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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피아노 덮개를 닫은 피아니스트 이진상의 절실함·감사함

등록 2020.02.11 18: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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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트리오 본, '2020 대관령 겨울 음악제' 개막 연주

[서울=뉴시스] 베토벤 트리오 본 (사진 = 강원문화재단 제공) 2020.02.11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베토벤 트리오 본 (사진 = 강원문화재단 제공) 2020.02.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피아니스트 이진상이 반쯤 열려 있던 그랜드피아노 덮개를 아예 덮었다.

10일 오후 정동 1928 아트센터 무대에 오른 그는 청각에 이상이 있던 베토벤이 음악을 들었던 것처럼, 자신도 답답함을 느끼고 싶다고 했다. 무엇을 시도하든 베토벤의 상황과 어찌 같을 수 있으랴.

하지만 그 마음은 절실했다. 이진상과 바이올리니스트 미카엘 오브러츠키, 첼리스트 그리고리 알럼얀으로 구성된 '베토벤 트리오 본'이 들려준 베토벤 피아노 3중주 '유령'은 유약한 인간의 외마디 비명 같은 비수가 넘쳤다.

곡 분위기가 음산하다고 붙여진 '유령'은 베토벤이 명명한 것이 아니다. 이 수식에 얽매여 곡 분위기를 흡수할 필요는 없다. 때론 화가 난 듯 광포하는 피아노, 때론 우는 듯 애절한 바이올린, 때론 체념한 듯 애수에 젖은 첼로의 앙상블은 날카로운 궤적으로 귀를 찔렀다.

이날 공연이 열린 정동 1928 아트센터는 1928년에 지어진 옛 구세군중앙회관이다. 서울시 기념물 제20호로 지정된 건물로, 어쿠스틱 울림이 둥근 편이다. 덕분에 섬세한 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어도 아프지 않았다. 대신 마음을 지그시 눌렀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억하는 공연의 첫 곡으로 더할나위 없었다. 

이후 피아노 덮개를 열고 연주한 곡들도 명연이었다.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3중주 1번은 삶의 고저를 체험하게 하는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품이었다.

바이올린의 굉음(!?)으로 시작하는 셰드린의 '세 개의 유쾌한 소품'은 곳곳에 위트가 넘쳤다. 멘델스존의 피아노 3중주 2번에서 세 연주자는 각 악기의 특징을 뚜렷하게 부각시키면서, 막판에 앙상블의 쾌감을 전달했다.  

이날 프로그램은 전날 강릉아트센터 사임홀에서 '2020 대관령 겨울 음악제'의 개막 공연으로 들려주기도 했다. 그 덕에 이튿 날인 이날 세 연주자의 연주는 갈수록 촘촘하게 탄력이 붙는 듯했다.

[서울=뉴시스] 베토벤 트리오 본 (사진 = 강원문화재단 제공) 2020.02.11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베토벤 트리오 본 (사진 = 강원문화재단 제공) 2020.02.11 [email protected]

베토벤 트리온 본은 본 프로그램을 모두 연주한 뒤 피아졸라 오블리비언, 엘가 사랑의 인사, 멘델스존 트리오 3번 1악장을 연달아 선사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우려에도 객석을 가득 채운 청중에 대한 감사함의 표현이었다.
 
이진상은 "이렇게 여러가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음악만을 듣고자, 이 자리까지 와 주신 여러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고 말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은 때로는 누군가에게 불굴의 의지로 치환된다.

손열음 예술감독이 이끄는 '대관령겨울음악제'는 오는 25일까지 '동계올림픽'의 도시였던 평창, 강릉, 정선과 더불어 원주, 춘천, 도내 접경 지역인 철원과 고성 등지에서 열린다.

음악제를 주관하고 있는 강원문화재단 김필국 대표이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예방을 위해 공연장 내에 열 감지 화상 카메라 설치와 손 소독제 비치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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