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삼바 축제 '검은 얼굴' 분장, 인종차별 논란 불붙여
13일(현지시간) 아침 행진에 참가한 브라질 최고의 살게이루 삼바 스쿨의 공연에서는 두 개의 그룹이 아프리카 문화와 흑인 여성들에 대한 경의를 표한다며 검은 얼굴로 페인팅을 한 모습을 선보였다.
그러자 수많은 사람들이 트위터를 통해 이 삼바스쿨이 왜 역사적으로 흑인을 비하하는 수법으로 사용했던 방식을 따랐는가에 대해서 충격을 느꼈다는 글을 올렸다.
미국에서는 19~20세기 백인 공연자들이 노래 공연 등에서 흑인들을 희화하는 인종차별 성향을 표현하기 위해 얼굴에 검은 칠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브라질에는 그런 문화유산은 없다. 하지만 흑인들을 조롱하는 모욕적인 전통은 역시 있었다.
브라질은 과거에는 세계 최대의 노예시장이었고 미주 대륙에서 노예제도를 가장 늦게 폐지한 나라였지만, 지금은 피부색에 무관하게 조화로운 사회를 이룬 국가라는 신화를 주장하는 나라이다. 따라서 수십년 동안 인종차별 논란 자체가 금기시 되어왔지만, 최근 점점 심화되는 양극화 현상에 인종 차별 색채도 들어있다는 주장과 인종차별적 편견에 대한 지적도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브라질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색인종은 전통적으로 그들에게는 제외되었던 분야인 대학교수, 주연급 배우, 정당의 고위직 등에 이제야 겨우 접근하기 시작했다. 브라질의 흑인은 백인들에 비해 훨씬 가난하고 폭력에 더 많이 희생되어왔다.
살게이루 삼바스쿨은 이번에 그런 현실을 지적하고 일깨우면서 행진의 마지막 행사인 경기장 경연에서는 브라질 길거리에서 폭력배들에게 자녀를 잃은 흑인 어머니들을 기리는 "피에타"상을 묘사하는 것으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이 날 리우데자네이루의 삼바드로모 경기장에서 열린 경연대회를 보도한 국내 언론들은 이들의 검은 얼굴 분장을 매우 애매한 중립적 용어를 써서 보도했다.
하지만 브라질 국민중 다수는 이 삼바스쿨이 검은 얼굴을 한 것은 브라질 축제의 기본 정신과 관용의 메시지와는 동떨어진 것으로 여긴다. 브라질의 흑인여성 권리 운동단체인 ' 크리올라' ( Criola )의 조직자인 루시아 하비에는 이 공연의 예술적인 의도는 이해하지만 그 광경은 정말 역겨웠다고 말했다.
Members from the Beija Flor samba school parade perform a violence scene during Carnival celebrations at the Sambadrome in Rio de Janeiro Brazil, Tuesday, Feb. 13, 2018. Brazil's most famous city has long struggled with violence, particularly in the hundreds of slums controlled by drug traffickers, plus criminal assaults and increasing shootouts between drug traffickers and police. (AP Photo/Silvia Izquierdo)
그러나 이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인종차별은 역사적인 사실이었기 때문에 검은 칠을 한 얼굴을 흑인에 대한 모멸로 규정하는 건 잘못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살게이루 삼바스쿨의 멤버들은 오 글로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단원들의 다수가 흑인인데도 리허설 과정에서는 이런 인종 문제는 거론 된 적이 없다고 말하며 "이번 주제는 아프리카였고 아프리카의 역사를 더 많이 고려한 것이다. 그래서 검은 얼굴도 필요했던 것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브라질의 인종문제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이며 뉴욕대 중남미 역사학 교수인 바바라 와인스타인은 검은 얼굴은 흑인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한 방식이지만 그 의미와 역사는 전 세계가 다 알고 있다며, 브라질의 전통으로 검은 얼굴을 표현하는 것은 아프리카 축제라는 주제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브라운 대학교 왓슨국제문제 연구소의 제임스 그린 브라질 팀장은 브라질 국내에서는 아직도 해외에서 유입된 아프리카계에 대한 인식의 혼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미주 대륙의 노예제도에 대한 반발과 부정이, 일부에서는 아프리카적 요소의 유입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공존한다고 말했다.
어쨌든 브라질에서는 179가지 피부색이 공존하는데 흑과 백만 가지고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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