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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협상 6개월 만에 타결...성공적으로 치른 방어전?

등록 2018.03.26 16:4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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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2021년 폐지 예정인 화물 자동차 관세철폐 기간이 20년 연장된다. 미국 기준만 충족되면 수입이 허용하는 수입 할당량도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확대된다.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2021년 폐지 예정인 화물 자동차 관세철폐 기간이 20년 연장된다. 미국 기준만 충족되면 수입이 허용하는 수입 할당량도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확대된다.  [email protected]

한미 FTA 폐기 카드에 협상 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전략 바꿔
자동차 분야 집중적으로 다뤄...한국산 픽업트럭 관세 20년 연장
농산물 추가 개방·미 자동차 부품 의무 사용 포함 안돼

【서울=뉴시스】박상영 기자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이 협상 시작 6개월여 만에 타결됐다. 협상이 발효된 지 6년밖에 지나지 않은 협정이며 양국의 관심 사항도 자동차 등 일부 분야에 한정된 사안이었던 만큼 협상이 신속하게 진행됐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이달 집중적으로 협상을 진행한 결과, 원칙적 합의를 도출했다. 한미 양국은 3월 15~16일 3차 개정협상을 진행한 가운데 6차례의 한미 통상장관 회담, 4차례의 한미 FTA 수석대표 간 협의를 진행했다.

한미 FTA 개정협상은 시작부터 진통을 겪어왔다. 지난해 8월 열린 1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미국의 협정 개정 요구에 우리나라는 한미 FTA 성과를 조사·분석하는 것이 먼저라고 응수했다.

이에 미국은 한미 FTA 폐기 카드를 꺼냈고 우리 협상단은 지난해 10월 열린 2차 특별회기에서 개정협상에 합의했다.

미국이 개정협상을 강하게 압박한 데는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에 있었다. 대미 무역수지는 2012년 한미 FTA 발효 이후, 2015년까지 꾸준히 상승해왔다. 2016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전환했지만 지난해에도 178억7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와 관련해 "끔찍한 협상"이라며 강하게 압박해오자 우리 통상 당국은 개정 협상 폭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

산업부에 따르면, 미 측은 협상 기간 대미 무역흑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에 집중해 한국산 픽업트럭 관세철폐 기간을 2021년에서 2041년으로, 미국 기준만 충족되면 수입이 허용하는 차량 쿼터(수입 할당량)도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확대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당초 우려했던 만큼의 협상 결과는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미국이 철강 관세 면제를 지렛대로 자동차 분야 원산지 기준 강화를 요구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앞서 미국은 북마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 자동차 역내부가가치 기준을 62.5%에서 85%로 올리고 미국산 부품 50% 의무 사용 등을 요구했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미국 철강 232조 조치 밎 제3차 한미 FTA 개정 협상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18.03.26.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미국 철강 232조 조치 밎 제3차 한미 FTA 개정 협상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18.03.26. [email protected]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픽업트럭 관세 연장은 국내에서 픽업트럭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업체가 없음을 감안을 했다"며 "자동차 안전기준도 미국으로부터 제작사별 실제 수입물량은 모두 1만대 미만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기준, 포드사가 8107대, GM사가 6762대, 크라이슬러사가 4843대를 한국 시장에 수출했다. 미국에서 생산한 독일과 일본산 자동차를 포함해도 BMW는 8323대, 벤츠는 4624대, 닛산은 6197대, 도요타는 4596대로 1만대 미만에 그치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 우리 측 관심 사항이었던 무역구제 분야도 반영됐다.

김현종 본부장은 "반덤핑·상계관세 조사를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게 진행하고 구체화하자는데 양국 간 구속력이 있는 조약의 형태로 합의한 것이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려했던 농산물 추가 개방과 미 측이 요구할 것으로 예상했던 미 자동차 부품 의무 사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제현정 무역협회 통상연구위원은 "우려했던 농산물 추가 개방이 빠지고 자동차 부분도 업계의 우려와는 달리 선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협상이 철강관세와 엮이다 보니 방어전 성격이 강했다. 철강업계에서도 쿼터 확보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쿼터를 확보한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미 FTA 협상은 발효된지 20년이 넘은 NAFTA와 달리 5년 밖에 지난지 않은 협상이기 때문에 개정 수요가 크지 않아 개정 협상이 빨리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픽업트럭 시장은 큰 시장인데 관세 철폐 연장은 아쉽다"면서도 "대미 무역흑자를 늘리는 것이 통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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