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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양적완화, 단기자금시장 녹일까

등록 2020.03.2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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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한국판 양적완화…"단기시장 아직 우려 잔존"

증권사발 단기채 투매 펀드런 조짐까지…"이달 말이 고비"

[서울=뉴시스]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방안 실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0.03.2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방안 실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0.03.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한국은행의 사상 첫 '한국판 양적완화' 카드가 살얼음판인 단기자금시장을 안정시킬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예상치를 웃도는 조치로 시장이 한숨을 돌렸지만 분기 말 자금 경색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이 이례적으로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게 된 배경으로는 기업어음(CP) 시장 등 단기자금시장에서 고조된 유동성 위기가 꼽힌다.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로 한 차례 경색된 CP 시장에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의 머니마켓펀드(MMF) '펀드런'이라는 악재가 연이어 발생하자 특단의 조치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26일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과 공개시장 운영대상 기관 증권을 확대하는 내용 등의 '공개시장운영규정과 금융기관대출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6월말까지 매주 1회 정례적으로 전액공급방식의 RP(91일 만기)매입에 나서게 된다. 시장 유동성 수요 전액을 무제한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판 양적완화로 CP 시장 한숨 돌렸지만…"분기 말 더 지켜봐야"

한은이 양적완화를 단행하기로 하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분기 말 유동성 위기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은의 조치는 내달부터 시행되고 CP 직매입 등의 방안은 담겨있지 않은 상태다. 한은은 일단 이달 말까지 감독당국과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에 통화안정증권·증권단수매매 대상 7곳, 국고채 전문 딜러 4곳 등 증권사 11곳을 추가했다. 신한금융투자, 현대차증권, KB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교보증권, 대신증권, DB금융투자, 메리츠증권 등이다. 기존에는 은행 16곳, 증권사 5곳으로 한정됐으나 대폭 늘릴 것이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분기 말에는 기본적으로 자금 수요가 있어 CP 등의 자금경색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면서 "CP 금리는 채안펀드, 단기자금시장 지원 대책 발표에도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6일  A1등급 CP(91일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7bp(1bp=0.01%포인트) 오른 연 2.04%에 거래를 마쳤다. CP 금리가 연 2%를 넘긴 것은 마감 기준 지난 2015년 3월11일(연 2.13%) 이후 처음이다.

전날 오전에는 한은의 발표 영향으로 국고채 등 모든 금리가 줄하락했지만 CP 금리만 홀로 14bp 상승한 연 2.01%에 거래됐다. 이후 금리는 3bp 더 오르며 마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번 결정이 시장에 확실한 시그널을 줘 분기 말 증권사의 유동성 위기를 다소나마 해결해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일부 기관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번 정책시행으로 시장에 안도감을 줘 CP와 단기자금시장은 한숨을 돌린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이번 조치를 내달부터 시행하게 된다. 한은은 일단 이달 말까지 분기 말 우려를 감독당국과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해결한다는 입장이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지난 26일 "통상 시장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도 분기 말에는 여러 자금 수요와 자금 비율 유동성 경색이 나타난다"며 "모든 조치가 4월 이후 시행돼 3월 말까지 정부나 감독당국이 모니터링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분기 말 살얼음판만 잘 넘기면 내달부터 양적완화 조치가 시행되며 조금씩 CP 시장의 정상화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RP 매입, 증권사들의 콜차입 확대 등 실효성 있는 방안으로 크레딧 단기자금시장 안정 도모가 기대된다"며 "특히 ELS 관련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된 증권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최근 1년간 CP 금리 추이. 2020.03.26.(사진 = 금융투자협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최근 1년간 CP 금리 추이. 2020.03.26.(사진 = 금융투자협회 제공) [email protected]

◇CP 시장 경색 ..국민연금·우본의 MMF '펀드런'까지

한은이 이례적인 조치에 나선 것은 ELS 마진콜 압박과 MMF 펀드런 등에 따른 증권사의 유동성 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25일 위탁운용사에 대규모의 MMF 환매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채권시장에서 CP 금리는 전날보다 22bp 뛴 연 1.87%에 거래를 마쳤다. CP 금리는 지난 18일부터 7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68bp 급등했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전날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가 위탁사에 대규모 MMF 환매 요청을 함에 따라 CP 시장이 난리가 났다"며 "지시를 받은 위탁사들이 갑작스럽게 MMF 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CP 시장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전했다.

MMF는 주로 단기 국공채를 담고 있지만 수익률을 위해 CP도 담고 있어 일시에 빼게 될 경우 시장에 문제가 발생한다. MMF란 단기 금융상품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단기 금리차로 인한 수익을 챙기는 초단기공사채형 상품이다. 금리가 높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CP, 양도성예금증서(CD), 콜 등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얻는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시장에서는 MMF까지 불안한 상황에 놓이자 연기금이 시장 안정과 별개로 움직이며 자금 회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글로벌 채권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MMF의 장부가와 시가평가 간에 괴리가 발생해 자금을 먼저 뺀 것으로 관측된다.

한 증권사 대표는 "MMF가 시가평가 방식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먼저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의 결과"라며 "하지만 연기금과 같은 곳이라면 오히려 자금을 넣어야 하는 기간임에도 환매하는 것은 다소 아쉬운 결정"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분기 말이 다가오자 일반적인 MMF 리밸런싱 물량까지 나와 시장 경색이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MMF는 법인 자금 속성상 월말, 분기말, 반기말 등 말일이 가까워지면 자금 리밸런싱에 따라 유출이 발생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MMF는 지난 19일부터 24일까지 4거래일간 9조4344억원이 빠져나갔다. 특히 법인 MMF 물량이 많이 빠졌다. 법인 MMF는 이 기간 동안 123조6510억원에서 114조5160억원으로 9조1350억원이 빠지며 환매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앞서 ELS 마진콜에 따른 증권사들의 유동성 위기 우려로 한 차례 경색된 CP시장이 정부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에도 쉽게 진정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코로나19 확산에 유로스탁스50,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 등이 폭락해 증권사들이 추가로 증거금을 내야 해 이를 메꾸기 위한 CP 물량을 내놓으며 금리가 크게 올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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