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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불량배" vs "미친개" 北美 관계 악화 우려…韓 역할 중요

등록 2020.11.08 12: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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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연설·인터뷰 등 통해 대북 강경 입장 고수

"트럼프 행정부보다 더 강한 압박과 제재 가능성"

"북한과의 협상은 빨라도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

"한미 긴밀한 공조로 대북 협상 공백 최소화해야"

"당분간 북한이 전략적 도발 나설 가능성은 낮아"

[서울=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인민군의 한국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인민군 전사자묘를 참배했다고 22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 2020.10.2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인민군의 한국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인민군 전사자묘를 참배했다고 22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 2020.10.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그간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해 강경 발언을 해왔다. 이 때문에 바이든 정부 하에서 북미 관계가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해 11월 성명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어떠한 '러브 레터'도 없을 것"이라며 자신이 집권할 경우 대북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같은 해 12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시작한 '개인적 외교'를 지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no)'라고 답했다. 그리고 북한이 모든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때까지 대북 제재를 옥죌 것이냐는 질문에는 '예(yes)'라고 밝혔다.

바이든 후보는 뉴욕타임스 설문에서 이란이나 북한의 핵 또는 미사일 시험을 사전 억제할 목적으로 군사력 사용을 고려할 것이냐는 질문에서도 '예'라고 답했다. 그는 "나는 양 국가(이란이나 북한)에 의한 장거리 미사일 공격이 임박한 경우 무력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후보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에만 그와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는 지난 1월 TV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처럼 아무런 조건도 없이 김정은과 회담을 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미국은 북한이 바라는 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 줘서 정통성을 부여하고, 제재도 낮춰 줬다"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일본,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이 북한에 압박을 가하도록 강하게 압력을 넣겠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후보의 지난해 11월 TV 선거광고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악수하는 장면이 나온다. 광고는 "독재자와 폭군들이 칭송받고 우리 동맹들은 옆으로 밀려났다"고 설명했다.

바이든은 같은 달 11일 아이오와 유세에서도 "우리는 푸틴과 김정은 같은 불량배들을 포용하고 있다"며 "이 대통령(트럼프)은 도살자와 주고받은 연서에 관해 떠들고 있다"고 했다. 이어 김정은에 대해 "이 자는 본인 삼촌의 머리를 박살내고 공항에서 형을 암살했다"며 "그는 사실상 사회적으로 구속되는 가치란 것을 모르는 자"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북한도 가만있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해 11월14일 '미친 개는 한시바삐 몽둥이로 때려잡아야 한다'는 제목의 조선중앙통신 논평에서 "권력욕에 미쳐 입에서 구렝이(구렁이)가 나가는지 똥이 나가는지도 모르고 눈만 짜개지면 짖어대는 미친 개 한마리가 또 발작하였다"며 "바이든과 같은 미친 개를 살려두면 더 많은 사람들을 해칠 수 있으므로 더 늦기 전에 몽둥이로 때려잡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정부 시기 북미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성장 미국 윌슨센터 연구위원 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바이든이 당선되면 그의 집권 초기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트럼프 행정부의 현 대북정책보다 상대적으로 강경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이처럼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가 기본적으로 김정은을 '독재자', '폭군', '도살자' 그리고 '폭력배'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북한과의 협상에 회의적 태도를 취하며 일단은 현 트럼프 행정부보다 더욱 강한 대북 압박과 제재에 의존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윌밍턴=AP/뉴시스]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미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우리는 같은 미국인"이라며 "분열이 아닌 통합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라고 밝혔다. 2020.11.08.

[윌밍턴=AP/뉴시스]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미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우리는 같은 미국인"이라며 "분열이 아닌 통합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라고 밝혔다. 2020.11.08.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바이든 후보는 북미 정상 간 개인외교보다는 실무협상을 통한 단계적인 접근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모든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때까지 대북 제재를 유지·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국국방연구원은 "(바이든 정부의) 전략적 인내로의 회귀와 인권 문제 부각에 따른 북미 간 갈등 가능성도 우려되는 점"이라며 "북한이 전략 도발을 재개할 경우 비핵화 협상과 연계된 북미관계 개선 논리 대신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기조가 채택될 가능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짚었다.

연구원은 "나아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가치를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할 경우 북미 갈등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미 관계 악화에 무게를 두고 상황 대응 방안을 미리 준비하라고 우리 정부에 조언했다.

정성장 위원은 "바이든이 당선된다면 새로운 외교안보진영을 구성하고 대북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데 적어도 6개월 정도는 소요될 것이므로 북한과의 협상은 빨라도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런데 한국은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2021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2022년 5월 한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고 외교안보진영도 구축된 후에 미국과 한국이 대북정책 공조를 모색한다면 그동안에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은 더욱 고도화되고 북한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더욱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로 전락할 수 있다"며 "한미 간에 보다 긴밀한 정책 공조를 통해 대북 협상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국국방연구원은 "남북 관계 개선과 비핵화 협상의 추동력 담보를 위한 한미 공동의 접근법을 도출해야 한다"며 "북한의 전략 도발 방지를 위한 위기관리 태세를 점검하는 동시에 단계적 해법 제시와 같은 새로운 비핵화 방안에 대한 대비 방안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북미 관계가 악화되지만은 않을 것으로 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조만간 북한의 전략 도발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한다. 전략 도발을 할 요인이 별로 없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내부적으로 권력을 모두 장악했고 남북 간에 대결 상태도 아니고 중국과의 관계도 좋다. 특히 북한이 전략 도발을 하면 북한이 먼저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파괴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바이든 후보의 당선으로 대북 정책의 연속성이 깨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당분간 북미 관계는 탐색 기간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북한은 바이든 신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와 핵심 참모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고 확인된 이후 대미 입장을 정하고 향후 행동계획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기적으로 가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전략적 도발의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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