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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 "사회 앞날 부정적 생각, 1987 촬영후 달라져”

등록 2017.12.20 15: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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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 "사회 앞날 부정적 생각, 1987 촬영후 달라져”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전 사실 우리 사회의 앞날에 대해 다소 부정적이었어요. 그런데 영화 '1987'을 촬영하면서, 또 완성된 영화를 본 뒤에 생각이 바뀌었어요."

 배우 김태리(27)는 "내가 출연한 영화에 관해 이같이 말하는 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게 솔직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작품이 관객에게도 그렇게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저도 지난 겨울 촛불집회에 나갔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는 계속해서 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죠. 승리의 역사가 없는 건 아니지만, 기득권 세력이 권력을 반복해서 유지해나갈 거라고 봤던 겁니다. 당시 촛불이 그렇게나 많이 모였지만, 대단한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제가 잘못 생각한 거였어요. '1987'에 참여하면서 이 나라가 아무리 엉망이 되더라도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길이 우리에게 있다는 믿음이 생긴 겁니다. 실제로 촛불집회의 결과도 그랬고요."

 김태리는 이어 "안 되는 것처럼 보여도 되는 방향으로 노력해나가는 것, 그것 자체가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리 "사회 앞날 부정적 생각, 1987 촬영후 달라져”


 1987년 6·10 항쟁을 다룬영화 '1987'(감독 장준환)의 '연희'가 바로 김태리와 유사한 캐릭터다. 87학번 신입생 연희는 그저 삼촌이 선물해준 마이마이가 좋을 뿐이고, 운동권처럼 보이지 않는 복장을 갖춰 입는 데만 관심있는 대학생이다. 교도소 안과 밖을 잇는 민주화 운동에 힘을 보태고 있는 삼촌을 향해 그는 "그래봤자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냉소한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는지 아주 조금은 알게 된다.

 "저도 언론 시사회 때 완성된 작품을 처음 봤어요. 전 90년생이니까 그때 태어나지도 않았잖아요. 그런데도 정말 공감이 되면서 가슴에 울림을 주더라고요. 당시 사건을 알지 못하는 제 또래 관객에게도 충분히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런 영화에 출연할 수 있었다는 게 참 의미있는 작업이었다고 봅니다."

 김태리가 결정적으로 출연을 결심하게 된 장면은 역시 이 작품의 엔딩이다. 자신을 학생 운동으로 끌어들이려던 선배의 소식을 신문에서 본 뒤 연희는 어디론가 뛰어간다. 좁고 더러운 골목길을 달리던 그는 시민의 함성이 집결한 광장을 보게 된다.

 그는 "이 장면을 보는 순간의 관객 반응이 궁금했다"며 "내가 느낀 감정을 관객과 공유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떠올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태리는 "이 장면을 내가 해낼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쉬운 장면이 아니었어요. 단순히 연희가 생각을 바꿔 각성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어디론가 뛰어갔을 거예요. 그러다가 광장의 모습을 목격한 거죠. 그때의 감동, 아주 작은 희망을 느끼는 그 모습이 제게 담길 수 있을지 관객으로서 보고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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