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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정권 내준 민주…책임론·쇄신요구 '소용돌이'

등록 2022.03.10 05:35:46수정 2022.03.10 16: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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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로 후유증 불가피…비대위 전환 가능성

지방선거 준비에도 빨간불…'질서 있는 수습' 관건

도로 친문 중심 당 재편 전망도…내분 도화선 우려

尹과 접전 끝 석패에 예상보다 타격 크지 않을 수도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대선 패배 승복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3.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대선 패배 승복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3.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제20대 대통령선거가 10일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의 승리로 끝남에 따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급격한 혼돈 속에 빠져들 전망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까지 이른바 '잃어버린 9년'을 보내고 정권을 되찾은지 5년 만에 이재명 후보의 패배로 도로 야당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대선 패배 책임론과 쇄신 요구가 휘몰아칠 것으로 예상돼서다.

특히 대선 패배가 몰고 올 소용돌이 속에서 계파갈등이 부활하고 현 여권 내 권력구도의 급격한 지각변동에 따른 세력 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단 대한민국 최대 권력인 대통령 자리를 국민의힘에 넘겨주게 된 만큼 민주당은 상당 기간 후유증이 불가피하다.

당장 이 후보와 지도부를 향한 당내 책임론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송영길 대표와 최고위원 뿐만 아니라 윤호중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전원 동반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오는 6월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도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민주동안 그동안 대선에 올인하기 위해 예비후보 등록 자제와 개별 선거운동 금지령을 내린 터여서 본격적인 지방선거 준비에 필요한 시간도 부족한 상태다.

지도부 총사퇴와 비대위 체제 전환 등에 따른 리더십 공백 때문에 행정권력에 이어 자칫 지방권력까지 내줄 수 있다는 당내 위기감도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당이 얼마나 '질서 있는 수습'에 성공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책임론과 함께 당을 향한 전면 쇄신 요구도 분출할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이 걸린 4·7 재보선 참패 이후에도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쇄신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른바 '조국 사태' 반성에 대한 지지층 역풍과 '대선 모드' 돌입으로 이내 묻혀버렸다.

그러나 대선 패배는 재보선 참패와는 급이 다른 충격파여서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도 쇄신론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핵심은 당내 주류인 '586 정치인'들에 대한 기득권 내려놓기 요구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도 당내 일각에서 586세대의 2선 퇴진 요구가 있었고 당도 이 후보의 정치개혁 공약을 뒷받침하며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연임 금지 등을 약속한 만큼 쇄신론도 힘을 받을 여건이 조성돼 있다.

경기지사직을 내던지고 대선에 도전한 이 후보의 정치적 입지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후보는 여권 내 차기 대선후보 관련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압도적 우위를 바탕으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대세론을 입증했지만 이를 대선 승리로까지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형수 욕설'과 일가족 살인 조카 변호, 음주운전 전과 등 후보 개인의 도덕성 논란과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및 장남의 불법도박 등 가족 리스크, 선거운동 과정에서 일으킨 각종 설화 등이 대선 패배 원인으로 지목될 경우 여권 내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

이 후보는 높은 지지율을 앞세워 친문 지지층 내에서 해소되지 않은 반감을 뛰어넘으며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바 있지만 대선 패배로 비토 정서가 다시 꿈틀댈 가능성도 있다. 실제 이번 대선에서도 일부 친문 지지들은 끝내 윤 당선인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선거상황실에서 의원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유력이 발표된 후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3.0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선거상황실에서 의원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유력이 발표된 후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3.09. [email protected]

이런 과정에서 그의 대세론을 등에 업고 여권 내 신주류로 떠올랐던 이른바 '친(親)이재명계'가 소멸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에게 책임론이 제기되는 사이 다시 친문 중심으로 당이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퇴임을 눈앞에 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전히 40%선을 웃도는 가운데 대선 패배의 소용돌이 속에서 여권이 기댈 수 있는 것은 결국 문 대통령 밖에 없지 않겠냐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국회의원직을 내던지기는 했지만 이 후보와 가장 강하게 경쟁했고 이번 대선에서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역할을 했던 이낙연 전 대표를 구심점 삼아 도로 친문 중심의 당으로 돌아갈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권 심판적 성격이 강했다는 점에서 저항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과 친문 세력이 전권을 휘어잡은 2016년 총선부터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연승가도를 달리며 행정권력과 지방권력 뿐만 아니라 170여석의 거여(巨與) 입법권력까지 휘어잡았다.

그러나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과 집값 폭등 및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에 따른 부동산 민심 이반 등으로 지난해 4·7 재보선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참패를 당하며 붕괴의 조짐을 보였다.

결국 이번 대선도 부동산과 코로나 방역, 청년 문제 등 문 대통령의 실정에 성난 민심의 심판 앞에 이 후보와 민주당이 무릎을 꿇은 셈이어서 친문이 책임론을 비껴갈 수 있겠냐는 시각도 나온다.

만일 이런 일련의 과정, 즉 비주류 송 대표와 친문 윤 원내대표 등 지도부 사퇴, 당내 586 기득권 퇴진 요구, 친이재명계와 친문재인계의 책임론 공방 등이 모두 맞물릴 경우 당은 극심한 분열과 갈등으로 내홍을 겪을 수도 있다.

다만 정권 심판론이 작동하는 불리한 선거구도 하에서도 윤 당선인과의 격차가 0.76%포인트(개표율 99.79% 기준)에 불과할 정도로 이 후보가 나름 분전한 만큼 큰 내분 없이 조기에 혼란을 수습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고 이 후보와 윤 당선인 간 표차도 25만4000여표 밖에 되지 않아 국민 절반의 지지를 온전히 가져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대선 패배로 인한 큰 후유증 없이도 질서 있는 수습이 가능할 것이란 시각도 만만치 않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이날 KBS 개표방송에서 "윤 후보의 당선으로 굳어진다면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으로서 매우 질서 정연하게, 매우 근소한 패배이기 때문에 성찰할 건 성찰하고 고칠 건 고칠 것"이라며 "정계 개편을 말씀하시는데 그런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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