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개발하자니 집값이 오르고…박원순 시장 '딜레마’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박원순 서울 시장이 지난 10일 리콴유 리콴유세계도시상 수상차 방문한 싱가포르에서 서울 여의도를 업무와 주거가 어우러진 신도시급으로 통합 개발하겠다는 ‘여의도 통합 재개발(마스터플랜)’ 방안을 밝힌 뒤 여의도 일대 부동산 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다. 사진은 15일 서울 여의도 일대 아파트. 2018.07.15. [email protected]
이 지역은 이미 서울시가 수년 전부터 개발을 준비해 온 곳이지만 국토교통부의 규제로 인해 집값이 주춤하다 최근 박 시장의 발언으로 다시 집값이 꿈틀대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와대가 집값 상승에 민감한 만큼 박 시장 역시 이 지역 개발에 조심스러워 오히려 여의도와 용산 개발 시기가 뒤로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박 시장 역시 대권 도전을 위해선 큰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하는 만큼 임기 중 여의도와 용산 개발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어 딜레마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박 시장이 지난 9일 용산과 여의도 개발 플랜을 발표하면서 해당 지역 집값 급등과 함께 서울 아파트가격 상승폭이 확대됐다.
박 시장은 지난 10일 싱가포르에서 "여의도를 통째로 재개발할 것"이라며 "공원과 커뮤니티공간을 보장하면서 건물 높이를 상향시킬 계획을 하고 있다"며 '2030서울플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박 시장이 발표한 '2030서울플랜'은 용산과 여의도를 통째로 개발해 강남, 광화문과 함께 명실상부한 3대 도심으로 격상하겠다는 내용이다.
여의도는 업무·주거 공간으로, 용산은 광화문 광장 규모의 공원, 서울역∼용산역 철로는 지하화한 뒤 그 위에 MICE(회의·관광·전시·이벤트) 단지와 쇼핑센터를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감정원은 이달 9일부터 16일까지 7월 셋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서울 아파트 가격이 0.10% 상승하며 전주(0.08%)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
여의도와 용산의 아파트가격 상승률은 7월 셋째 주 각각 0.24%, 0.20%로 전주 대비 0.1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서울 25개구 중에서는 아파트 매매폭 증가 상위3위 안에 용산구와 여의도가 속한 영등포구가 기록됐다.
실제 여의도와 용산 인근 집값은 5000만원 정도 호가가 뛰었다.
배원세 한솔부동산 대표는 "여의도 대교아파트 26평이 11억500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었는데 (박원순 시장의) 계획과 맞물려 5000만원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고 설명했다.
이복순 365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용산 마스터플랜을 발표한다고 하니까 기대심리가 있어서 매달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4월 10억원, 5월엔 10억5000만원으로 매달 가격이 자꾸 올라서 거래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이처럼 상승 기조를 보이자 정부와 서울시 간의 부동산 정책이 엇박자가 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박원순 서울 시장이 지난 10일 리콴유 리콴유세계도시상 수상차 방문한 싱가포르에서 서울 여의도를 업무와 주거가 어우러진 신도시급으로 통합 개발하겠다는 ‘여의도 통합 재개발(마스터플랜)’ 방안을 밝힌 뒤 여의도 일대 부동산 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다. 사진은 15일 서울 여의도 일대 아파트. 2018.07.15. [email protected]
하지만 현재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보유세 인상, 공공주택 공급 확대 등 '집값 잡기'에 전력을 다하는 상황에서 투기심리를 자극하는 개발 관련 내용을 발언한 것은 성급했다는 평가다.
과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취임 초기 재건축 규제 강화와 보유세 인상 등의 이슈에 대해 기획재정부 등과 소통이 잘 되지 않으면서 정책 방향이 맞지 않는 발언으로 시장에 혼란을 가중 시킨 바 있다. 이에 김 장관은 한동안 주택 시장과 관련된 발언을 자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박 시장이 여의도 개발 등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은 대권 도전을 위한 포석이 깔린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서울 시장 3선 이후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 사업, 버스 중앙차로 등 눈에 띄는 성과가 보이질 않는다. 역세권 청년 주택, 서울역 고가도로 재생 등의 성과가 있지만 대권 도전을 위한 성과로 내세우기엔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박 시장이 개발 계획을 언급함에 따라 여의도와 용산 개발이 더 지체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서울시는 하반기에 여의도를 국제금융중심지로 개발하기 위한 ‘여의도 일대 종합적 재구조화 방안(여의도 마스터플랜)’과 용산에서 서울역 일대를 대상으로 하는 ‘용산 광역중심 미래 비전 및 실현전략(용산 마스터플랜)’을 각각 발표할 방침이다.
서울시가 개발 청사진을 발표하자마자 인근 지역의 집값 상승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국토부와 청와대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시가 발표를 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평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존 도시계획 기조를 여의도에는 적용하지 않는 방식의 '규제 특구'를 만든다면 통합 재개발을 성공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정부가 집값을 잡으려고 하는 상황에서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실제 개발이 이뤄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도 2009년 여의도·용산을 동시에 개발하겠다는 이른바 '한강 르네상스' 계획을 내놨지만 결국 실패했다.
서울시가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추진하기 위해 일대 재건축 단지들에 용도지역 상향, 용적률 상승 혜택을 주고 기부채납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지만 단지별로 세운 정비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서 서울시 계획대로 되기가 쉽지 않다.
한편 서울시 측은 다음달에 당장 개발 계획을 발표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서는 다음 달에 계획을 발표하겠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현재로써는 언제 발표할지 정해진 바가 전혀 없다"면서 "아직 논의해야할 부분도 많고 준비해야할 것도 남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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