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벽만 바라보던 장애여성, 구청의 21개월 손길로 사회 첫발

등록 2022.03.07 17:04:23수정 2022.03.07 17:09:4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울산=뉴시스]하루종일 벽만 바라보며 지내던 20대 지적장애 여성(왼쪽)이 21개월간 이어진 구청의 도움으로 사회를 향해 첫 걸음을 내디뎠다. (사진=울산 남구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뉴시스]하루종일 벽만 바라보며 지내던 20대 지적장애 여성(왼쪽)이 21개월간 이어진 구청의 도움으로 사회를 향해 첫 걸음을 내디뎠다. (사진=울산 남구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뉴시스] 안정섭 기자 = 울산에서 하루종일 벽만 바라보며 지내던 20대 지적장애 여성이 21개월간 이어진 구청의 도움으로 사회를 향해 첫 걸음을 내디딘 사연이 알려져 미담이 되고 있다.

7일 울산시 남구에 따르면 남구청 복지지원과 희망복지지원단은 지난 2020년 7월 한 부녀회장의 신고로 복지 사각지대에 생활하던 20대 여성 A씨를 알게 됐다.

첫 만남 당시 A씨는 곰팡이가 가득한 방에 앉아 멍하게 벽만 바라보고 있었다.

손 떨림이 매우 심했으며 타인과 눈 맞춤은 물론 이름을 불러도 반응하지 않는 등 불안과 자폐 성향을 보이고 있었다.

함께 사는 아버지는 중증 알코올의존증, 어머니는 조현병을 앓고 있었으며, 오빠는 지적장애 의증을 보여 사실상 A씨를 돌보지 못하고 있었다.

공장에서 일하는 오빠가 번 한달 200만원 남짓한 돈으로 네 가족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희망복지지원단은 A씨를 고난도 통합사례관리 대상자로 선정해 지원하기 위해 우선 기초생계, 의료급여, 장애수당 신청을 도왔으나 신청서 작성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알코올의존증을 앓고 있는 아버지가 "네가 뭔데 서류에 서명하라는 거냐"며 도움을 거부하고 의심하는 등 매우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신청서와 금융제공동의서를 받기까지 한 달이 걸렸다.

어렵게 신청한 결과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 적합 판정을 받아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받게 됐고, 의사회의 정신과 치료 지원을 통해 자폐 진단을 받고 약물 복용을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희망복지지원단은 주 2차례 A씨를 찾아가 대화를 시도하고 서로 얼굴을 익히기 위해 노력했고, 3개월 만에 눈 맞춤과 인사, 손잡기까지 가능해졌다.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정서 지원과 약물 모니터링에 나서 현재 A씨는 최소한의 일상생활이 가능해진 상태다.

지역 건설사에서 A씨의 주거지 보수공사를 도왔고 민간기관에서는 에어컨을 지원했으며, 동 행정복지센터에서는 김치와 쌀, 마스크 등 다양한 후원물품을 전달했다.
 
또 아버지와 A씨를 1년간 설득한 끝에 장애인 주간보호시설 입소 동의를 얻게 됐다.

A씨는 이달 중 울주군의 한 장애인 주간보호시설에 입소하며, 남구는 이달 말 A씨에 대한 사례관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남구 복지지원과 갈도원 통합사례관리사는 "초기 방문 당시 가족 모두 A씨의 증상에 대해 '장애가 있어서 그런 것이지 괜찮다'는 등 문제의식이 전혀 없었다"며 “아버지의 변심과 도움 거부로 서비스연계를 할 때마다 설득하는 데 수개월이 걸리면서 마음의 문을 닫은 A씨를 사회로 첫 걸음을 내딛게 하기까지 21개월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긍정적인 상황으로 사례를 종결할 수 있게 돼 기쁘고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A씨가 주간보호시설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