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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소향 "프리다, 체력 소모 역대급인데 커튼콜 후엔 행복"

등록 2022.04.26 14:02:14수정 2022.04.26 14: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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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창작 뮤지컬 '프리다' 타이틀롤 맡아

현대무용 전공 살려 고통의 몸부림 극대화

프리다 칼로 광팬…"강렬한 생명, 힘 얻어"

폐막까지 한달…"최상의 공연 이어갈 것"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프리다' 배우 김소향이 25일 서울 강남구 EMK엔터테인먼트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2.04.26.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프리다' 배우 김소향이 25일 서울 강남구 EMK엔터테인먼트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2.04.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당신의 삶은 너무나 가치 있고 멋진 인생이에요.' 그렇게 응원하는 거죠. 같이 위로해주고, 한편으로 축제를 즐겨요. 관객들이 공연장에서 에너지를 받고 내일을 살 수 있는 힘이 생겼으면 해요."

'고통의 여왕'으로 불린 멕시코의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 이야기를 담은 창작 뮤지컬 '프리다'. 현재 초연의 타이틀롤로 활약하고 있는 배우 김소향은 특유의 밝은 에너지를 내뿜으며 이 작품의 힘을 자신 있게 말했다.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EMK뮤지컬컴퍼니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위대한 여성 화가로서 그 힘을 다시 한번 느낀다"며 "역대급으로 힘든 공연이지만, 그만큼 힘을 많이 받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프리다 칼로는 소아마비와 온몸이 부서지는 교통사고를 겪고 평생 후유증 속에 살면서도 자신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삶의 환희를 잃지 않았다. 극은 그런 그녀의 마지막 생애를 쇼라는 형식으로 풀어낸다.

"체력 소모 역대 최고…하지만 커튼콜 후엔 모두 행복"

작품 개발 단계인 리딩부터 함께한 김소향은 '프리다'에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어느 날 추정화 작가 겸 연출로부터 프리다 칼로에 관해 쓰고 있다는 말을 듣곤 대박을 확신했다고 했다. "사람들에게 굉장한 영감을 줄 작품이 탄생할 거라고 생각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프리다' 배우 김소향이 25일 서울 강남구 EMK엔터테인먼트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2.04.26.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프리다' 배우 김소향이 25일 서울 강남구 EMK엔터테인먼트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2.04.26. [email protected]

김소향도 자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걸 깊이 고민했다. 고통, 절망 등 밑바닥 감정을 끄집어내 연기하고, 부전공이었던 현대무용을 15년여 만에 본격 꺼내들었다.

그 결과 빨간 종이꽃이 흩날리는 극의 절정에서 3분여간 춤추는 모습은 관객들을 눈물짓게 했다. "춤추는 걸 보고 눈물 난 적은 처음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경계에 갇히지 않고 고통의 몸부림을 현대무용으로 더 다양하게 표현하고 싶었죠. 프리다가 고통스러운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살아내려고 하는 모습이 그 어떤 언어나 노래보다 더 감동적이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

제2의 삶을 선언하는 '코르셋' 장면은 김소향이 가장 좋아하는 신이다. "관객들 눈을 한명한명 보면서 나는 달라질 뿐, 변하는 게 아니라고 말해요. '나도 할 수 있으니까 너도 할 수 있어'라고 하는 거죠. 코르셋과 목발을 갑옷과 검처럼 들었다는 대사도 멋있어요."

사실 김소향은 작품 전부터 프리다 칼로의 광팬이었다. '초상화'와 '가시 목걸이를 한 자화상' 두 점의 그림도 집에 있다. "누군가는 그림을 보면 가슴 아프고 고통스럽다고 하지만, 저는 반대로 힘이 났어요. 죽는 순간까지 뜨겁게 살았던 그녀를 보면서 저도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죠. 강렬하고, 그 자체로 생명 같아요. 그게 프리다 칼로의 힘이죠."

그만큼 무대는 만만치 않다. 김소향은 역대 공연 중 체력적으로 가장 힘들다고 털어놨다. 공연이 끝난 후엔 탈수 증상이 올 정도로 진이 빠진다. 100분의 공연이지만, 준비에도 비슷한 시간이 걸린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프리다' 배우 김소향이 지난달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프레스콜을 하고 있다. 2022.04.26.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프리다' 배우 김소향이 지난달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프레스콜을 하고 있다. 2022.04.26. [email protected]

"주변에서 가장 힘들 것 같다고 하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두 번 한 기분"이라며 "시작부터 100을 써야 한다. 1시간 반 전부터 몸을 풀며 준비하는데, 꼬박 세 시간을 쏟아붓는다"고 말했다.

무대 위에서 고통에 절규하고 울음을 쏟아내며 감정적 소모도 크다. 하지만 무대가 자연스레 감정을 이끈다고 했다. '비바 라비다(인생이여 만세)!'를 외치며 환희로 가득찬 끝 역시 특별한 힘을 준다.

"커튼콜을 마친 후 언제나 배우 네 명 모두 깔깔 웃으면서 행복하게 공연장을 떠나요. 삶은 고난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내죠. 그렇게 다음날 또 공연할 수 있는 힘이 생겨요."

네 명의 여배우로 채우는 강렬한 에너지…"남성 관객 많아"

네 명의 여배우가 이끌어가는 '프리다'는 파워풀한 에너지로 공연장을 꽉 채운다. 그는 "에너지가 엄청나다. 다 보여주기엔 공연장이 작다"고 너스레를 떨며 "200석이든 500석이든 1300석이든 다 깨부수겠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고 웃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프리다' 배우 김소향이 25일 서울 강남구 EMK엔터테인먼트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2.04.26.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뮤지컬 '프리다' 배우 김소향이 25일 서울 강남구 EMK엔터테인먼트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2.04.26. [email protected]

개막 첫 주엔 객석도 꽤 비었다. 그러나 걱정하진 않았다. 좋은 공연을 알아볼 거란 믿음이 있었고, 곧바로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여성 관객이 압도적인 뮤지컬에서 남성 관객이 많은 "보기 힘든 광경"도 펼쳐졌다. "앞줄에 남성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저희도 신기해했다"며 "중장년층도 많다"고 귀띔했다.

"공감을 얻은 거죠. 공연을 본 후 '그래도 인생은 뜨겁게 살만하구나'하는 얘길 많이 하세요. 입소문은 배우들이 잘하기 때문이죠.(웃음) 9명 모두 뛰어난 배우들이고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멋있죠. 그 자부심이 커요."

김소향은 '프리다'를 비롯해 '마리 퀴리', '작은 아씨들' 등 주체적인 여성 서사 뮤지컬을 다수 해왔다. 이 같은 작품이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사회가 요구했던 여성의 역할이나 기준을 많이 깨부수기 때문에 그 해방감이 큰 것 같다"고 답했다.

프리다 칼로에게 그림이 인생의 빛이었다면, 김소향에겐 무대가 그런 존재다. 지난해엔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저는 무대에 서고, 연기만 할 수 있다면 삶이 한 번도 허전하지 않을 것 같다"며 "지금이 그렇다. 행복하고 에너지가 넘친다"고 미소 지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으로는 기존의 출연작이나 '프리다' 같은 창작 신작을 꼽았다. "했던 걸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창작은 제 정체성이 담기는 게 기쁘죠. '마리 퀴리'하면 김소향 이름이 먼저 나오는 게 행복해요. '프리다'도 몇 년 후 다시 한다면 꼭 하고 싶어요."

지난 3월부터 달려온 '프리다'는 폐막까지 이제 한 달가량 남겨두고 있다. "목표는 매회 최고의 에너지로 최상의 공연을 보여드리는 거죠. 배우 9명 모두 똑같은 마음일 거예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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