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험" 피해자 유족 소송에도…美 연방, 17년 만의 사형
유가족 "코로나로 사형 참관 이동 위험" 소송에도
8세 딸 등 일가족 3명 살해한 리, 사형 집행 예정
유족, 평소 사형 반대…"목숨 빼앗아도 사실 불변"
[러셀빌=AP/뉴시스] 1997년 10월31일(현지시간) 대니얼 루이스 리가 미국 아칸소주 러셀빌에서 기소인부절차(피고인에게 기소 사실 관련 유무죄 답변을 듣는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일가족을 살해한 리에 대한 연방정부 차원의 사형은 예정대로 13일 진행된다. 연방이 주관하는 사형은 17년 만이다. 앞서 피해 유가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이동이 위험하다면서 집행을 미뤄달라고 요청했지만 항소법원은 유가족의 손을 들어준 하급심 결정을 뒤집었다. 2020.07.13.
12일(현지시간) ABC뉴스, CBS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미국 제7 연방 항소법원이 이날 대니얼 루이스 리(47)의 사형 집행을 보류했던 하급심 결정을 뒤집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리는 오는 13일 인디애나주 연방 교도소에서 독극물 주사 방식으로 사형된다. 백인 우월주의자인 그는 1996년 아칸소주에서 총기상 윌리엄 뮬러와 그의 아내 낸시 및 8세 딸을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리는 체비 키호와 함께 뮬러 가족의 집에 침입했다. 질식사한 가족들의 시신은 늪에 던졌다.
리와 키호는 피해자들로부터 훔친 돈과 총으로 북서부 지역에 백인만 있는 공화국을 건설하려고 이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
앞서 피해자 유가족은 사형 집행을 직접 봐야 하지만 코로나 감염이 걱정된다는 취지로 법원에 사형 연기를 요청하는 소송을 냈다. 유족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 때까지 집행을 미뤄 달라는 취지다.
법원이 유족의 요청을 받아들였지만 법무부는 바로 항소했다.
유족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작은 방에서 사형 집행을 지켜보기 위해 수천 마일을 이동해야 한다. 사형이 진행될 테러호트 연방교도소에는 현재 확진자 4명이 수감돼있으며 사망자도 1명 발생했다.
유족은 사형 선고를 번복해달라는 게 아니라 "리의 사형을 지켜보면서 그 순간 함께 슬퍼할 수 있는 합법적인 권리를 행사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항소법원은 유족의 주장과 관련해 "논의할 만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유족들은 법무부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에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내려달라고 요청해왔다. 이 사건으로 딸과 손녀를 잃은 얼린 피터슨(81)은 리에게 키호와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의 영상 탄원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 피터슨은 "리가 내 인생을 망쳤지만 그의 목숨을 빼앗는 건 그 사실을 바꾸지 못한다"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피터슨은 보수 성향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다. 피터슨은 "리를 사형에 처하는 건 우리 가족 전체를 불명예스럽게 만든다"고 말했다.
리뿐 아니라 다른 남성 3명이 연방 정부 차원의 사형집행을 대기하고 있다.
15일 집행이 예정된 웨슬리 아이라 퍼키는 2003년 16세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했다. 80세 여성을 대상으로도 살안을 저질렀다.
11년 동안 퍼키와 소통해온 종교인은 코로나19 위험을 무릅쓰고 사형 집행장에 가야 하는 처지라면서 피터슨과 비슷한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과 관련한 법원 결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 사형 제도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사형 제도에 반대하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연방 사형제도를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대체하자는 입장이다.
WSJ에 따르면 5월 갤럽 설문조사에서 사형을 도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응답 비율은 54%를 나타냈다.
미국 사형정보센터(DPIC)에 따르면 50개주 가운데 25개주는 사형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2000년 미국에서 사형된 사람은 85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2명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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