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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의심 차량 쫓아가 불심검문 생중계, 죄 될까

등록 2024.01.19 15:19:05수정 2024.01.19 22:5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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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의심 운전자 신고·추적·검문 과정 유튜브로 생중계

피의사실 공표·스토킹 처벌법 등 법리 검토, "죄는 아냐"

"교통사고 유발 우려…법 집행 희화화 바람직하지 않아"

[광주=뉴시스] 음주운전자 적발·검문 과정 생중계하는 방송 콘텐츠. (사진=유튜브 갈무리) 2024.01.19.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 음주운전자 적발·검문 과정 생중계하는 방송 콘텐츠. (사진=유튜브 갈무리) 2024.01.19.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변재훈 김혜인 기자 = 음주운전 적발 과정을 적나라하게 생중계하는 행위는 피의사실 공표일까.

19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음주단속 현장을 생중계 방송한 유튜브 스트리머 A씨에 대해 스토킹 처벌법·피의사실공표죄 등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했지만 입건할 수 없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

앞서 유튜버 A씨의 일행은 이날 오전 광주 광산구 쌍암동 주점가에서 음주운전으로 의심되는 차량을 발견, 뒤쫓아가며 경찰에 신고했다.

동시에 A씨 일행은 신고 직후부터 해당 차량을 뒤쫓아가, 출동한 경찰의 불심 검문까지의 과정을 유튜브에 생중계했다.

경찰의 음주 측정을 거부하던 40대 남성 운전자는 자신을 촬영하는 A씨를 발견하고 격분했다. 삽시간에 A씨를 밀친 뒤 손 들고 있던 생수병에 담긴 물도 끼얹었다.
 
경찰은 급히 운전자를 제지하고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측정 거부)에 더해 폭행 혐의까지 적용해 형사 입건했다. 또 유튜버 A씨의 행동이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지도 살폈다.

구독자 수만 명을 보유한 스트리머인 A씨 일행은 유흥가 등지에서 음주운전 의심 신고부터 단속 검문·적발까지의 과정을 유튜브로 생중계하고 있다. 이른바 '참교육' 영상을 제작, 게시하며 구독자들로부터 후원금을 받는다.

경찰은 우선 음주운전 피의자의 신상이 불특정 다수가 시청하는 온라인에 게시하는 행위가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도 검토했다.

검토 결과 A씨 일행이 음주운전자의 신상이 특정될 만한 실명과 얼굴은 드러나지 않도록 편집했고, 범죄 사실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도 아니라고 봤다.

적발 운전자나 경찰관 등의 제3자 목소리가 중계 과정에 자연스럽게 녹음된 사실에 대해서는 통신비밀보호법 적용 여부를 저울질했다. 그러나 불심 검문 절차 등을 직접 설명하거나 상대방과 대화했고, 촬영 행위 만으로 상대방이 녹음 사실을 알 수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처벌이 어렵다고 봤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역 인근 도로에서 강남경찰서 경찰관들이 연말연시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하고 있다. 2023.01.04.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역 인근 도로에서 강남경찰서 경찰관들이 연말연시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하고 있다. 2023.01.04. [email protected]


경찰은 음주운전 의심 차량을 뒤쫓아간 행위가 스토킹 처벌법에 해당하는지도 살폈다. 상대방의 뜻과 달리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지켜봤고 불안감을 유발할 수는 있지만, 이러한 행위가 반복적이고 지속적이지는 않아 '스토킹 범죄'로 보기는 어려웠다.

음주 단속 검문 생중계 과정에서 A씨 일행이 출동 경찰관에게 폭언·폭행하지는 않았고, 측정·고지 등 단속 절차에 적극 관여하지도 않아 공무집행방해 혐의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교통방해죄로 볼 수 있는지도 고심했지만, 정차 시간과 장소 등으로 미뤄 교통 흐름을 방해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경찰 관계자는 "음주 단속 장면을 촬영해 생중계하는 것이 의로운 제보로 보이지만 실상은 방송 후원금을 받기 때문에 공익적 행동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당시 정황과 법리를 다각적으로 검토했지만 법적 제재대상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뒤를 쫓기는 음주운전자가 당황하거나 불안해서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어 위험하다. 단속 경찰이 방송 자체를 제지할 수는 없지만, 촬영 행위에 관심을 가진 행인들이 모여 단속을 구경하는 상황이라면 공무 집행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 엄정해야 할 법 집행이 마치 게임처럼 묘사되며 희화화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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