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먹어 혈중알코올농도 상승'…법원 "운전면허 취소 적법"

"감기약 성분이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에 영향 미친 증거 없어"

[대구=뉴시스]이무열 기자 =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전경사진. 2021.04.23. [email protected]

[대구=뉴시스] 김정화 기자 = 측정기 자체 오류나 감기약 복용으로 비정상적인 혈중알코올농도가 측정됐다며 자동차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청구에 대해 법원이 "위법이 없다"며 기각했다.

대구지법 행정단독(판사 허이훈)은 원고 A씨가 피고 대구광역시 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자동차운전면허 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평소 감기에 자주 걸리는 체질로 차량에 항상 감기약을 여러 병 비치했다. 사건 당일인 지난해 9월8일 오후에도 감기 증상이 심해 감기약을 2병 마셨다.

이날 저녁 술자리에서도 감기 기운 때문에 술을 거의 마시지 않다가 동료들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소주 2~3잔을 마셨고 자리가 끝나고 1시간 정도 택시를 잡지 못하자 마신 술의 양이 적고 시간이 지나 집까지 운전하는 데 별다른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운전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음주 단속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12%로 측정됐다.

이에 A씨는 "마신 술의 양, 술을 마신 후 경과한 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치다"며 "측정기 자체의 오류나 감기약 복용에 따른 비정상적인 혈중알코올농도 상승 때문으로 의심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아울러 "살수차 3대를 소유해 건설공사 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어 운전면허가 필수적인 점,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술자리가 끝난 후 1시간 이상 지난 상태였기에 괜찮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 운전하게 된 점, 음주운전 거리가 비교적 짧고 그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하지 아니한 점 등을 고려하면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측정 당시 호흡 측정 결과의 수치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채혈을 통한 재측정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주취운전자 정황보고에는 언행상태 '발음 부정확', 보행상태 '비틀거림', 운전자 혈색 '눈 충혈'이라고 기재된 것으로 드러났다.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에 사용된 음주측정기는 측정 결과의 정확도를 유지하기 위해 연 3회 이상 검·교정을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수시간 전에 복용한 감기약에 포함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등이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치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증거도 없다"며 "음주 상태임에도 반드시 운전을 해야만 했던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는 점, 처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했다"며 기각의 사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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