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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정국 결국 여야 '강대강' 마무리…더 가팔라진 대치

등록 2021.05.13 19: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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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1명 낙마로 끝내자' 與 vs '임혜숙도 낙마' 野

총리 인준 이어 임혜숙·노형욱 청문보고서 채택도 강행

본격적인 대선 정국 진입 앞두고 정국경색 불가피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후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05.13. (공동취재사진)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후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05.13. (공동취재사진)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과 임혜숙·노형욱·박준영 장관 후보자 거취를 놓고 꽉 막혀 있던 청문회 정국이 13일 결국 여야 간 '강대강' 대치로 막을 내렸다.

야당이 장관 후보자 3명의 낙마와 총리 후보자 인준 문제를 연계한 상황에서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에도 협상이 끝내 결렬되자 여당이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단독 처리로 청문 정국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7시 본회의를 열어 김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해 표결로 처리키로 했다.

이날 박 의장 주재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두 차례 만나 최종 담판을 시도했지만 끝내 합의 도출에 실패한 데 따른 것이다.

총리 인준안 처리에 반발하고 있는 국민의힘이 본회의에 참석하되 표결에는 불참키로 함에 따라 전임인 정세균 전 총리 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도 민주당의 단독 처리 수순을 밟게 됐다.

민주당은 본회의 직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도 열어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도 단독으로 채택할 방침이다.

앞서 임·노·박 후보자의 자진사퇴나 지명 철회 전에는 총리 인준은 불가하다는 국민의힘 입장과 반드시 이날 중으로 총리 인준을 마치겠다는 민주당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린 가운데 박 후보자가 전격 사퇴하면서 합의 도출 가능성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박 후보자 1인의 낙마로 끝내자는 민주당의 입장과 달리 국민의힘에서 임 후보자의 사퇴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협상은 무위로 돌아갔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5.0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5.07. [email protected]

마지막 회동 뒤 윤 원내대표는 "저희 당은 박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함으로써 국민과 야당의 의사를 충분히 수용하고 반영했다는 입장"이라며 "그러므로 총리 인준안 처리에 야당이 협조해주기를 요청했지만 거기에 충족스러운 답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반면 김 원내대표는 "국민 눈높이에는 장관 후보자 3인 중 한 명도 적합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원활한 의사진행을 위해 그 중 최소한 2명 박준영·임혜숙 후보자에 대해서는 부적격자로 다른 사람을 선정해야 한다는 요구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그래서 인사청문 절차와 인사안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으로서는 174석의 압도적인 의석수를 앞세워 총리 인준과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여야 합의 없이 단독으로 채택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정국 운영의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입장에서 강행 처리로 '거여 독재' 프레임 속 여론 악화와 야권의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다음주 한미정상회담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자리를 비우는 사이 국정을 대행할 총리의 공백을 한시라도 빨리 해소해야 한다는 청와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데다 박 후보자 사퇴로 일정 부분 명분도 확보했다는 판단에 따라 밀어붙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민의힘은 여권 내부에서도 임혜숙 등 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은데다 여론도 임·노·박 후보자에게 부정적이어서 급할 게 없었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임명 강행에 나설 경우 '재보선 참패에도 쇄신 없는 거여 독주' 프레임에 가둘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던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서로 엇갈린 입장과 셈법 속에 청문정국이 막을 내린 가운데 여야는 서로를 거칠게 비판했다.

민주당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오는 21일 문 대통령께서는 한미 간 코로나19 대응 협력, 경제분야 협력, 한반도 비핵화 등을 위한 한미정상회담 참석이 예정돼 있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국무총리 임명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5.0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5.04. [email protected]

이어 "국민의힘의 오늘 합의 거부는 명백히 국민의 고통을 외면한 것이다. 국회가 더 이상 발목을 잡아서는, 공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며 "국무총리 인준을 빌미로 코로나 극복을 위한 장관 후보자를 거래하려는 행태에 다시 한 번 유감을 표한다. 국민께 부끄러운 정치 후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국무총리와 장관을 선정함에 있어서 시장에서 물건 값 흥정하듯이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숫자놀음으로 1명이 자진사퇴했으니 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임명하겠다, 이런 식의 산수에 의한 숫자놀음으로 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장관이나 국무총리가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 당연한 원칙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와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장관 후보자 3명 중 1명에 대해서는 자진사퇴하는 방법으로 정리했지만 나머지 두 후보자에 대해 끝까지 장관을 임명하겠다는 고집을 부리고 있다"며 "지난 4·7 보궐선거에서 국민은 문정권의 독선적 오만한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의지를 확인해줬으나 청와대와 여당은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이날 김 총리 후보자 인준안을 단독 처리하는데 이어 문 대통령은 오는 14일 중으로 임혜숙·노형욱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여야의 대치 전선은 더욱 가팔라지고 정국 경색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속속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서고 있고 국민의힘도 다음달 11일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면 여야가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여 강대강 대치는 장기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이달 중순께 열릴 예정인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여야는 거칠게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장 재배분 문제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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