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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세영, 배우의 어떤 치열한 삶···"좀비 같은 생명력"

등록 2019.03.08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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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

이세영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당장 폰 배경화면부터 탤런트 여진구(22)의 사진으로 바꿨다. 부부로 호흡을 맞추기에 빨리 친해지기 위한 노력이다. 신발장 등 집안 곳곳에 감정선 그래프도 그려 붙였다. 감정선을 세분해 기록하고, 섬세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탤런트 이세영(27)은 tvN ‘왕이 된 남자’로 첫 주연을 맡아 의욕이 넘쳤다. 하지만 캐스팅된 후 작품이 끝날 때까지 두려움이 계속됐다. ‘잘하고 있나?’라고 끊임없이 의심했다. 최선을 다해도 결과가 안 좋으면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준비한 것을 다 못 보여주면 “스스로 용서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극중 이세영은 중궁전의 주인이자 임금 ‘이헌’(여진구)의 부인인 ‘유소운’을 열연했다. 상대역인 여진구는 나이는 다섯 살 어리지만, 누구보다 큰 자극이 됐다. 카리스마 넘치는 왕 이헌과 두려울 것 없는 광대 ‘하선’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모습을 보며 ‘정말 타고났다!’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키가 크거나 외모가 화려하지 않다. 연기도 타고나지 않았다. 그런데 진구가 1인2역을 오가며 연기하는데 정말 잘하더라.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엄청나게 연구하고 연습하겠지만, ‘대단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난 그렇지 못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것 밖에 없었다. 소운이와 가장 비슷한 점이 처절하다는 거다. 소운이는 궁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지 않았느냐. 나는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했다.”
[인터뷰]이세영, 배우의 어떤 치열한 삶···"좀비 같은 생명력"

원작과 관련한 부담감은 없었다. 원작인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2012)은 관객 1232만명을 모으며 큰 사랑을 받았다. 리메이크했지만 드라마 ‘왕이 된 남자’는 등장인물들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멜로 라인도 추가 됐다. 특히 소운은 멜로가 주축이 된 캐릭터다. 이헌과 하선에 따라 감정에 변화를 줘야 했다. 여진구의 도움이 컸다며 “워낙 연기를 잘해 다른 인물 같았다. 눈빛, 걸음걸이 모두 달라서 자연스럽게 감정이 나왔다”고 털어놓았다.

‘이헌·소운’ 대 ‘하선·소운’으로 러브라인을 지지하는 파가 갈렸다. “한 사람이 연기한 것 아니냐. 둘 다 실제로는 진구니까. 진구와 연기할 때 항상 좋았다”면서도 “하선보다 이헌과 연기할 때 애틋함, 긴장감이 더 커서 좋았다”며 미소 지었다. “진구와 함께 작업을 하며 팬이 됐다. 다음에 또 호흡을 맞추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 동안 이세영은 밝고 명랑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다. 실제 성격도 긍정적이고 에너지로 가득해 처음에는 어색함이 없지 않았다. 중전으로서 체통과 절개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감정을 표현하는 데 조금 제약이 있었다. 초반에는 리허설할 때도 어색했지만, ‘옷이 날개’라고 한복을 입고 머리에 장신구를 달면 자연스럽게 자세가 나오더라.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 같다. 중전이라서 아래 사람들을 항상 거느리고 다녔는데, 뒤를 돌아보면 항상 사람들이 옆으로 비키더라. 일상에서도 ‘전~하, 신첩 이만 퇴청하겠사옵니다~’라고 장난치면서 즐겼다. (웃음)”
[인터뷰]이세영, 배우의 어떤 치열한 삶···"좀비 같은 생명력"

‘왕이 된 남자’는 시청률 10%(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 기준)를 넘으며 사극 열풍을 일으켰다. 이세영은 흥행성공의 목마름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 전작 ‘최고의 한방’(2017), ‘화유기’(2018)는 이렇다할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호평을 들었다. 여전히 소운을 떠나 보내지 못한 듯하다. “아직 중전인 것 같은데, 현실은 고양이가 밥 달라고 울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이세영은 1996년 드라마 ‘형제의 강’으로 데뷔, 연기 경력은 20년이 넘는다. 하지만 현장에 가면 막내를 자처한다. 인터뷰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대뜸 명함부터 꺼냈다. 기자들의 명함을 받으며, 자신도 명함을 갖고 싶었단다. 명함에는 ‘프레인TPC 오피스라이프스타일팀 과장&소속배우’라고 적혀 있다.

소속사 프레인TPC에서는 ‘청소 과장’으로 통한다. 이세영은 작품 활동을 하지 않을 때 매일 사무실을 찾는다. 직원들과 함께 밥을 먹고 청소를 한다. 손님이 오면 커피 타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일도 없는데 나와서 밥을 먹으니까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아서”다.

‘왕이 된 남자’ 촬영으로 인해 자주 자리를 비워 “내 자리를 뺀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외근이 많고, 출장도 자주 가서 과장 이상으로 승진하는 것은 어럽지 않을까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인터뷰]이세영, 배우의 어떤 치열한 삶···"좀비 같은 생명력"

이세영은 ‘왕이 된 남자’를 ‘꽃’에 비유했다. 촬영하는 매 순간이 행복해서 “보석처럼 빛났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들뜨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작품 섭외 요청 많이 오지 않느냐’고 묻자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 열심히 할 뿐”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진구는 아이유씨와 차기작(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을 하더라. 아이유씨 팬이라서 한 작품에서 만나 워맨스를 보여주고 싶었다. 진구 핑계로 현장에 놀러가서 응원하려고 한다. 진구의 부인은 나이기 때문에 질투는 하지 않는다”며 웃었다.

이세영은 연기자 외 다른 꿈을 꿔 본 적이 없다. 스스로 ‘좀비’라며 끈질기게 살아 남아서 “오래 연기하는 게 꿈”이라고 한다.

“혹여 혹평을 받는다거나 생각한만큼 결과가 안 나왔을 때, ‘그렇다고 안 할 거야?’라고 물을 것 같다. 멘털이 강하지는 않지만, 끈질기게 싸우는 잡초 같은 생명력이 있다. 연기를 통해 좋은 메시지를 전하고,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연애는 안 하느냐고? 감정 연기 그래프를 그린 것처럼 연애 플랜을 짜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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