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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빚투'도 고신용자나 가능…자영업자·소상공인에겐 남 얘기

등록 2020.09.23 10:22:02수정 2020.09.23 13:5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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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역대급 폭증에 우려 목소리

중·저신용자 찾는 2금융도 증가세지만

'영끌·빚투' 목적의 자금 수요는 극소수

당국 "시장 주시…필요하면 대응할 것"

'영끌·빚투'도 고신용자나 가능…자영업자·소상공인에겐 남 얘기

[서울=뉴시스] 신효령 박은비 기자 =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신용대출 속도조절을 주문하면서 저축은행·카드사 등 제2금융권으로 신용대출 수요가 쏠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저축은행·카드업계에서의 신용대출 증가는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자금 마련)', '빚투(빚내서 투자)' 움직임이 아니라 소상공인의 생활자금 수요로 파악됐다. 과도한 신용대출 규제가 서민경제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저축은행업계 "가계신용대출 증가가 영끌은 아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8개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27조8000억원으로 신용대출 위주로 지난해 말보다 6.5%(1조7000억원) 증가했다.

저축은행들은 신용대출이 증가세이기는 하지만 시중은행에서 급증한 것과 비교하면 유의미한 변화는 없다고 보고 있다. 최저 10%대 금리로 대출을 받아 부동산 영끌, 빚투를 도모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빚투나 영끌은 대략 3% 아래 금리가 적용되는 사람들(고신용자)에게나 해당하는 이야기"라며 "저축은행은 보통 10% 이상 금리인데 그렇게까지 빚을 내서 투자하려면 얼마나 수익을 내야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계신용대출과 카드론 잔액이 증가하고 있으니 영끌, 빚투 영향이 아닐까 하는 건 대상을 너무 확대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에 한정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도 "저축은행을 찾는 사람들은 '금리가 몇퍼센트냐'보다 '대출을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인 사람들"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2금융권에서 우량고객군으로 분류되는 중금리 시장은 자영업자보다 직장인 중심이라 일부 빚투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이 관계자는 "중금리 자체는 급여 소득이 있는 직장인이 다수일텐데, 이들이 받아가는 대출이 늘었다는 건 (생활자금보다) 주식 투자 용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칫 영끌·빚투를 이유로 신용대출 옥죄기에 들어갔다가 서민 생활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도 현재까지 원론적인 입장이다. 추석 연휴 이후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대상 확대 등 가계대출 규제 개선안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시장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종합적인 점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식 투자 열풍, 저축은행 예·적금 금리 올렸다

주식 투자 열풍은 오히려 저축은행권 예·적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동자금을 붙들기 위해 예·적금 금리도 잇따라 인상하는 추세다.

SBI저축은행과 JT저축은행은 이달에만 두차례 정기예금 금리를 인상했다. 각각 최고 2.1%, 2.2% 금리 수준이다.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 등도 최근 금리를 소폭 인상했다.

저축은행권 관계자는 "각사마다 예·적금이든 대출이든 목표치를 설정하고 예상치 안에서 움직이는 걸로 보인다"며 "자산 증가보다 건전성 관리에 방점을 두고 과거보다 신중하게 취급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3.4%로 지난해 말보다 0.2%포인트 개선됐다. 특히 가계신용대출 연체율은 3.4%로 지난해 말보다 0.4%포인트 낮아졌다.
'영끌·빚투'도 고신용자나 가능…자영업자·소상공인에겐 남 얘기

◇카드업계 "카드론 이용 증가는 생활자금 수요"

한국은행의 '2020년 7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7월말 은행의 가계대출은 936조5000억원으로 전월보다 7조6000억원 늘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4년 이후 7월 증가액 기준으로 역대 최대 폭이다.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대출 등 기타대출(245조6000억원)은 3조7000억원 늘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우리·하나·롯데카드)의 6월 카드론(장기 카드대출) 이용액은 3조9415억원으로, 전달(3조5260억원)보다 11.7%(4155억원) 증가했다. 7월 카드론 이용액은 3조989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5%(3130억원) 늘었다.

전문가들은 카드론 이용 증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대출수요가 늘어난 것을 꼽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신용자나 고신용자는 카드론을 이용하지 않고, 보통 3~5등급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카드론을 이용한다"며 "카드거래를 할 수 있는 사람들 중에서 등급이 약간 낮은 사람들이 생활자금으로 많이 쓰고 있다. 카드론 이용액 증가는 코로나, 장기불황 등으로 생활이 어려워진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카드사들의 카드론 금리도 상승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7개(신한·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전업 카드사의 표준등급 기준 지난 8월말 카드론 평균금리(기준가격)는 14.30~16.72%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 말에 비해 소폭 상승한 수준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카드론 금리가 높아진 이유를 카드사 입장에서 보면 돈을 못 받을 위험이 커진 것, 위험 프리미엄이 높아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코로나 장기화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은 사람이 늘어났다. 이것이 카드론 이용 증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실제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이 카드론을 주로 이용한다"며 "정부가 정책금융을 통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서민·소상공인 등을 도와줄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금융당국 주문에 카드사들 리스크 관리

카드론 금리 인상은 카드사들이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리역전 현상을 방지하고, 금리 할인 마케팅을 자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이 있었다"며 "이 여파로 저신용자에 대한 금리할인 마케팅을 축소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집중했다. 이에 따라 카드론 금리도 일부 상승했다"고 말했다.

급증하는 신용대출이 카드업계에 잠재적 금융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신용대출 증가가 카드사들을 부실위험에 놓이게 하거나 영끌·빚투 등을 조장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카드론 금리가 은행권 신용대출보다 현저히 높고, 대출한도가 있기 때문이다.

하준경 교수는 "카드론은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과 다르게 당장 급전이 필요해 이용하는 것"이라며 "카드론의 금리가 보통 연 10%를 넘는데, 이걸 가지고 부동산·주식 투자를 한다고 보는 건 무리가 있다. 카드론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중신용자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저신용자는 아예 카드를 못 만들고 대출받기 쉽지 않다"며 "상위등급은 신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카드론을 잘 안 쓴다. 카드사들이 사람들의 신용상태를 보고 금리를 정한다. 회사가 부실해질 정도로 한도를 늘려줄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김상봉 교수는 "은행의 신용대출은 한도가 크기 때문에 주식 투자와 연결된다. 하지만 카드론 한도는 그렇게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카드론 한도는 카드사용 총 한도와는 별개"라며 "총한도가 1000만원이 넘지 않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 중 카드론 한도는 300만~400만원 정도인데 그걸 갖고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도 "신용등급 1등급은 은행에서 3~4%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카드론의 경우 7~8%대의 금리가 적용된다"며 "일반적인 근로소득자라면 대부분 은행을 이용하고, 카드론까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당국이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을 지나치게 옥죄면 자영업자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임대료를 못내 빚을 지거나 폐업하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은 감안해야 한다. 과도한 신용대출 규제는 침체된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한 각종 정책과 상충될 수가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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