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근 성추행' 장례식장 동석 검사 "당시 만취" 증언
"혀가 꼬여서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
현직 검사, 안 전 검사장에 유리 증언
서지현 본 기억엔…"제 시야엔 없었다"
박균택 검사장 등 3명, 내달 증인신문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보복을 한 혐의로 1심에서 법정 구속된 안태근 전 검사장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05.16. [email protected]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이성복)는 30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안 전 검사장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손모 대검 검사는 안 전 검사장이 서 검사를 강제추행한 것으로 알려진 2010년 10월29일 장례식장에 있었던 인물이다. 손 검사는 당시 이귀남 법무부장관과 안 전 검사장 사이에 앉았다고 기억했다.
손 검사는 "안 전 검사장에게 술 많이 드셨냐고 했는데 혀가 많이 꼬여서 (말을) 알아듣기 어려웠다"며 "저를 사이에 두고 장관과 안 전 검사장이 대화하니 제가 피해드렸는데, 장관이 물어보는 데도 안 전 검사장이 고개 숙이고 졸고 있어서 장관이 '내가 수행해서 온 건지, 안 단장이 나를 수행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셨다"고 주장했다.
손 검사의 주장은 당시 만취 상태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안 전 검사장에게 유리한 증언이다. 앞서 1심은 '사건 당시 안 전 검사장이 장관을 수행해 저녁식사를 마친 후 문상이 예정된 상황에서 만취해 기억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시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점 등을 들어 안 전 검사장이 서 검사를 강제추행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손 검사가 이 사건 증인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검찰 수사 단계나 1심 과정에서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게 이 자리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당시 문제가 된 자리에서 '서 검사를 본 적 없냐'는 재판부 질문에는 "제 기억에는, 제 시야에는 없었다"고 언급했다.
부치지청(지검 소속 소규모 지청)에 연달아 발령나는 게 인사 불이익에 해당하는지 묻자 "인사담당자가 아니라서 룰은 모른다"면서도 "적어도 제 검사생활에서는 인사 원칙이 규범력이 강하지 않고 그 때 그 때 다르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안 전 검사장 후임으로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낸 박균택 광주고검장과 서 검사 후임 최모 검사 등을 이날 증인으로 채택했다. 다음달 13일 오후 열리는 다음 기일에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지면 항소심 심리는 사실상 마무리된다.
안 전 검사장은 2010년 10월 한 장례식장에서 서 검사를 성추행한 이후 2015년 8월 서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당시 안 검사장은 검찰 인사 등을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다. 인사권을 남용해 서 검사가 수십 건의 사무감사를 받고 통영지청으로 발령 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다만 성추행과 부당 사무감사 의혹은 안 전 검사장 혐의에서 제외됐다. 성추행 혐의는 당시 친고죄가 적용돼 이미 고소기간이 지나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심은 "안 전 검사장은 (법무부) 검찰국장의 업무를 남용해 인사담당 검사로 하여금 원칙과 기준에 반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할 수 있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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