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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판에 낀 시진핑…방북 계기로 북미 대화 촉진할까

등록 2019.06.21 16:5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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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美 셈법 바꿔라" vs 美 "FFVD·제재 강조"

시진핑 방북 이후에도 북미 입장 차 여전히 팽팽

비건-최선희 실무회담, 비건 평양 방문도 관건

"실무협상 조기 재개 안 되면 시진핑 역할 부정적"

한미정상회담 전 4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도 관심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을 했다고 21일 보도했다. 2019.06.21.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을 했다고 21일 보도했다. 2019.06.21. (출처=노동신문)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강수윤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1일 평앙에서 가진 5차 북중 정상회담이 경색 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를 촉진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시 주석은 지난 20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비핵화 협상의 주요 플레이어로서 관여할 의사를 천명하며 북미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중앙(CC)TV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열린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평가한다"면서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기대는 북미 대화가 지속되고, 성과를 달성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북미대화 입장을 지지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인내심을 유지하려 한다"고 밝히며 당장 판을 깨고 새로운 길로 들어설 생각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이 북한의 요구가 '응당하다'며 김 위원장의 비핵화 정책과 방법론에 힘을 실었다.

시 주석은 방북에 앞서 19일 노동신문 기고를 통해 "조선 측이 조선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올바른 방향을 견지하는 것을 지지한다"면서 "대화를 통해 조선 측의 합리적인 관심사를 해결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언급한 '합리적 관심사 해결에 대한 지지'는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이 요구한 북한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체제 보장 조치의 '단계적·동시행동원칙'에 대한 지지를 거듭 표명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중국이 '비핵화 해법'으로 내세우고 '단계적·동시행동원칙'과 맥락을 같이하는 '쌍궤병행(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 동시 추진)' 입장을 이번 방북에서도 재강조한 것이다.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을 했다고 21일 보도했다. 2019.06.21.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담을 했다고 21일 보도했다. 2019.06.21. (출처=노동신문)  [email protected]

북중 정상은 미국의 '포괄적 비핵화 합의 추진' 셈법을 바꿀 것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서로의 우려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히며 미국이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완화' 협상 전략을 바꾸지 않는다면 당장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전략적 방침을 재확인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밝힌 만큼 연말까지 남은 기간 미국이 셈법을 바꿔서 올 때까지 버틸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미 국무부는 20일(현지시간) 북한 평양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비핵화 목표를 거듭 상기시키면서 대북 제재 이행을 촉구했다.

국무부실 관계자는 이날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미국은 파트너국가 및 동맹국들, 그리고 중국을 포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과 함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VD) 달성이란 공동의 목표에 헌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들을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고, 우리는 모든 나라들이 그렇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시진핑 방북 전날인 19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가 주최한 행사에서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포괄적 비핵화 합의 추진 원칙을 재확인했다.

비핵화 해법을 두고 북미 간 입장 차이가 시진핑 방북 이후에도 팽팽하게 유지되고 있어 당분간 북미간 기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재생에너지 관련 연설을 위해 아이오와주로 떠나기 전 기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밝히며 “이번 친서로 뭔가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9.06.12.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재생에너지 관련 연설을 위해 아이오와주로 떠나기 전 기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밝히며 “이번 친서로 뭔가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9.06.12.

다만 이번 시 주석의 방북이 북미대화의 긍정적 역할을 미쳤는 지 판단할 수 있는 잣대는 '실무회담 재개'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달말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사전 준비 차 다음주 방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방한 기간 중 깜짝 방북이 이뤄지거나 판문점 등에서 북측과 실무회담이 성사된다면 북미대화 재개의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비건 대표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등과 판문점에서 접촉을 갖는다면, 북한이 제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북미 대화 재개를 본격화하는 것이란 해석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미 실무협상이 조기에 재개되면 중국이 대화를 촉진한 긍정적 역할을 한 것"이라며 "실무협상이 재개되지 않고 북한이 '단계적·동시행동원칙'만 주장하면 중국이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 시진핑 방북 이후에도 북한이 전향된 입장을 보이지 않는다면 시진핑 방북 성과가 높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북중 정상회담 이후 이달 말 한미정상회담 전 4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시진핑 방북, 트럼프 방한 의미와 남북정상회담 전망' 좌담회에서 이달 말 한미정상회담 전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북한에 계속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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