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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 히말라야 이야기]티베트 연대의 날

등록 2013.05.18 07:51:00수정 2016.12.28 07: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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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하도겸 박사의 ‘히말라야 이야기’ <1>  2010년 중국의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던 류샤오보(劉曉波)가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노벨상을 받으려고 전 세계가 혈안이었지만, 정작 중국은 발칵 뒤집혔다. 류샤오보는 활발한 인권활동으로 이미 중국당국에 의해 수감 중이었던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dogyeom.ha@gmail.com

【서울=뉴시스】하도겸 박사의 ‘히말라야 이야기’ <1>

 2010년 중국의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던 류샤오보(劉曉波)가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노벨상을 받으려고 전 세계가 혈안이었지만, 정작 중국은 발칵 뒤집혔다. 류샤오보는 활발한 인권활동으로 이미 중국당국에 의해 수감 중이었던 것이다.

그에 대한 수상은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의 의미와 함께 그의 수상식 참여 즉, 석방을 촉구하는 의미를 엿볼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내정간섭인 셈이다. 당연히 이러한 수상소식에 대해 중국의 반응은 부정일변도였다. 그런 가운데 중국식 노벨평화상인 공자평화상이 그해 12월 바로 제정되기도 했다.

 국내외적으로 누구나 이 상이 중국 정부와 연계됐다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세계는 중국정부와 공자평화상을 조롱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 상이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면서 시상 계획을 취소하라고 명령했다고까지 한다. 시시비비를 떠나서 이 상은 작년에도 계속됐음에도 지금까지도 이 상을 제정한 민간단체인 중국국제평화연구센터라는 조직의 실체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에 베이징(北京)의 시인인 차오다모(<言+焦>達摩)와 작은 사업을 하는 탄창류(譚長流)가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열리기 하루 전인 12월9일 수상자를 발표하자는 목표로 이 상을 제정했다고 하는 것이 밝혀지기는 했다. 하지만 누구도 그러한 중국 측 기사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중국정부가 정말 이런 코믹한 일을 했을까에 대해 의심스럽다. 물론 중국 우익성향의 인물들이 이 상을 급조했고 중국정부에서는 나름 중국의 핵심이익이나 견해를 대변하는 이 상을 굳이 만류할 필요도 없다. 서구사회의 중국정부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이나 조롱을 정말 우리 사회가 아무런 필터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는지 사실 의문이다.

 이러한 공자평화상이 작년에는 후보 명단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11대 판첸라마 등 쟁쟁한 후보들을 선정했다. 다른 사람들은 국제적인 인물이지만 판첸라마는 조금 낯설다. 판첸라마는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스님의 직함이라고 하면 맞을까? 달라이 라마와 비슷한 개념으로 티베트 불교 특히 노란 모자를 쓴 황모파(黃帽派)인 겔룩파(格魯派)의 법왕이다. 아미타불의 화신으로 인정받는 판첸 라마는 관세음보살의 화신인 달라이 라마에 이은 티베트 불교의 2인자인 셈이다.

 1995년 중국에서 새롭게 임명한 티베트의 제11대 판첸라마는 기알첸 노르부이며 이가 공자평화상 수상 후보가 된 것이다. 수상 이유는 중국 공산당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인 그가 계속해서 “중국 공산당 덕분에 티베트가 압제에서 해방됐다”며 중국의 티베트 통치를 찬양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도 국내외 신문기사에는 티베트 불교 내에서는 중국정부에서 내세운 판첸라마의 정통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대부분 티베트인이 그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까지 보도되고 있다.

 물론 그런 경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중국 내 분위기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그가 법왕으로 있는 티베트의 대표적인 전통사찰인 타쉬룬포 사원에는 중국 내외의 참배객이 끊이지 않는다. 물론 순례의 대상이 10대까지 판첸라마의 영탑이 중심이지만, 현재 판첸라마를 완전히 회피하는 것은 아니다. 대개 달라이라마와 척을 지고 있는 까닭에 판첸라마로는 인정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티베트 불교승인 라마로서 나름 매우 훌륭한 분이라는 평이 오히려 대다수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를 만난 스님들과 신도들은 그가 단순한 중국정부의 꼭두각시라는 생각조차 들게 하지는 않는다고 전하고 있다.

 실제로 청나라 시기부터 달라이 라마와 판첸 라마 등의 법왕 급의 환생자 결정은 청나라의 엄격한 규정에 따라 금 항아리 제비뽑기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까닭에 티베트 망명정부의 일방적인 주장만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최근 지난 20년간 조용했던 판첸 라마의 존재가 새삼 주목되고 있다. 75세를 훌쩍 넘긴 고령의 달라이 라마가 입적했을 때 현재 판첸라마의 역할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달라이라마가 입적하면 판첸 라마는 환생자를 찾아서 종교 지도자로 훌륭하게 성장할 때까지 스승 역할을 하는 섭정이 된다. 그래서 인도 다람살라에 자리 잡은 티베트 망명정부는 달라이 라마가 택한 겐둔 치아키 니마가 진짜라고 새삼 강조하고 있다.

 1995년 5월 17일 망명정부에 의해서 제11대 판첸라마로 지목된 당시 6살이던 겐둔 치아키 니마가 행방불명된 바 있다. 납치 살해설 등 각종 소문이 무성했지만 최근 중국 정부는 치아키 니마가 강금 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안전하게 잘 지내고 있으며 사생활을 보호받기를 원한다”고 답한 바 있다. 티베트 망명정부 측 인사도 기대 반으로 사실일 개연성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4월 30일 티베트 망명정부의 중앙행정사(내각)와 인민회의(국회격)는 성명에서 치아키 니마가 실종된 5월17일을 ‘티베트 연대의 날’로 제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유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티베트인을 지지해 달라고 국제 사회에 촉구하고 있다. 사실은 치아키 니마의 생환을 바라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서울=뉴시스】하도겸 박사의 ‘히말라야 이야기’ <1>  2010년 중국의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던 류샤오보(劉曉波)가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노벨상을 받으려고 전 세계가 혈안이었지만, 정작 중국은 발칵 뒤집혔다. 류샤오보는 활발한 인권활동으로 이미 중국당국에 의해 수감 중이었던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dogyeom.ha@gmail.com

 한편, 지난 2009년부터 분신한 티베트인은 117명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일련의 활동이 과연 티베트망명정부에 독립을 가져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티베트 망명정부가 정한 ‘티베트 연대의 날’인 5월17일을 앞두고 반중 시위가 촉발될 가능성으로 시짱(西藏)자치구(티베트)에 긴장이 고조됐다. 중국 당국은 이미 작년 12월부터 시장(西藏)자치구 라싸(拉薩)시 구시가지 중심인 조캉사원 바코르 지역에 거주하는 티베트인을 도시 외곽으로 강제 이주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티베트 망명정부의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보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국을 방문 중인 롭상 상가이 티베트 망명정부 총리는 5월 9일 “티베트 망명정부는 중국의 통치를 받아들이고,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존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분리 독립과는 사뭇 다른 입장이다.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이 그의 발언을 적극 진지하게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특히 5월 17일 이전에 중국이 망명정부의 코페르니쿠스적 태도변화에 대한 분석도 없이 순수한 의도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일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티베트 망명정부의 분리 독립 자치를 주장하는 모임들의 활동이 지속하고 있다. 지난 4월 10일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상임공동대표 퇴휴스님)와 티베트하우스코리아(대표 텐진남카스님)는 록빠, 더티베트미러 등 국내 티베트 관련 단체와 실천불교전국승가회가 함께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공연장에서 ‘티베트 민중 봉기 54주년 기념식 및 분신희생자 추모문화제’를 열었다. 다음날인 11일부터는 티베트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1인 릴레이 시위가 지속하고 있다.

 또 지난 4월29일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는 티베트 하우스 코리아 사무총장 텐진남카 스님과 실천승가회 집행위원 여암 스님, 충북참여연대 인권위원 진화스님,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정웅기 집행위원장, 전국목회자 정의평화협의회 박승복 목사 등 40여명이 참석해 ‘티베트 소신공양 추모기도회’를 봉행했다. 5월 17일 ‘티베트 연대의 날’에도 모임을 지속했다.

 하지만 망명정부의 총리조차도 중국의 통치를 받아들이겠다고 나선 이 시점에서 제3국인 우리가 달라이라마를 중심으로 하는 불교적인 시각이나 망명정부 편향적인 시각에서만 이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 신중하게 뒤돌아 볼 필요도 있다. 그렇다고 1959년, 1987년, 1989년, 2008년에 일어난 대규모 티베트인들의 시위를 중국인 무력으로 진압한 것을 용인하거나 두둔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의 종교적 열정이나 인권적인 열망이 정치적으로 잘못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

 2009년 주한중국문화원이 개최한 ‘티베트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이름의 사진전에는 ‘종교와 정치가 일치화된 세습 봉건사회’로 비판해 온 티베트의 노예제도나 인피를 벗겨 놓은 모습 등 악습을 고발하는 내용의 사진이 전시된 바 있다. 중국 측 주장도 틀린 것만은 것이다. 불교국가였던 한때 승려가 국가권력을 휘두르던 고려의 패망도 연상되는 부분이다. 비록 티베트 독립과 달라이라마의 수행이 범인류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불교적으로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해도 옛 티베트의 악습이나 현 롭상상가이가 이끄는 망명정부의 정치적인 욕망까지도 미화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적어도 계속해서 깊어가는 한중관계의 미래와 더욱더 비중을 차지해 가는 대중교역 등을 고려해 볼 때, 그리고 ‘달라이라마 리스크’를 생각하면 우리나라는 제3국으로서 좀 더 세련되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지금까지도 달라이라마를 초대한 국가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 ‘달라이라마 리스크’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반대하는 것도 옳지는 않다.

 결국, 티베트와 관련된 불교, 달라이라마, 대중 관계, 인권, 환경, 외교 문제 등의 여러 요인을 복합적으로 객관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다음에 정말 어떻게 하는 것이 우리 국익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우리 국익을 차치하고서라도 얻어야 할 인류 보편적인 가치와 우리나라의 비전이 무엇인지에 대한 신중하고도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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