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트럼프, 왜 하필 지금 아프간에 GBU-43 투하했나

등록 2017.04.14 10:23:3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플로리다=AP/뉴시스】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전용기를 타고 플로리다주 팜비치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2017.4.14.

【플로리다=AP/뉴시스】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전용기를 타고 플로리다주 팜비치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2017.4.14.

아프간 작전 강화하며 북한·시리아 압박도 노린 듯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미국이 왜 하필 북한과 시리아로 인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이 시점에 다른 곳도 아닌 아프가니스탄에 GBU-43 폭탄을 투하한 배경에 대해 여러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13일(현지시간) 아프간 동부 낭가르하르 주에서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기 위해 GBU-43 폭탄을 투하했다. 이 폭탄이 실전에 사용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폭탄은 미군이 보유한 비핵무기 중 가장 위력이 세다. 또 다른 이름인 공중폭발대형폭탄(MOAD)의 앞글자를 따 '모든 폭탄의 어머니(Mother of All Bombs)라고 불릴 정도로 파괴력이 엄청나다.

◇ 미 관료들 "폭탄은 폭탄일 뿐"…의미 부여 경계

 미국 정부는 일단 GBU-43 사용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방부 관계자는 13일 공격을 단행한 이유는 목표물이 이날 거기 있었기 때문이라고 USA투데이에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 이미 아프간에서 다양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왔음에도 GBU-43 투하 사실을 굳이 따로 발표한 까닭은 해당 폭탄의 첫 실전 배치 사례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GBU-43 투하 후 그냥 넘어간다면 현지인들 역시 폭발 규모와 위력에 관해 의뭄을 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작전에 여러 옵션을 고려했고 GBU-43을 최선책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번 조처가 북한 경고용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또 다른 국방부 관료 역시 "때때로 폭탄은 그냥 폭탄일 뿐"이라며 GBU-43 사용에 관한 지나친 의미 부여를 경계했다.

◇ 꺼림직한 시점…북한 시리아 추가 압박 의도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인민군 특수작전부대 강화 및 대상물 타격경기대회-2017'을 참관했다고 13일 보도했다.  이날 대회장에서는 황병서 총정치국장, 리명수 총참모장, 리영길 총참모부 제1부총참모장, 김영복 제630대연합부대 부대장, 유림호 정치위원 육군소장, 김명식 해군사령관, 허영춘 정치위원 해군중장, 김광혁 항공 및 반항공군사령관, 손철주 정치위원 항공군상장 등이 김정은 위원장을 맞이했다. 2017.04.13.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인민군 특수작전부대 강화 및 대상물 타격경기대회-2017'을 참관했다고 13일 보도했다.  이날 대회장에서는 황병서 총정치국장, 리명수 총참모장, 리영길 총참모부 제1부총참모장, 김영복 제630대연합부대 부대장, 유림호 정치위원 육군소장, 김명식 해군사령관, 허영춘 정치위원 해군중장, 김광혁 항공 및 반항공군사령관, 손철주 정치위원 항공군상장 등이 김정은 위원장을 맞이했다. 2017.04.13. (출처=노동신문)  [email protected]

 하지만 공격의 시점상 꺼림직한 부분이 많다. 미국은 불과 일주일 전 화학무기 사태를 응징하겠다며 시리아 공군기지를 순항 미사일로 폭격했다. 한반도에선 북한의 핵 실험 징후로 역내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다.

 자연스럽게 GBU-43은 북한-시리아 추가 압박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이들 국가에 대해서도 GBU-43 같은 폭탄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미 싱크탱크 국가이익연구소(CFTNI)의 국방 연구 담당자 해리 카지아니스는 트럼프가 북한을 직접 공격할 것으로 전망하진 않는다며 "자신이 진지하다는 점을 북한에 시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카지아니스는 트럼프가 군사적 상징을 중요시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는 시각적인 걸 좋아하는 듯하다"며 "그는 적들에게 많은 신호를 보내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선캠프에서 일한 마이클 카푸도는 트럼프가 내린 일련의 결정은 적국에 대한 경고라며 "그는 레드라인(금지선)을 긋는다면 매우 선명하게 긋는다. 미국은 매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무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 미, 중국 역할 계속 촉구…북한 상황은 중동과 달라

 현재로서 트럼프는 북한 문제와 관해 중국의 역할을 계속 촉구하고 있다. 그는 GBU-43 투하 이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처가 북한에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인지에 대해 말을 아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메시지를 보낼 지는 나도 모르겠다"며 "그렇든 않든 아무 상관이 없다. 북한은 문제다. 문제를 처리할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대신 "이렇게 말하겠다. 난 중국이 매우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을 정말 좋아하게 됐고 존중한다"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멋진(terrific) 사람"이라며 중국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방부·AP/뉴시스】미국 상업위성 디지털 글로브가 포착한 시리아 알 샤이라트 공군기지. 사진은 2016년 10월 7일 촬영한 것이다. 지난 4일 화학무기 공격에 이용된 것으로 알려진 이 기지는 7일 새벽(현지시간) 미국으로 크루즈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2017.04.07

【미국방부·AP/뉴시스】미국 상업위성 디지털 글로브가 포착한 시리아 알 샤이라트 공군기지. 사진은 2016년 10월 7일 촬영한 것이다. 지난 4일 화학무기 공격에 이용된 것으로 알려진 이 기지는 7일 새벽(현지시간) 미국으로 크루즈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2017.04.07

 한반도 여건상 GBU-43 투하는 적절하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이 폭탄은 수송기를 통해 투하 장소로 이동시켜야 하기 때문에 북한 내 사용은 적합하지 않다고 USA투데이는 지적했다.

 북한과 시리아·아프간의 실정은 완전히 다르다는 점도 문제다. 북한의 경우 미국이 아주 제한적인 규모의 공습만 가하더라도 북한 정권이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여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 아프간 현지 상황 고려해 결정한듯

 미국이 아프간을 GBU-43 사용 장소로 선택한 이유는 현지 사정을 고려하는 동시에 북한·시리아를 압박하는 부차적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군은 아프간에서 IS가 세력을 키우자 현지 군사 작전을 확대해 왔다.

 시사매체 애틀랜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3월사이 아프간에 폭탄 450기를 투하했다. 트럼프 취임 전인 작년 한 해 미 공군이 아프간에 떨어뜨린 폭탄이 약 1300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습이 대폭 강화됐다.

 현재 아프간 정세는 2001년 전쟁으로 이슬람 무장정파인 탈레반 정권이 축출된 뒤 가장 최악의 상황이라고 알려졌다. 주로 이라크, 시리아에서 활동하던 IS와 알카에다 모두 아프간 활동을 늘리고 있어서다.

 IS의 경우 2015년 1월 처음으로 아프간 진입을 공식화한 뒤 연쇄 테러를 저질러 왔다. GBU-43이 투하된 낭가르하르는 IS의 주요 거점이다. 미국과 현지군은 작년부터 이곳에서 IS 격퇴 작전을 집중적으로 벌였다.

 CNN방송은 미국과 아프간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아프간 현지 사정이 악화하면서 미 국방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모두에서 아프간에 대한 전략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