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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어 이번엔 터키…"해외 ABCP 투자 불안 확대 양상"

등록 2018.09.03 14: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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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익스포저 보유 카타르 은행권 불안감↑…대규모 환매로 시장 부담 확대"

"정치 이슈와 연관돼 위험 측정 어려워…터키 단기 CDS 높아지며 불안감 늘어"

외환보유고·대외자산 등 재무적 차원서 대응 능력 충분…정부 지원 가능성도↑

중국 이어 이번엔 터키…"해외 ABCP 투자 불안 확대 양상"

【서울=뉴시스】장서우 기자 = 미국-터키 간 정치적 갈등에서 시작된 금융시장 변동성으로 중동계 은행 관련 자산유동화어음(ABCP)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랭하고 있다. 지난 5월 중국 에너지 기업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ABCP 관련 손실에 이어 터키 이슈로 해외 ABCP에 대한 투자자들의 회피심리가 상당히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터키발 금융위기로 카타르 국립은행(QNB)의 ABCP를 편입하고 있는 머니마켓펀드(MMF)에 대한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가 쏟아지자 DB자산운용, 알파에셋자산운용, 흥국자산운용 운용사들은 환매 연기를 신청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에서 정기예금 유동화 증권을 발행한 중동계열 은행 중 Emirates NBD, Qatar National Bank, The Commercial Bank 3개 은행의 터키 익스포저(Exposure) 비중은 지난달 23일 기준 17.0%, 9.7%, 9.0% 수준으로 터키 경제 변수에 크게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터키의 강력한 동맹국인 카타르 정부는 터키에 150억달러(약 16조9425억원) 규모의 직접 투자 계획을 밝히고 유동성 안정을 위한 통화스와프 협정까지 체결한 상태다. 이는 지난해 카타르가 중동 국가들로부터 무더기 단교를 당했을 당시 중동 지역 기반 확대를 모색하고 있던 터키 에르도안 정부가 카타르를 지지하고 각종 물자를 지원했던 것에 대한 보답의 성격이라는 평가다.

김선주 연구원은 3일 "최근 금융시장 위험이 확대되고 있는 터키에 대한 익스포저를 보유하고 있는 카타르 은행권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되며 대규모 포지션 정리로 이어지고 있다'며 "지난주 중동계 은행이 발행한 정기예금 유동화 자산을 보유한 MMF에 대한 대규모 환매가 이어지면서 시장 부담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단기 자금 운용이라는 면에서 MMF 자금의 리스크 회피 정도가 굉장히 높은데 최근 해외 관련 투자에 대해선 보다 극단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최근 사태는 경제 문제뿐 아니라 중동의 정치적 이슈까지 복합적으로 연관되면서 그 해소 과정의 예측이나 위험 측정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위기 가능성이 재차 짙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터키 금융기관 20곳의 신용등급을 일거에 강등한 데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터키 외화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50%를 넘을 것으로 추산하면서 리라화는 또다시 급락세를 나타냈다. 이에 아르헨티나 페소화, 남아프리카 랜드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등 신흥국 통화들이 동반 하락하며 불안한 모습을 나타냈다.

김 연구원은 "높은 단기 외채 부담, 외환보유고 감소 등 불안 양상을 보이고 있었던 가운데 미국과의 외교 분쟁은 (터키의) 위기 상황을 격화하고 있다"며 "지난달 14일 이후 터키의 단기 신용부도스와프(CDS)가 장기보다 높게 형성되는 등 시장 불안감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행정부가 브런슨 목사의 송환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들어 터키와 미국 간 갈등이 단기간에 해결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터키 사태와 더불어 최근의 저유가 상황, 아프간 전쟁 이후 이란-사우디 간 세력 분쟁 격화 등으로 지역 정치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노이즈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안정적인 외환보유고, 대외자산 등을 고려할 때 재무적 차원에선 충분한 대응 능력을 보유했다는 진단이다. 2016년 첫선을 보인 중동계 은행 정기예금 유동화는 지속해서 상승세를 보여 왔으며 특히 국내에서 유동화 증권을 발행한 중동계 은행의 경우 정부나 정부 투자기관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글로벌 신평사 등급은 평가사별로 차이가 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강력하게 보고 최종등급이 산정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정부의 지원 능력과 의지를 기반으로 현 수준의 신용등급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카타르 간 경제적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도 정치·군사적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카타르는 중동 내 최대 규모의 미 공군 기지를 보유하고 있고 그 기지는 시리아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며 "카타르 국왕도 주요 수입원인 LNG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선 미군의 막강한 군사력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하는 데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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