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리는 오바마 시대] <상>외교·안보
등록 2017.01.11 07:17:15수정 2017.01.11 10:01:03

【 마이어 헨더슨 합동기지=AP/뉴시스】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마이어 헨더슨 홀 합동기지에서 열린 임기 마지막 군 사열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오바마는 연설에서 "최고 사령관으로 복무하는 것보다 더 큰 명예와 영광은 없다"고 밝혔다. 2017.01.05
<상>외교 안보 정책
지난 2009년 1월 오바마는 대통령 취임식 연설에서 "이라크를 이라크 국민들에게 책임있게 넘겨주고, 어렵게 얻어낸 아프가니스탄의 평화를 굳건히 하며,오래된 우방들은 물론이고 과거의 적국들과도 함께 손을 맞잡아 핵위험을 줄이고, 지구 온난화의 망령을 쫓아내기 위해 쉬지않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지난 8년동안 국민들에게 한 이 약속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최소한의 인원만 남겨놓고 미군을 철군시켰으며, 인권탄압 논란을 빚어온 쿠바 관타나모 기지 내 수용소 폐쇄에 박차를 가했으며, 핵 감축 협상을 주도했고,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파리 협약'을 이끌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워싱턴=AP/뉴시스】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의 이스트 룸(East Room)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부 통령과 함께 서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된 직후, 백악관에서 대국민 성명을 열고 "이번 협상의 성공적인 이행을 방해하는 모든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며 협상 마무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2년 간의 협상 끝에 미국과 주요국들은 수십년 간 이어진 적대감이 해결하지 못한 것을 이뤄냈다"며 "이로 인해 미국과 전 세계가 더 안전해졌다"고 평가했다. 2015.07.15
오바마가 외교안보 분야에서 이룩한 최대 업적으로는 이란 핵합의,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015년 7월 미국을 비롯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및 독일(P5+1)과 이란은 수 년에 걸친 협상 끝에 '포괄적공동행동계획(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JCPOA)'이라는 합의문서를 채택하는데 성공했다. 합의의 골자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 활동을 감축 또는 중단하는 대신 미국과 유럽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한다는 것이었다.이란은 합의대로 핵 감축을 이행했고,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는 2016년 1월 이란에 대한 제재의 단계적 해제를 시작했다. 미국과 서방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과 관련해 대이란 경제 제재를 부과한지 10년 만이었다.이로서 이란은 경제봉쇄에 따른 극심한 경제난에서 벗어나게 됐을 뿐 아니라,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지속돼온 서방과의 대립을 끝내고 37년만에 국제사회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그런가하면 오바마는 2014년 12월 쿠바와의 국교정상화 추진을 전격 선언한 데 이어 이듬해인 2015년 7월 쿠바와 양국 대사관 재개설에 합의했다. 1961년 1월 쿠바와 국교를 단절한 이후 54년 만에 이룬 수교 관계 복원이었다. 이에 앞서 2015년 4월 오바마 대통령은 미주기구(OAS)정상회의에 참석해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정상회의를 열어 국교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고, 2016년 3월에는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88년만에 처음으로 직접 쿠바를 방문하는 역사적인 행보를 이어나갔다.
이 밖에 오바마는 2009년 4월 체코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의 비전을 발표하며 러시아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을 대신할 새로운 핵무기 감축 협상의 재개를 선언했고, 2010년부터 2016년까지 2년마다 한 번씩 총 4차례에 걸친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오바마가 200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도 바로 '핵무기 없는 세상'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바마의 핵무기 감축 계획은 공화당 및 군의 강력한 반대에 부딛혀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러시아 와의 핵감축 협상 역시 2014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으로 단절됐다. 총 4차례에 걸친 핵안보정상회의 역시 핵무기에 대한 우려와 감축노력에 대한 원론적인 선언에 그쳤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를 공공연하게 지지하면서 러시아와 유럽, 인도와 파키스탄 등 세계 각국은 또다시 핵무기 개발 경쟁에 박차를 가하려는 자세를 나타내고 있다.

【아바나=AP/뉴시스】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오른쪽)이 21일(현지시간) 아바나에서 기자회견 말미에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의 오른팔을 번쩍 들어 올리고 있다. 양국의 화해 의지를 보여주는 듯한 순간이었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손은 아래쪽으로 푹 꺾여 어색한 모습을 나타냈다. 2016.3.22.
집권 초기인 2009년 3월 러시아와의 관계개선을 목표로 선언했던 이른바 '러시아 리셋(Reset)'정책은 기억에서조차 사라진지 오래이며, 아시아와의 외교관계 강화를 선언한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정책은 중국의 급부상 및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갈등 격화, 그리고 오바마가 임기 내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의회 비준실패로 사실상 좌절됐다.
특히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 기본 노선이었던 '전략적 인내' 정책은 김정은 정권의 잇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개발실험으로 인해 실패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이다.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 기본 노선은 외교적 인내와 압력을 통해 북한이 전략적 선택을 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독자 대북제제 및 유엔제재 강화에도 불구하고 북핵 위협은 8년 전과 비교할 수없을 정도로 크게 악화했다. 그 결과 차기 미국 대통령과 정부는 미 대륙을 타격할 수도 있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
오바마의 중동정책 역시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다. 오바마는 취임 당시에만 하더라도 전 미국 국민들의 염원이었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군을 단행했다. 하지만 두 나라의 안보상황에 악화하면서 또다시 군사적으로 끌려들어가는 양상이고, 리비아에서는 독재체제 붕괴 이후 내전이 발생한 가운데 2012년 벵가지 미국 영사관 습격사건으로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주리비아 미국 대사가 피살되는 최악의 위기를 겪었다. 시리아 내전사태 해결 역시 실패했다. 바샤르 알 아사드 독재정권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나선 러시아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까지 했고, 알레포에서의 '인도주의 위기'와 대규모 난민사태가 발생하는데도 오바마 정부는 사실상 속수무책이었다. 오바마가 취임 직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 해결 역시 단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중동지역에서의 이 모든 실패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이룩한 성과가 있다면, 미국이 중동지역 전쟁에 다시 개입해 대규모 지상군을 파견하고 미군 병사들의 희생과 국가적 고통이 발생하는 사태를 막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같은 소극적 중동정책은 미국의 외교적 위상을 크게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 2011년 5월 오바마 정부가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는데 성공하기는 했지만, 극단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준동으로 인해 미국과 전 세계는 이전 보다 더 많은 테러공포에 직면해있다.
차기 미국 정부를 이끌어나갈 트럼프는 '미국 중심 외교정책'이란 커다란 틀을 제외하고 구체적인 외교안보 노선을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과연 그가 오바마의 실패를 딛고 더욱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어나갈지, 아니면 오바마로부터 물려받은 평화공존의 이념마저 무너뜨리고 전 세계를 불안과 혼란 속으로 몰아넣을지 국제사회는 불안한 눈길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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