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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 신드롬, '골목상권 침해' 논란...왜?

등록 2017.08.09 13:2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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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워너원 데뷔 쇼케이스 현장. 2017.08.07. (사진 = CJ E&M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워너원 데뷔 쇼케이스 현장. 2017.08.07. (사진 = CJ E&M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가요계에 불고 있는 그룹 '워너원'의 신드롬이 대중음악계에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을 촉발시키고 있다.

 '워너원'이 결성된 '프로듀스 101' 시즌2을 방송한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을 운영하는 CJ E&M이 매니지먼트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중견 가요기획사의 생존에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듀스 101'은 중견 가요기획사 연습생들 중에서 뽑힌 11명을 프로젝트 그룹으로 데뷔시켜주는 프로그램이다.

CJ E&M은 한정돼 있는 이들의 활동 기간 동안 YMC엔터테인먼트에게 위탁 매니지먼트를 맡기고 있지만 사실상 모든 것을 관리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매니지먼트연합, 사단법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단법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로 구성된 비영리 사단법인 음악제작사연합이 9일 '방송 미디어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공동 성명서'을 발표하는 등 논란이 번지는 모양새다.

◇방송사의 골목 상권 침해 논란 왜?

CJ E&M은 이미 매니지먼트 사업을 벌이고 있다. 산하에 레이블을 두고 가수 로이킴, 박보람, 손호영, 홍대광 등을 매니지먼트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프로듀스 101 시즌2'로 탄생한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의 멤버 강다니엘이 데뷔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8.07.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프로듀스 101 시즌2'로 탄생한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의 멤버 강다니엘이 데뷔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8.07. [email protected]

문제는 앨범 선주문만 50만장을 기록하고 가요계 대전 속에서도 음원차트 1위를 휩쓴 워너원의 파급력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본인들이 방송을 통해 키운 그룹을 내년 12월까지 계약으로 묶어둔 채 음반, 공연, 광고는 물론 각종 부가 상품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방송사의 영역을 벗어났다는 것이 가요계의 지적이다.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 1위를 차지해 워너원 멤버로 발탁된 강다니엘은 MMO 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2014년 CJ E&M과 파트너쉽 계약을 체결, 산하 레이블이 됐다.

 '프로듀스 101' 시즌 2 출연 당시 소속사에 적을 두지 않고 개별 연습생 신분으로 주목 받았던 워너원의 또 다른 멤버 김재환은 최근 CJ E&M과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외에 다른 워너원 멤버들이 본래 소속된 다른 기획사들은 내년 워너원의 활동이 끝날 때까지 이들이 주축이 된 팀을 꾸릴 수 없는 상황이라 피해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방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보유한 CJ E&M이 매니지먼트 사업까지 본격화하면 소위 3대 가요기획사로 통하는 SM·YG·JYP엔터테인먼트에 필적할 만한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서울=뉴시스】 아이돌 프로젝트 '더 파이널 99 매치'. 2017.08.09. (사진 = KBS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아이돌 프로젝트 '더 파이널 99 매치'. 2017.08.09. (사진 = KBS 제공) [email protected]

이러한 방송 미디어의 음악산업 수직계열화가 특히 음악 생태계를 변질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CJ E&M은 '제2의 프로듀스 101'를 꿈꾸며 최근 새로 론칭한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학교'출연자들과 전속계약, 매니지먼트를 선점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합숙과 트레이닝이 필요한 기간 동안 케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매니지먼트를 맡지 않을 예정"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음악제작사연합은 "대기업 및 방송 미디어는 이미 음원 유통과 판매, 음원 제작, 공연을 아우르는 형태의 수직구조를 갖추고 최근 매니지먼트의 영역에까지 진출한 상태"라며 "이는 엔터테인먼트 전체의 수직계열화를 가져와 모든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산업구조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미디어·대기업의 매니지먼트의 악영향은?

방송 미디어들간의 경쟁은 변칙 매니지먼트의 문제점을 드러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한 가수들을 1~2년 단기적으로 전속화해 수익을 창출하는 단타형 매니지먼트 회사가 범람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따라 한편에서는 다양한 연습생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겠다는 프로그램의 취지와는 달리 방송 미디어의 수익 극대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음악제작사연합이 "방송 미디어가 가지는 공익성과 공정성은 점점 훼손되어 가고 불공정한 구조의 확장으로 음악산업의 위축을 불러올 것"이라고 목소리른 높이는 이유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컨벤션센터 파인홀에서 열린 JYP 뉴 걸그룹 데뷔 프로젝트 Mnet '식스틴(SIXTEEN )'제작발표회에서 JYP신인 걸그룹 후보 16인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박진영, 은서(한국), 채령(한국), 나띠(태국), 민영(한국), 모모(일본), 채영(한국), 나연(한국), 다현(한국), 쯔위(대만), 미나(일본, 미국), 정연(한국), 사나(일본), 지효(한국), 지원(한국), 소미(한국, 캐나다, 네덜란드), 채연(한국). 2015.04.29.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컨벤션센터 파인홀에서 열린 JYP 뉴 걸그룹 데뷔 프로젝트 Mnet '식스틴(SIXTEEN )'제작발표회에서 JYP신인 걸그룹 후보 16인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박진영, 은서(한국), 채령(한국), 나띠(태국), 민영(한국), 모모(일본), 채영(한국), 나연(한국), 다현(한국), 쯔위(대만), 미나(일본, 미국), 정연(한국), 사나(일본), 지효(한국), 지원(한국), 소미(한국, 캐나다, 네덜란드), 채연(한국). 2015.04.29. [email protected]

결국 갑과 을의 관계에서 방송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을인 중소 기획사들은 단순 에이전시로 전락할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벌써부터 한 지상파 방송사는 새로 론칭하는 아이돌 관련 프로그램에 소속 연습생을 내보내지 않을 경우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힘들 것이라는 협박 아닌 협박을 받았다고 한 가요 관계자는 전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방송 미디어의 권력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이런 일이 빈번하게 되면 중소 업체들은 생존을 위한 시도를 제한받는 것은 물론, 방송 미디어에 자사 소속 가수를 단순히 소개하는 역할에 국한된 에이전시로 전락해나갈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중소 기획사와 소속 연습생간의 갈등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법적 다툼도 벌어지고 있다.

음악제작사연합은 "이러한 움직임이 지속될 경우 대중음악산업은 산업 생태계의 최상위에 위치한 방송 미디어간의 경쟁으로 변질될 것"이라면서 "이는 가요계를 살리겠다는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와 달리 중소 제작사들을 몰락시키는 폐해를 낳고 더 나아가 음악산업 전반의 기형적 변형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결책은 없나?

각종 논란에도 아이돌 육성을 소재로 한 대형 방송사 프로그램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프로듀스 101' 방송 전에도 YG와 JYP는 각각 엠넷과 손잡은 그룹 결성프로젝트 '후 이즈 넥스트' '믹스&매치'와 '식스틴'을 통해 현재 인기 그룹 반열에 오른 위너·아이콘, 식스틴을 결성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아이오아이, 그룹(사진=아이오아이 트위터)

【서울=뉴시스】아이오아이, 그룹(사진=아이오아이 트위터)

이런 선례가 이어지니 다른 방송사에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KBS는 10월 방송 예정인 '더 파이널 99매치'(가칭)를 제작 중이다. 전, 현직 아이돌들을 대상으로 이들에게 재조명될 기회를 주겠다는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다. KBS는 접수를 받았지 하루 만에 지원자가 약 350명에 달했다고 전했다.

MBC에서도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인기 그룹을 대거 보유 중인 YG엔터테인먼트 역시 '프로듀스 시즌1'을 만든 엠넷의 한동철 PD를 영입,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물론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의 좋은 본보기도 있다. 지난해 '프로듀스 101'를 통해 결성된 걸그룹 '아이오아이' 멤버들은 이 팀의 활동이 끝난 뒤 본래 소속사로 돌아가 소속사는 물론 자신이 속한 그룹의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정채연이 속한 다이아, 김세정이 속한 구구단, 나영이 속한 프리스틴, 최유정과 김도연이 속한 위키미키가 예다.

방송사와 기획사 그리고 아이돌이 공생하는 가장 좋은 방안은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의 본래 취지대로 아이돌을 상품으로 대하기보다 뮤지션으로 대접하는 동시에 기회를 주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요계 관계자는 "'프로듀스 101'의 시즌 1, 2 성공 이후 아이돌 소재 프로그램이 황금알이 낳는 거위가 됐다"며 "수익 창출과 화제성을 위해 아이돌과 기획사를 배려하지 않는 무분별한 콘셉트 따오기는 아이돌의 이미지의 소비는 물론 프로그램의 경쟁력까지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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