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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지침' 호평 '개념男' 봉태규 "배우는 항상 배워야"

등록 2017.05.18 16:01:18수정 2017.05.18 16: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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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연극 보도지침에 기자 주혁 역의 배우 봉태규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5.18.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연극 보도지침에 기자 주혁 역의 배우 봉태규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5.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동갑내기 친구인 오세혁 연출을 비롯해 좋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무대에서 이 정도까지 감정적인 것도 처음 겪어서 좋아요."

 연극 '보도지침'에서 주인공 '김주혁'을 연기하는 봉태규(36)는 "'보도지침' 같은 큰 임팩트가 아니더라도 현재 사회 자체가 젊은 사람들에게 임팩트를 주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 "극 중에서 주혁의 폭로를 돕는 정배의 독백은 지금 시대로 옮겨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보도지침은 언론통제를 위해 각 언론사에 시달하던 지침을 가리킨다. 주혁은 제5공화국 시절인 전두환 정권 당시 월간 '말' 지에 '보도지침(報道指針)'을 폭로한 김주언 한국일보 기자를 연극 무대로 옮긴 인물이다. 봉태규가 연기하는 김주혁은 보도지침을 폭로할 경우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면서도 불합리한 현실에 저항하는 인물이다. 봉태규의 실제 나이와 비슷한 30대 청년일 때였다.

 연극 '보도지침'에서 주혁이 돌잔치도 챙겨주지 못한 딸이 좀 더 좋은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객석은 공감대가 형성된다. 지난 2015년 말 아내 하시시 박과 사이에서 아들을 얻은 봉태규는 특히 더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연극 보도지침에 기자 주혁 역의 배우 봉태규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5.18.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연극 보도지침에 기자 주혁 역의 배우 봉태규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5.18. [email protected]

 "그 대사를 하는데 극 중 딸에게 여러모로 미안한 감정이 들었어요. 아무 힘이 없어서 미안하고 재판이 뭐라고…. 첫 돌도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허무한 거예요. 근데 자식이 생긴다는 건 새로운 우주가 열리는 거예요. 그 우주를 위해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건 당연하죠."  

 무대에서 덧없이 진지하지만 작업 자체는 즐긴다는 인상이 짙다. "너무 아쉬워요. 무대에 오를 때마다 환희가 크지만, 공연 횟수가 줄어든다는 사실이요.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배우로서 고민들이 있었어요. 그것들을 100% 털어낼 수는 없지만 큰 도움을 받았어요. 무엇보다 연기가 재미있다는 걸 알게 됐죠."  

 오세혁 연출과 대화를 하면서 좋은 연극 연기에 대한 고민도 더 깊어졌다. "세혁이가 좋은 연출인 것이 120분을 연기하는데 어떻게 모든 장면이 다 진심일 수 있겠나고 하더라고요. 한 순간만이라도 제대로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죠. 그래서 평균 70~80점을 매길 수 있는 것보다 40점을 맞다가도 100점을 받을 수 있는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극 작업이 변수가 크기 때문이죠."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연극 보도지침에 기자 주혁 역의 배우 봉태규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5.18.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연극 보도지침에 기자 주혁 역의 배우 봉태규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5.18. [email protected]

현재 보도지침' 출연분 약 30회차 가운데 10회차 이상을 소화한 봉태규는 매년 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자연스런 무대 연기로 호평 받고 있다. 그가 연극에 출연하는 건 2009년 '웃음의 대학' 이후 처음이다.

 재기발랄하고 통통 튀는 개성 강한 봉태규의 모습만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실제 '생각보다 생각을 꽤 진지하게 하는 사람'인 그를 만나면 놀랄 법하다.

 에세이집 '개별적 자아'(안나푸르나)를 최근 펴낸 그는 '생각보다 글을 꽤 잘 쓰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뉴시스】봉태규, 연극 '보도지침' 중. 2017.05.18. (사진 =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봉태규, 연극 '보도지침' 중. 2017.05.18. (사진 =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무라카미 류의 에세이를 읽고 베이지색 치노 팬츠를 롤업해서 입는 이야기 등을 담은 그의 글에는 세상에 대한 자신만의 단상이 촘촘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적혀 있다.

 "원래 책의 제목은 '꼴값'이었어요. 하하. 진짜 일이 없을 때 쓴 글인데 솔직한 심정을 담았죠. 원래 독서를 안 했던 사람이라 처음에는 많이 막혔어요. 그런 것이 힘들어 계속 읽고 쓰고 읽고 쓰고 했죠."

 올해 데뷔 17년 차로 20대에 통통 튀는 청춘의 대변자로 통한 봉태규는 30대에 들어 '개념남'으로 통하고 있다. '보도지침' 출연, '개별적 자아' 출간과 함께 최근 KBS 2TV 예능프로그램 '살림하는 남자들'에서 자연스럽게 손수 살림을 해내는 모습은 '설거지는 여자의 몫'이라고 주장하는 대선 후보가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서울=뉴시스】봉태규, 연극 '보도지침' 중. 2017.05.18. (사진 =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봉태규, 연극 '보도지침' 중. 2017.05.18. (사진 =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각종 분야의 '덕후'(마니아)로 유명한데 최근 '스테인레스 주방 기구'에 덕질을 하고 있다는 봉태규는 대중이 '개념남'으로 봐주는 시선에 "쑥쓰럽다"고 했다.  

 "배우는 항상 배워야 해요. 제가 받아온 교육에 개념적인 내용이 덜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항상 부족한 것이 사실이거든요. 결혼을 하고 아내를 통해 그나마 조금 알게 됐고 이제야 조금씩 실천해나가고 있어요. 계속 더 배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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