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네오콘 "트럼프 뽑느니 힐러리 밀겠다" 분통

【티후아나=AP/뉴시스】멕시코 티후아나의 한 상점에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후보의 종이인형 '피냐타'가 세워져 있다. 멕시코에서는 피냐타를 때려 터트린 다음 안에 든 과자와 인형들을 가져가는 것이 전통놀이 중 하나이다. 트럼프는 멕시코 인 비하발언으로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2016.03.03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미국 공화당의 신흥세력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이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행보를 지원하느니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지하는 게 낫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부시 W 전 대통령 시절 부상한 네오콘은 미국이 강한 군사력을 키워 국제사회 패권을 쥐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강경 보수주의자들이다. 특히 외교정책에서 초강경 노선을 택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네오콘 인사들은 트럼프가 미국 외교 정책의 '재앙'이라며 절대로 그를 지지하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후보를 너무나 혐오한 나머지 그가 공화당 최종 후보가 될 경우 대선 본선에서 차라리 클린턴 전 장관에 투표하겠다는 이들도 여럿 나타났다.

 네오콘 싱크탱크 PNAC(Project for a New American Century)의 창립자 엘리엇 코언은 "힐러리가 훨씬 덜 악하다"며 트럼프 당선은 "미국 외교정책에 총체적 재앙"이라고 지적했다.

 코헨은 "트럼프는 이미 (미국을) 상당히 훼손시켰다"며 제3당 후보가 있다면 트럼프를 버리고 지지할 것이고 마땅한 대안이 없으면 클린턴 전 장관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네오콘은 오직 미국이 세계 패권을 잡아야 한다고 본다. 반면 트럼프 후보가 한국, 일본, 사우디 아라비아 등 부유한 동맹국 방어를 해 줄 필요 없다고 불평해 온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네오콘은 이라크전쟁을 옹호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앙숙으로 여긴다. 이스라엘을 지키기 위해 이-팔레스타인 분쟁에서 협상의 여지란 없다고 주장한다.

【루이스빌=AP/뉴시스】초강경 이주민정책으로 멕시코 등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의 비판을 받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후보가 1일(현지시간) 켄터키주 루이스빌 유세에서 한 참석자가 가지고 온 '트럼프를 위한 히스패닉'이라고 쓴 종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2016.03.02

 트럼프 후보는 이라크 전쟁은 거짓말로 선동한 실패작이며 푸틴 대통령과 언제든 협력할 의사가 있다고 말해 왔다. 이-팔 분쟁에서는 철저히 중립을 지키겠다고 강조한다.

 트럼프는 민주주의, 인권 보호를 명분으로 네오콘이 내세우는 개입주의 외교 정책에 영 무관심하다. 부시 전 대통령의 이라크전쟁이 미국 역사상 "최악의 결정"이라고 비난한 적도 있다.

 코언 창립자를 비롯해 부시 전 대통령의 안보 보좌관 피터 피버, 로버트 졸릭 전 국무부 부장관, 도브 자크하임 전 국방차관 등은 3일 트럼프 저격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네오콘은 트럼프 후보의 외교정책은 자신들이 중시하는 미국의 가치와 너무나 동떨어져 있으며, 전무후무하고 위험하기까지 한 주장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보수 평론가 로버트 케이건은 트럼프가 공화당 최종 후보가 된다면 "유일한 선택은 클린턴에 투표하는 것 뿐"이라며 "공화당은 망해도 이 나라는 구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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