 출연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나돈다. 윤아는 “기무라 다쿠야를 실제로 보면 일본어로 간단하게나마 인사를 하고 싶다”고 수줍게 웃었다.
일본 진출 두 달 남짓만에 일궈낸 성과가 괄목할만하다. 티파니는 “일본 전국 투어 등 아직 할 것이 많이 남았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일본 활동 중 가장 힘든 점으로 대해 효연(21)은 “언어”를 지목했다. “물론, 수영이가 일본어를 잘해 불편하지는 않다”면서도 “그렇다고 계속 수영이만 시킬 수 없으니 우리도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웃었다. “일본에서는 (외적인 것보다) 음악성으로 더 알려지고 싶다”는 바람이기도 하다.
한편, 소녀시대는 지난달 27일 국내에 새 앨범 ‘훗(Hoot)’을 내놨다. 이 앨범은 온라인에서 5만1000장, 오프라인 매장에서 9만9490장 등 선주문만 총 15만490장의 기록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소녀시대는 국내와 일본을 오가며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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