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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리아 "트럼프, 이란 체제교체?…판도라상자 여는격"

등록 2018.05.14 1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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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합의 조건 北에 적용 땐 핵무기 모두 파괴해야"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국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란의 핵 합의는 거짓이었다는 분명한 증거를 지니고 있다. 이란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해 왔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령이 이날 JCPOA 탈퇴를 선언하는 각서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2018.05.09.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국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란의 핵 합의는 거짓이었다는 분명한 증거를 지니고 있다. 이란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해 왔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령이 이날 JCPOA 탈퇴를 선언하는 각서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2018.05.09.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이란핵합의(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 등 강경노선이 이란 내 강경파들의 결집을 유발시킴으로써 중동 불안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만일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의 이란 핵합의와 같은 조건을 북한에 적용한다면 북한은 수십 년 동안 공들여 만든 핵무기를 모두 파괴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함께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인  파리드 자카리아는 13일(현지시간) 자신의 칼럼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 이란 전략은 환상일 뿐”이라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자카리아는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 이란 강경노선을 펼치는 배후에 전략이 있다면 이는 아마도 “체제 교체(regime change)”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카리아는 그러나 미국이 지난 20여 년 동안 중동지역의 체제 교체를 통해 얻은 것은 곧 혼란과 전쟁, 대규모 난민의 발생, 분파 간 분쟁의 확산뿐이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자카리아 칼럼의 요지.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도널드 트럼프의 집권시 “카오스 대통령”이 될 거라고 예견했었다. 이번 주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예상에 맞는 행동을 했다.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는) 사실상 전 세계가 반대하는 일이었다. 미국의 가장 가까운 우방인 유럽마저 반대했다.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한 지역인 중동의 긴장을 높이는 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 탈퇴를 결정한 이유는 이해하기 어렵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말대로 이란이 위험하고 나쁜 행동을 하고 있다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군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전 단계에서 동결시키는 게 최선의 조처다.

 이란이 이 보다 더 엄격한 조건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만일 이란 핵합의와 같은 조건을 북한에 적용한다면 북한은 수십 년 동안 공들여 만든 핵무기를 모두 파괴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그동안 은둔의 왕국으로 불려올 정도로 폐쇄된 나라였던 북한은 공세적인 검열과 외부의 감시를 수용해야한 한다.

 트럼프 대통령 정책의 배후에 전략이 있다면 이는 아마도 “체제 교체”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은 오랜 동안 이란의 체제 교체를 주장해 왔다.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와 반체제 그룹에 대한 지원, 군사적 개입 등이 최선의 접근 방법이라는 주장을 해 온 것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하원의원(캔자스)이었던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 이란 핵협상을 비난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과 협상을 할 게 아니라 2000여발의 포탄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이보다 더 강력한 체제 교체를 주장해 왔다. 그는 이란 반체제 무장조직인 ‘무자헤딘 에 할크(MEK)’에 대한 지원을 옹호했다. MEK는 이란 내 지지기반이 거의 없는 조직이다.

 볼턴과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인 루돌프 W. 길리아니는 지난해 7월 프랑스 파리에서 MEK를 지지하는 유료 연설을 했다. 볼턴은 미국이 이란의 체제 교체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볼턴은 이란의 체제 교체를 통해 이란 정권이 오는 2019년 혁명 40주년을 기념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3인방은 모두 이란에 대해서 이처럼 극단적인 견해를 지니고 있다. 이들의 견해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이스라엘 등 이외에는 누구도 동의하기 힘든 극단적인 내용들이다.

 이란은 억압적이고 반미적인 정권이다. 중동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종종 미국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

 이란은 그러나 오랜 문명국가이다. 수백 년 동안 중동 지역에 힘과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미국이 이란 체제를 전복시킴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일 뿐이다. 이란은 40년 가까이 미국의 압력과 제재를 견뎌왔다.

【테헤란(이란) =AP/뉴시스】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탈퇴 선언후 테헤란의 대통령궁 집무실에서 국영 TV 생중계를 통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미국을 제외한 핵협정 서명국가들에 외무장관을 파견해서 재협상할 것이며 부득이한 경우 "몇 주일 이내에" 우라늄생산을 무제한 재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8.05.09

【테헤란(이란) =AP/뉴시스】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탈퇴 선언후 테헤란의 대통령궁 집무실에서 국영 TV 생중계를 통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미국을 제외한 핵협정 서명국가들에 외무장관을 파견해서 재협상할 것이며 부득이한 경우 "몇 주일 이내에" 우라늄생산을 무제한 재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8.05.09

설혹 이란 정권을 무너트린다고 치더라도 주변을 한번 둘러보라. 지난 20여 년 동안 중동지역에서 얻은 교훈은 체제 교체는 곧 혼란과 전쟁, 대규모 난민의 발생, 분파 간 분쟁을 낳았다는 사실이다. 이란의 체제 교체는 곧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행위다.

  중동 지역을 넘어서서 체제 교체를 한 기록을 살펴보자. 미국에 비우호적이었던 과테말라의 사회주의 지도자 자코보 아르벤즈나 친미성향이었던 남베트남의 고딘 디엠 정권 등의 교체는 더 큰 불안정을 낳았다.

 이란의 경우를 살펴보다. (지난 1953년) 영국과 미국의 지원을 받은 이란의 쿠데타 세력은 선거를 통해 설립된 합법적으로 집권한 (무하마드 모사데그) 정권을 붕괴시켰다. 이는 현재 이슬람 공화국을 정당화하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쿠바 해방 운동과정에서 미국의 개입은 쿠바 공산당이 오늘날까지 이용하는 반미 유산 중 하나로 남아있다. 민족주의에 대한 판단 잘못과 그릇된 대처야말로 미국 외교 정책의 핵심적인 실수인지도 모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자본주의와 교역, 외부 세계와의 접촉 등으로 유도하는 국가의 개방은 대부분의 경우 독재정권을 부식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오늘날 마오쩌둥 시절보다는 훨씬 책임 있는 국가로 성장했다.

 사람들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반 소련 캠페인이 악의 제국에 대한 압력 중 하나로 작용함으로써 체제 교체에 도움을 주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절반 밖에 모르고 하는 소리다.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에 압력을 가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개혁주의자인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집권을 하자 그를 끌어안았다. 그를 지원하고 양보를 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당시 미국내 보수주의자들로부터 맹렬한 반대에 부닥쳤다. 소련이 냉전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바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란은 아주 복잡한 나라이다. 그러나 온건한 요소를 지난 나라이기도 하다. 서방과의 핵합의는 세계와의 통합과 정상화로 이르는 길이기를 희망했었다. 현재 이란에는 지배적인 세력이 없다. 그러나 이란에는 미국은 믿을 수 없는 나라이며, 사우디아라비아는 치명적 적이라고 생각하는 강경파들이 존재하고 있다. 시아파 이데올로기의 확산이 스스로를 보존하기 위한 유일한 전략이라고 믿는 이들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이란 강경파들에게 자신들이 생각이 옳음을 입증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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