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공습' 3일만에 확 달라진 일상…병원만 북적
사상 최초로 사흘 연속 비상저감조치
재래시장은 썰렁…"외출 안 하니 매출↓"
대형마트, 계산대 12개 중 3개만 열려
병원에만 마스크 착용 환자들로 북적
【서울=뉴시스】박미소 수습기자 = 3일째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 중인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한 시민이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19.01.15. [email protected]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서울을 뒤덮은 15일 오전 11시께. 한적한 동작구 노량진근린공원을 지나던 이정덕(70)씨가 근심 어린 얼굴로 말했다. 미세먼지 방지용 마스크를 끼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했다.
이씨는 "이제 항상 가방에 마스크를 구비해두고 수치가 나쁘다고 하면 바로 쓴다"며 "마스크를 안 쓰면 목이 더 칼칼하고 코가 따끔거린다. 노인들은 젊은 사람들보다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과 경기도엔 2015년 환경부가 미세먼지 관측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됐다. 또 2017년 제도를 도입한 이후 최초로 서울 등 수도권에 사흘 연속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졌다.
숨쉬기 거북할 정도로 공기가 나쁜 날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민의 일상을 대기의 질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내에만 있을 수밖에 없는 처지를 가리켜 '셀프(Self) 연금'이라고 자조하는 우스갯소리가 온라인상에 넘쳐나고 있다.
【서울=뉴시스】박미소 수습기자 = 3일째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 중인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들이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19.01.15. [email protected]
오전 11시30분께 이 카페의 유일한 손님으로 앉아있던 김철웅(29)씨는 "밖에 나오기 꺼려졌지만 업무상 미팅 때문에 나와야 했다. 그래도 밖보다는 안이 나은 것 같아서 카페에서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실외에서 장사하는 재래시장 상인들의 근심은 더욱 컸다. 오전 강북구 수유중앙시장은 오가는 손님 없이 상인들만 덩그러니 눈앞에 쌓인 물건을 지켜보고 있었다.
화장품 가게를 운영 중인 하윤자(62)씨는 "공기가 좋으면 젊은 사람들이 유모차도 끌고 나오고 그러는데, 미세먼지가 심하면 정말 안 나온다"며 "특히 아이가 있는 집은 아예 외출 자체를 안 해서 하루 매출이 20% 정도는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한 과일가게 주인은 "강북은 특히 재래시장이 많은데 날씨가 안 좋을 때 타격이 크다"며 "미세먼지 때문에 당장 죽을 것처럼 언론과 정치인이 호들갑을 떠니 사람들이 아예 안 나오게 되고, 자연스럽게 재래시장 매출이 줄어든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대부분 시간대 사람들이 많은 대형마트도 한산했다. 이날 오후 11시께 롯데마트 중계점에는 계산대 12개 중에 3개만 열려있을 정도였다.
병원에 사람이 몰리는 것도 미세먼지가 낳은 진풍경 중 하나다. 두통 및 목과 코의 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날 중구 한 이비인후과의 대기실은 마스크를 낀 환자들로 붐볐다.
이 병원의 홍정표(49) 원장은 "나도 버스정류장에서 10분 정도 있다 보면 (코와 목에) 이물감이 느껴진다"며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 질환으로 내원하는 사람이 당연히 아주 많다"고 밝혔다.
이 병원에서는 의사가 환자에게 "이거야말로 미세먼지 때문"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해당 환자 박은경(38·여)씨는 "묽은 콧물이 줄줄 나오는 내 증상을 보고 선생님이 한 말"이라며 "원래 호흡기가 안 좋은데 오늘 급성 후두염이 왔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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