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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맨' 양준일 역주행 신드롬, 그 응원은 이유가 있었다

등록 2019.12.25 14:3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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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양준일. (사진=위엔터테인먼트 제공) 2019.12.18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양준일. (사진=위엔터테인먼트 제공) 2019.12.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가수 양준일이 '뉴트로 열풍'을 탄 '문화적 신드롬'을 넘어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양준일은 최근 종합편성채널 JTBC 음악 예능 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3'을 통해 재발견됐다. 그러나 사실 이달 6일 '슈가맨3'에 출연하기 전부터 이미 온라인 상에서 기존 팬들은 물론 젊은 팬들로부터 크게 주목을 받고 있었다.

최근 유튜브 등에서는 90년대 가수들의 음악 방송 무대를 볼 수 있는 '탑골' 시리즈가 인기다. 양준일은 당시 세련된 스타일과 '빅뱅'의 지드래곤을 닮은 외모로 '탑골 지디'로 불리며 폭발적인 관심을 얻었다. '탑골'은 예전 스타를 현재 스타에 견줘 비교하는 인터넷 문화를 가리킨다.

지난 20일 양준일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일들이 잇따라 벌어졌다. 미국 플로리다에 거주 중인 양준일은 위엔터테인먼트가 주관해 31일 세종대 대양홀에서 펼지는 생애 첫 팬미팅을 위해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그러자 팬들이 그의 입국을 환영하기 위해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로 '환영해요 양준일'을 등장시켰다. 같은 날 오후 8시 온라인 티켓 예매사이트 하나티켓을 통해 예매를 오픈한 팬미팅 티켓은 순식간에 전석 매진됐다.

특히 양준일의 인터넷 기사에는 톱 아이돌 그룹 기사처럼 수백개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악플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선플이 대부분이다.

[서울=뉴시스] 양준일(사진=JTBC 제공) 2019.12.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양준일(사진=JTBC 제공) 2019.12.15 [email protected]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명이던 양준일이 이름이 점점 알려지면서 '탑골 지디'의 수식을 굳이 붙이지 않고 그의 이름만 써도 설명이 되는 순간이 찾아왔다. "양준일은 양준일"이라며 '탑골 지디'라는 표현을 자제해달라는 팬들의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인 양준일은 뉴 잭 스윙 등으로 장르로 시대를 앞서간 뮤지션으로 평가 받는다. 1991년 데뷔곡 '리베카'를 비롯 '가나다라마바사' 등을 불렀다. 하지만 당시 영어 노랫말을 많이 쓰고 춤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방송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따라 양준일을 사회적 차별로 인한 피해자로 보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몇년 동안 국내 문화·사회계 중요 키워드로 통하는 '혐오'의 희생양으로 풀이하는 이들도 꽤 된다.

양준일은 '슈가맨3'에서 활동 당시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 때문에 한국 생활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털어놓기도 했다. 모 직원이 외국사람 분위기를 풍기는 양준일을 향해 "너 같은 사람이 한국에 있는 것이 싫다"고 쏘아붙인 뒤 비자 갱신을 거부했다는 거다.

[서울=뉴시스] '뉴스룸' 양준일. (사진 = JTBC 제공) 2019.12.25.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뉴스룸' 양준일. (사진 = JTBC 제공) 2019.12.25. [email protected]

이런 양준일은 과거의 멸시, 현재의 주목은 현 가요계를 들여다보는 마중물이 되고 있다. 최근 틀에 갇힌 우리 기준으로 다르다고 악플 세례를 가했던 그룹 'f(x)' 설리 등 개성 강한 가수들이 동시에 재조명되고 있다.

이와 함께 나이가 들수록 '패거리 문화'에 스트레스를 받는 중장년들이 양준일을 응원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을 당하다가 여전히 백(back)이 없음에도 재조명되는 양준일에게 희망과 위로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양준일 기사에 선플이 계속 달리는 이유는 온라인 등에서 회자되고 있는 미담 덕도 크다. 양준일은 활동 당시 겸손했고 특히 팬들을 극진하게 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찾아와준 팬들에게 고맙다며 자장면을 함께 나눠 먹고, 항상 허리를 숙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고 기억하는 팬들이 상당수다.

오랜 기간 가요계에 몸 담은 중견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양준일은 좋은 사람은 반드시 빛을 보게 돼 있다는 말을 증명하고 있다"면서 "양준일의 개성과 문화적 역량이 드디어 인정 받는 때가 됐다. 그의 선한 영향력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지켜보는 일도 가요계의 흥미로운 사례가 될 것"이라고 봤다.

한편 양준일은 25일 손석희 JTBC 사장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JTBC '뉴스룸'은 소셜 미디어에 "'역주행 신드롬'을 일으킨 가수 양준일 씨가 오늘 '뉴스룸'에 출연한다"고 공지했다. 손 사장은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뉴스룸' 앵커로 나서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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