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세 부산 농부가 첫 모내기 하던 날[초점]
“쌀은 아직 우리의 주식”
공급 과잉 속 매년 40만t 수입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22일 오전 부산 강서구 들녘에서 김경양(71)씨가 농기계를 이용해 부산 첫 모내기를 하고 있다. 첫 모내기 품종은 밥맛이 좋고 재배기간이 짧은 조생종 '해담쌀'로, 올 8월 말 수확돼 추석 차례상에 오를 수 있을 전망이다. 2024.04.22. [email protected]
언제부턴가 다른 논보다 먼저 모를 심으면 오리와 새떼들이 몰려와 모를 헤집어 놓는 피해가 생기고 있지만 그는 이를 감수하고 있다. 지난해는 모 두 줄을 거의 다시 심어야 했다.
40년 넘게 농사를 지어왔고 지금은 대규모로 농사를 짓고 있는 그지만 쌀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첫 모내기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서다. 아직 쌀이 우리의 주식임을 잊지 말아달라고 외치고 싶어서다.
하지만 이앙기에 올라앉아 무논을 오가며 모를 심는 일이 예전 같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꼭 나이 탓만은 아니다. 쌀을 대하는 주위의 태도가 갈수록 야속하게 느껴져서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며 치켜세우던 사회가 지금은 마치 쌀을 남아돌아 처치가 곤란한 천덕꾸러기 취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kg으로 1963년 통계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적었다.
부산만 봐도 그렇다. 지난 1995년 쌀 생산면적이 5956ha이던 것이 지난해 1927ha로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 같은 기간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23.5%나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생산량은 2만5670t(백미 92.9% 기준)에서 9320t으로 감소했다. 9320t은 부산시민이 20일 정도 먹을 양이다.
쌀 생산량이 크게 줄었지만 소비가 더 많이 줄어 그래도 쌀은 공급 과잉 상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산업용 쌀 소비 촉진을, 정치권은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을 대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2015년부터 매년 저율관세할당물량(TQR)로 40만8700t의 쌀을 수입하고 있다.
김씨는 “쌀값은 떨어지는데 비료값 농자재값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면서 “정부의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시 생필품 가격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4일 정미포장미 20Kg 한 포대 평균 가격이 5만9819원이던 것이 4월 18일에는 4만9750원으로 1만원 이상 하락했다.
지난해 말 40kg 나락 한 포대 농협수매가는 6만1000원이었다. 비쌀 때는 6만8000원 하던 것이 10% 이상 내린 것이다.
김씨가 첫 모내기를 한 22일에는 최북단 철원과 함양, 영광 등지에서도 함께 첫 모내기가 진행됐다.
하등 새로울 것 없는 첫 모내기를 매년 언론에 홍보하고 보도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것은 아직도 우리의 주식은 쌀이라는 김씨의 주장에 동의한다는 방증이 아닐까. 쌀 소비가 크게 줄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우리의 주식은 누가 뭐래도 쌀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기후위기로 혹여 세계가 심각한 식량위기에 직면해 급하게 쌀생산량을 늘려야 하는 일이 생겼을 경우에도 한 번 줄어든 쌀 재배면적으로 빠르게 늘릴 수 없음은 유념해야 하지 않을까.
부족한 쌀을 메우기 위해 ‘건강에 좋다’며 혼분식을 장려하던 때가 엊그제 같다고 김씨는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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