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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사우디와 유가 전쟁?…진짜 목표는 美셰일산업 타격

등록 2020.03.10 15: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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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美 제재로 가스관 공사 중단 굴욕

"사우디 의중 의문…러시아와 합심? 대립?"

[모스크바=AP/뉴시스]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한 여성이 환전소 앞을 지나고 있다. 2020.03.10.

[모스크바=AP/뉴시스]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한 여성이 환전소 앞을 지나고 있다. 2020.03.10.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유가 전쟁에 뛰어든 러시아가 사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니라 미국과 싸우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CNBC는 보도했다. 셰일오일을 내세워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으로 올라선 미국을 견제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가입국과 비가입국이 모인 OPEC+는 감산 합의에 실패했다. 사우디가 이끄는 OPEC은 하루 150만배럴 추가 감산을 원했지만 OPEC 비회원국인 러시아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우디는 증산과 석유공식판매가격(OSP) 인하로 대응했다. 이날 유가는 1990년대 걸프 전쟁 이후 최대폭으로 하락하며 30달러대로 내려앉았다.

CNBC는 고의든 아니든 간에 가격 전면전이 미국 석유 업계를 강타했다고 보도했다. 유가 하락은 관련 업체 실적에 악영향을 준다. 분석가들은 미국 경제가 타격을 입고 에너지 산업 규모가 작아지면 미국이 세계 1위 원유 생산국 자리를 내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RBC 캐피털 마켓의 수석 상품 전략가인 헬리마 크로프트는 "OPEC 지도부는 가격 붕괴가 두 나라 간 화해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빠르게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의 전략은 단순히 미 셰일 업체를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 미국의 풍부한 에너지 덕에 가능한 강압적인 제재를 겨냥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최대 국영석유회사 '로스네프티' 회장인 이고리 세친의 영향을 받았으리라고 분석했다. 세친은 오랫동안 OPEC의 감축 협상에 반대해왔고 로즈네프티 거래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 분노했다.
[베네치아=AP/뉴시스]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행인들이 텅 빈 산마르코 광장을 걷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만명에 육박하자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전국 이동제한령'을 내렸다. 2020.03.10.

[베네치아=AP/뉴시스]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행인들이 텅 빈 산마르코 광장을 걷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만명에 육박하자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전국 이동제한령'을 내렸다. 2020.03.10.

노르트스트림2가 미국의 제재 발표 이후 일부 중단된 점도 러시아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부분이다.

노르트스트림2는 독일과 러시아 간 가스관 구축 사업으로, 미국은 유럽 에너지 시장에서 러시아의 지배력이 커진다며 우려해왔다. 세계적인 시장조사 업체 IHS 마킷의 대니얼 예긴 부회장은 "완공 직전에 공사가 중단된 건 러시아로서는 엄청난 굴욕이었다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CNBC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에너지 생산 규모가 커지면서 산유국인 이란, 베네수엘라 같은 국가를 제재할 여력이 커졌다는 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분석가들은 가격 전쟁이 계속되면 유가가 10% 이상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이미 자금 조달이 어려운 미 석유 업계 기업의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증권의 글로벌 원자재 담당자 프란시스코 블랑크는 "시장은 사우디가 항상 그래왔듯이 시장 균형을 위해 생산량을 축소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사우디는 정반대의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우디가 러시아를 다시 (협상 테이블로) 부르기 위해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러시아와 사우디가 힘을 합쳐 미국 셰일에 대항하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러시아와 사우디가 서로 싸우고 있는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그는 하반기로 접어들면 사우디 행동의 동기가 중요해질 것으로 봤다.

예긴 부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세계 시장에서 와일드카드(만능패) 역할을 한 미국 셰일 업계에 충격을 주려는 욕구가 러시아의 동기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주말을 사우디 리야드에서 보낸 크로프트는 사우디가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늘릴 의도가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하루 평균 산유량은 약 1300만배럴이다. 일일 산유량 970만배럴인 사우디는 1000만배럴 이상 생산할 능력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몇 달 동안 중국의 석유 수요는 20% 줄었다. 이탈리아가 전국에 이동제한령을 내리고 다른 유럽 국가 및 미국의 상황도 악화하고 있어 수요는 더욱 둔화할 전망이다. 미국의 석유 생산 지역인 텍사스주나 노스다코타주는 수요 감소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CNBC는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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