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동남아서 빛난 K-방산…中·터키 추격에 정부가 '지원사격'

말레이 방산 전시회 '리마 2023' 개막

KAI 등 K방산 현지서 많은 관심 받아

中·터키 등도 대규모 부스로 세 과시

"글로벌 공략하려면 韓 정부 지원 절실"

[말레이시아 랑카위] 유희석 기자 = 지난 23일(현지시각)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 '리마(LIMA) 2023' 행사장에 설치된 한국항공우주(KAI) 부스를 찾은 말레이시아 공군 참모총장(왼쪽 셋째)이 경공격기인 FA-50 모형을 보며 KAI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2023.05.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말레이시아 랑카위=뉴시스]유희석 기자 = "한국 전투기는 이미 한국 공군과 필리핀에서 성능을 검증 받았습니다. 믿을 수 있죠. 특히 다양한 전투 임무를 수행하고, 훈련용으로도 쓸 수 있는 FA-50 경공격기는 말레이시아 입장에선 가장 합리적 선택이었습니다."

지난 23일(현지시각)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개막한 방산 전시회 '리마(LIMA) 2023' 현장에 설치된 한국항공우주(KAI) 부스 앞에서 만난 말레이시아 현역 공군 조종사는 FA-50 모형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말레이시아 랑카위=뉴시스] 유희석 기자 = 지난 23일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 '리마(LIMA) 2023' 행사장 내 한국항공우주(KAI) 부스에 경공격기 FA-50과 4.5세대 전투기 KF-21 모형이 전시돼 있다. KAI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말레이시아 정부와 FA-50 18대 최종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2023.05.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앞으로 FA-50을 조종할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흥분된다"며 "FA-50이 F-16 등 록히드마틴 계열 전투기와 호환성도 좋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빨리 기체를 받아 조종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말레이시아 정부는 한국 KAI와 FA-50 18대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리마 2023에서는 특히 KAI를 중심으로 'K-방산'에 대한 관심과 호평이 이어졌다. 각각 미사일과 함정을 선보인 LIG넥스원과 HD현대중공업 부스에도 관람객들이 몰려 한국에서 출장 온 업체 관계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모습이었다.

[말레이시아 랑카위=뉴시스] 유희석 기자 = 지난 23일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 '리마(LIMA) 2023' 행사장에서 비행 대기 중인 공군 소속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비행기. 2023.05.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K-방산 맹추격하는 中·터키 업체들

그렇다고 K-방산이 무주공산은 아니다. 이번 행사에도 K-방산을 추격하려는 경쟁국 업체들이 대거 등장했다. 중국, 터키,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온 방산 업체들로 각자 대형 부스를 꾸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태국 정부 및 군 관계자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홍보를 펼쳤다. 이들 업체는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K-방산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중국 국유기업인 북방공업(NORINCO)은 중국과 말레이시아 국기를 등에 단 로봇개로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중국 최대 조선업체인 중국선박그룹(CSSC)도 첨단 함정과 무기를 대거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말레이시아 랑카위=뉴시스] 유희석 기자 = 지난 23일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 '리마(LIMA) 2023'에 등장한 중국 방산 업체의 로봇개. 2023.05.24 [email protected]

중국 정부는 이례적으로 이번 행사에 인민해방군 공군 소속 곡예 비행팀인 8·1비행대까지 파견했다. 청두항공기공업그룹이 만든 전투기 J-10C 6대로 구성된 8·1비행대는 다채로운 곡예비행으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공군 비행팀이 다른 나라 에어쇼에 직접 참석한 것은 매우 드문 사례"라며 "그만큼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동남아 방산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랑카위=뉴시스] 유희석 기자 = 지난 23일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 '리마(LIMA) 2023' 행사장에 등장한 중국 공군 '8.1비행단' 소속 J-10C 항공기. 2023.05.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터키도 자국 국방부를 중심으로 주요 방산 업체들을 이번 전시회에 총출동시켰다. 터키 최대 방산업체인 메텍산은 물론 터키 최대 기업인 코치그룹 산하 사분마, 국유 방산업체인 아스파트(ASFAT) 등이 이번 전시회에서 미사일과 군함, 무인기 등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회에서 수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2000톤급 연안임무함(LMS)인 HDC-2000 전투함을 내세워 부스를 꾸린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전투함 수출을 계속하려 하는데, 중국이나 터키 업체들과 경쟁하는 게 말처럼 쉽진 않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랑카위=뉴시스] 유희석 기자 = 지난 23일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 '리마(LIMA) 2023'에서 대형 부스로 세 과시하는 중국과 터키 방산업체들. 2023.05.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 정부도 K-방산 총력 지원

리마 2023 현장에서 만난 한국 방산업체 관계자들은 모두 국산 무기에 대한 자부심을 강조하면서도 글로벌 시장 공략이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K-방산 수출을 늘리려면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기업 노력에 더해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도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리마 현장에서 만난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세계 각국이 방위력 개선에 나서며 한국산 무기 수요도 눈에 띄게 늘었다"며 "수출 품질 등 제품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국가 간 거래인만큼 한국 정부가 나서주면 더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랑카위=뉴시스] 유희석 기자 = 지난 23일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 '리마(LIMA) 2023' 행사장 내 한국항공우주(KAI) 부스를 찾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가운데)과 강구영 KAI 사장(이종섭 장관 뒷줄 오른쪽) 등이 외국 관람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3.05.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 우리 정부는 방산 수출 확대를 위해 총력 지원에 나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경남 사천 KAI 본사에서 열린 방산 수출 전략회의에서 "방위산업이 국가안보에 이바지하고 국가 선도 산업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며 범정부 차원의 방산 수출 지원 체계 마련을 약속했다.

KAI가 경공격기인 FA-50을 말레이시아에 수출하는 과정에서도 정부가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가 FA-50 도입 조건으로 자국 제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절충 교역을 요구하자 정부가 조율에 나선 것이다.

이번 행사에 참석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정부가 방산 수출 지원을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해서 적극 지원하고 있다"며 "납품 시기 조정, 수출 규제 완화, 금융 지원, 후속 군수 지원까지 정부 차원에서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랑카위=뉴시스] 유희석 기자 = 지난 23일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 '리마(LIMA) 2023'에서 말레이시아 공군과 우정 비행 중인 블랙이글스팀(편대 뒷쪽). 2023.05.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군도 이번 행사에서 방산 업체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국공군 특수비행팀인 블랙이글스는 리마 2023에서 FA-50 개발의 기반이 된 T-50B 항공기를 타고 세계 최고 수준의 기동으로 한국산 전투기의 우수성을 직접 알렸다. 또 말레이시아 공군과의 우정 비행을 통해 우호적인 현지 여론을 조성하기도 했다.

해군도 4900톤급 신형 상륙함(LST-II)인 노적봉함을 현지에 보내 함상 전시관으로 운영했다. LIG넥스원은 노적봉함 함상 전시관에 해성, 청상어, 호위함·잠수함 탑재체계 등을 축소 모형으로 전시했다.

[말레이시아 랑카위=뉴시스] 유희석 기자 = 지난 23일 말레이시아 공군과 우정 비행을 마친 우리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조종사가 T-50 항공기에서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2023.05.24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