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연극 거장도…'미투'에 드러난 문화예술계 민낯
【서울=뉴시스】 미투 행진. 2018.02.06. (사진 = AP 제공) [email protected]
성추행·성폭력 폭로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문화예술계의 민낯이 드디어 까발려지고 있다는 시선이 많다. 일반 기업 등에도 성폭력이 만연돼 있으나, 유명인에 대한 폭로가 반향이 큰 만큼 문화예술계에 관련 운동이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극계 또 다른 거장도 의혹…영화·TV 유명 배우에 대한 폭로도
연극계에서는 이윤택 전 극단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에 이어 또 다른 거장도 성추행 의혹도 휩싸여 있다.
황이선 연출가는 2002년 유명 예술대 극작과 재학 시절 '연극계 대가'이자 극단을 운영하는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최근 페이스북에 폭로했다.
어느 페이스북 사용자는 한 고깃집에서 같은 연극계 대가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적었다. 그는 '백마강 달밤에'라는 연극 제목을 적어 연출자가 누구인지 추측하게끔 만들었다.
해당 연출자가 속한 극단은 극단 자체에서 아직까지 입장을 낼 계획은 없다고 했다. 이 연출자는 연극계에서는 이 전 감독의 명성을 뛰어 넘는 인물로, 그의 성추행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이윤택 전 극단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성추행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편 한국극작가협회는 이 전 감독을 회원에서 제명한다고 지난 17일 입장을 냈다. 이와 함께 한국여성연극협회가 성명을 내는 등 각종 연극 단체에서도 이 전 감독 사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18.02.19. [email protected]
이와 함께 증권가 정보지 등을 통해 연극계에서 내로라하는 인사들의 이름이 성추행 또는 성폭행과 관련 오르내리고 있는 중이다.
이미 각종 연극 단체에서 이름이 배제된 이윤택 전 감독은 연이어 연극계에서 퇴출당하고 있다. 한국연극협회도 최근 회의에서 이 전 감독을 제명 조치했다고 20일 밝혔다. 아울러 한국연극협회는 역시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지방 연극 단체 관계자 역시 제명했다.
TV와 영화 기반의 대중문화계에서도 미투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20일 배우 조민기가 성추행 의혹에 휩싸였으나 소속사는 부인하고 나섰다. "명백한 루머"라면서 성추행 논란으로 교수직을 박탈당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피해자 넘어 미투 운동 지지 계속…2차 피해 우려도
연극계는 피해자를 구체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오프라인 모임을 만드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매주 수요일 오후 10시 대학로 극단 고래의 연습실에서는 관련 모임이 열리고 있다. 해당 모임에 참여 중인 연출가인 설유진 극단 907 대표는 "연극계에는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을 겪은 피해자들이 쉽게 접근하고 믿을 수 있는 폭로를 위한 위로를 위한 창구가 없다"면서 모임이 만들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이윤택 전 극단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로 성추행 관련 기자회견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한편 한국극작가협회는 이 전 감독을 회원에서 제명한다고 지난 17일 입장을 냈다. 이와 함께 한국여성연극협회가 성명을 내는 등 각종 연극 단체에서도 이 전 감독 사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18.02.19. [email protected]
동시에 미투 운동이 급격히 진행되고, 취재가 과열되면서 사실 관계가 다른 보도도 나오고 있다. 배우 김지현은 전날 이윤택 전 감독에 대한 성추문을 폭로했는데, 일부에서 동명 이인의 배우 사진을 사용한 것이다.
피해자로 오해를 받은 김지현은 "자고 일어났더니 난리가 났네요. 여러분 저 아니에요"라면서 "지금 기사에 보도되고 있는 이윤택 관련 김지현 배우는 제가 아닌 다른 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는 연희단 거리패에 소속된 적이 없고, 공연배달 서비스 간다의 소속 배우"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SNS에 폭로글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내용에는 사실이 정확하지 않은 내용도 섞여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동시에 피해자가 이름이 노출돼 신상에 위협을 받는 등의 2차 피해 등을 막기 위해 가명 등을 사용했음에도, 구체적인 신상을 노출시키는 것 역시 조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편 성추행 논란이 문화예술계 전반에 퍼지자 정부가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는 20일 "문화예술, 영화계, 출판, 대중문화산업 및 체육 분야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화계 명망 있는 인사들이 성추행에 이어 성폭행 논란에 휩싸인 만큼 우선 작년 진행한 문학·미술 분야와 영화계를 대상으로 한 시범 실태조사의 결과 등을 바탕으로 주요 분야별 신고·상담 지원센터를 운영한다. 또한 분야별 특성을 반영한 성희롱·성추행 예방·대응 지침(매뉴얼)을 개발해 보급하고, 예방 교육도 강화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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