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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슈]서울대 시흥캠퍼스 '기숙형대학' 설립 제외···배곧 입주민들 강력 반발 해결방안은

등록 2017.07.20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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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뉴시스】이종일 기자 = 서울대학교가 수년 전부터 '기숙형 대학(Residential College)' 없이 시흥캠퍼스를 설립해 운영하기로 했지만 경기 시흥시가 기숙형 대학이 조성될 것처럼 꾸준히 홍보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시흥시 배곧신도시 입주민들은 기숙형 대학 설립을 믿고 입주했다며 '사기분양' 문제를 거론하고, 소송 가능성을 제기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대는 기숙형 대학 설립을 약속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고, 시흥시는 서울대 방침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혀 앞으로 주민들과의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 서울대 "기숙형 대학 조성 안해"

 20일 서울대와 시흥시 등에 따르면 서울대는 이달 11일 학생들과 '서울대 시흥캠퍼스 관련 문제 해결과 신뢰회복을 위한 협의회'를 구성하면서 시흥캠퍼스에 기숙형 대학을 조성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기숙형 대학은 학부생들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전공교육, 인성교육을 받는 캠퍼스이다. 기숙형 대학이 조성되지 않는다는 것은 학부생이 없이 대학원생과 연구진 위주로 운영되는 것을 말한다.

 앞서 시는 2009년부터 서울대와 시흥캠퍼스 조성사업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하면서 기숙형 대학설립을 검토했다. 이와 함께 수차례 기숙형 대학 유치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인교육형 캠퍼스 조성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서울대는 총학생회 등 학생들의 반발이 커지자 2013년 시흥캠퍼스에 기숙형 대학을 조성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시흥시와 서울대가 지난해 8월 체결한 '시흥캠퍼스 조성 사업 실시협약문'에 기숙형 대학 조성이 포함하지 않은 것은 이런 배경이 때문이다.

 시는 협약 당시 실시협약문에 '기숙형 대학' 대신 '전인교육형 캠퍼스'라는 문구를 넣었고, 단계적으로 기숙형 대학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서울대는 기숙형 대학 조성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관악캠퍼스의 학부 정원을 줄여 대학원 정원을 늘린 상황에 별도로 시흥캠퍼스에 학부 정원을 둘 수 없다"며 "학생 반발이 있어 시흥캠퍼스로 학부과정을 이전하거나 학부생 교육을 진행할 수 없다. 이미 2013년 시흥캠퍼스에 기숙형 대학을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 "시흥시가 입주자 속여" 주민 반발

 배곧신도시 주민들은 시흥캠퍼스에서 기숙형 대학이 제외된 것을 놓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배곧신도시 아파트 12개 단지(현재 4개 단지만 입주) 가운데 7개 단지 입주자, 입주예정자들로 구성된 배곧신도시총연합회(이하 배곧연합회) 임원들은 최근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이들은 시흥시에 시흥캠퍼스 사업 관련 공청회를 요구하고, 시흥시와 서울대의 입장을 확인한 뒤 시위, 법적 소송 등의 방침을 정하기로 했다.
 
 배곧신도시총연합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입주민들은 시흥캠퍼스에 학부생들이 온다고 믿었다"며 "시흥시와 분양대행사들은 시흥캠퍼스 조성을 빌미로 배곧신도시를 교육도시로 홍보했는데, 기숙형 대학이 빠지면 껍데기만 들어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시는 기숙형 대학을 도입하겠다고 수차례 발표했는데, 이제 와 서울대가 기숙형 대학을 조성하지 않겠다고 하면 입주자들은 모두 속은 것"이라며 "온전한 교육도시를 만들기 위해 시흥캠퍼스에 학부생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소송이라도 해서 입주민의 의지를 관철시키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배곧신도시 주민들은 지난 3일 김윤식 시흥시장이 기자회견에서 "서울대가 시흥캠퍼스 개교 시기를 내년 3월에서 2019년으로 연기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주민들은 시흥캠퍼스 개교 시기를 내년 3월로 믿었는데, 시와 서울대가 일방적으로 연기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시흥캠퍼스 조성, '시-주민-서울대-학생 협의' 관건

 시흥시는 시흥캠퍼스 조성을 위해 배곧신도시 주민들과의 협의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시는 서울대가 기숙형 대학을 제외시켰지만, 시흥캠퍼스에 대학원생·교수 기숙사, 교육시설 등이 조성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시흥캠퍼스 부지에는 대우조선해양㈜의 시험수조연구센터가 건립되고 있다. 조만간 서울대 사범대의 교육협력지원센터 건물도 착공될 예정이다. 시는 내년 캠퍼스 조성 공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 관계자는 "서울대가 시흥캠퍼스를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육성하기로 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학부생이 오지 않더라도 교육협력지원센터, 연구단지, 병원시설 등이 들어서면 배곧신도시의 교육력이 높아지고 산업발전도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배곧신도시 주민들에게 시흥캠퍼스 조성의 의미를 설명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갖겠다"며 "기숙형 대학 도입은 앞으로 더 협의할 여지가 있다. 주민들과 협력해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대학 구성원들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서울대는 시흥캠퍼스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학생들의 의견을 배제해 왔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의 본관 점거 등 갈등이 야기됐다"며 "뒤늦게나마 학생들과의 협의회가 구성됐는데, 구성원들과 합의해 시흥캠퍼스 조성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대학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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