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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發 '당대당 통합론'…요동치는 바른미래

등록 2018.06.07 17:5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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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한국 정치 현실에 제3의 길 없어"

바른미래 호남계 "당대당 통합론에 경악·분노"

김문수-안철수, 후보단일화 뚜렷한 진전 안 보여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자유민주주의 수호 국민대회'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18.06.06.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자유민주주의 수호 국민대회'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가 7일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를 향해 '당대당 통합'을 공개 거론하면서 바른미래당 내부가 요동치고 있다. 일각에선 단일화를 매개로 한 지방선거 후 야권재편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평가하지만, 현 시점에서의 당대당 통합론을 '이간계'로 규정하며 경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김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당대당 통합'이 이뤄진다면 단일화를 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그런 생각"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나는 한국 정치 현실에서 제3의 길이 없다고 생각한다. 없으면 빨리 양자택일해야 한다고 본다"고도 했다.

 사실 당대당 통합론은 지난 3일 김 후보와 안 후보가 심야 회동할 당시에도 거론된 이슈다. 양측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김 후보가 당대당 통합을 먼저 거론했고, 안 후보는 "아직 때가 아니다"라고 거리를 뒀다고 한다. 아울러 정치권에선 김 후보와 안 후보 간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필연적으로 야권재편으로 이어지리란 관측이 공공연했다.

 그러나 김 후보가 후보 간 단일화 협상 테이블을 벗어나 공개적으로 당대당 통합을 거론하고 나서면서, 일각에선 이번 통합론이 애초부터 단일화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바른미래당 '힘 빼기' 공세가 아니었냐는 의구심 섞인 시선이 나온다. 바른미래당을 독자적 정당이 아닌 자유한국당에서 일시적으로 분열된 정당으로 인식시켜 자연스레 흡수합병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실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지방선거 이후 야권재편의 필요성과 필연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양측이 그리는 야권재편 시나리오는 상당히 다르다.

 자유한국당은 바른미래당을 실질적으로는 흡수하되 형식적으론 당대당 통합 형식을 취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바른미래당은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 이후 홍준표 대표 등 현 지도부 세력과 나머지 세력으로 분화할 경우 한 축을 흡수해 '바른미래당 중심 야권재편'을 하는 방안을 유력시하고 있다.

 이처럼 두 당이 야권재편을 두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상황에서 김 후보가 공개적으로 당대당 통합론을 던지면서 바른미래당 내부는 적잖은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당장 김 후보와 단일화 문제가 걸려 있는 안 후보 역시 공개적인 당대당 통합론에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안 후보는 이날 경동시장 사거리 유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저는 선거 이후 어떤 것에 대해선 제 말씀을 드린 적이 없다"고 발언, 당대당 통합론에 대해 말을 아꼈다.

 안 후보 측 관계자 역시 "당대당 통합이라는 건 굉장히 법적인 표현이다. 법적인 표현은 홍 대표와 국민의당 출신 호남 지역 의원들 등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양측 모두에서 반발 세력을 세력화할 수 있다"며 "이기자고 단일화를 하는 건데 (선거를 앞두고) 당내 반발 세력이 세력화하면 표가 흩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바른미래당 내부에선 국민의당 출신 호남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대당 통합론에 대한 반발 목소리가 폭발했다.

 박주선 공동대표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김 후보가) 추악한 정치 굿판을 만들어 바른미래당을 모욕하고 있다"며 "우리가 다당제를 통해 거대 양당, 적대적 공생 관계를 깨뜨린다고 했는데 이제와 적폐 세력과 손을 잡는다는 건 국민 기망 행위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앞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8.06.07.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앞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8.06.07. [email protected]

김동철 원내대표 역시 성명을 내고 "자유한국당은 조속히 해체되고 청산돼야 할 정당일 뿐"이라며 "두 후보 간 단일화 문제에 이어 급기야 당대당 통합 얘기가 거론되는 것에 경악하고 분노한다"고 토로했다.

 바른정당 출신 일부 인사들도 비판 목소리를 냈다. 이준석 노원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후보는 이날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홍 대표 같은 분이랑 같은 당 해가지고 제가, 젊은 사람이 신세 망칠 일이 있나.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당대당 통합론을 비판했다.

 이처럼 당대당 통합론이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는 가운데, 정작 통합론을 이끌어낸 계기가 된 김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논의는 아직 눈에 띄는 진전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안 후보 측은 앞서 김 후보 측에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대적할 후보를 묻는 방식의 여론조사로 야권 단일후보를 결정하자고 제안했지만, 사전투표 개시까지 불과 12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나마도 사실상 어려워진 모양새다.
 
 다만 김 후보와 안 후보는 공개적으로는 서로 상대방의 사퇴를 요구하면서도 단일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공감하는 모습이다. 사전투표일이 지나더라도 13일 본투표가 남아있는 만큼 두 후보 간 단일화 문제는 막판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안 후보는 바른미래당 전신인 국민의당 시절에는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통합 공세에 시달렸었다. 김종인 당시 비대위 대표가 국민의당을 향해 '총선 전 통합'을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김 전 대표의 해당 발언 역시 국민의당에 분산될 표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됐었다. 안 후보는 당시 김 대표 통합 공세를 '비겁한 공작'으로 규정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원칙 있는 승리가 좋지만 그것이 어려우면 원칙 있는 패배가 낫다고 했다"고 일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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