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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비정규직 여직원들 "성추행 당해도···"

등록 2017.07.04 19: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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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김덕용 민경석 기자 = 대구지역 대표 은행에 다니는 여직원 A씨는 최근 회식 자리에서 B(40대)간부와 둘이 남게 됐다. B간부는 갑자기 A씨 옆으로 오더니 손을 잡고 입을 맞추려 했다.
 
A씨는 싫다고 뿌리쳤지만 B간부가 집요하게 요구하는 바람에 기습적으로 입맞춤과 포옹을 당했다.

은행권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여직원들이 성추행이나 부당지시 등에 시달리면서도 숨기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체 직원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여직원 비중이 높은 은행권은 성추행 사건이 터지고 나서 1~2년이 지나도 관련 예방규정 마련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4일 지역 은행권 등에 따르면 대구의 D은행 간부 4명이 비정규직(파견직) 여직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방 은행의 경우 조직 간 이동이 거의 없는 데다 임직원 대부분이 서로 잘 알고 지내는 '동네 사람'인 경우가 많다.

부당한 지시나 성희롱을 당해도 신고를 꺼리게 된다.

여직원들이 용기를 내 고발을 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이라 이후 피해자가 오히려 눈치를 봐야 하는 게 현실이다.

성추행을 경험한 C씨는 "남자 임원들은 틈만 나면 여직원들을 불러내 회식 등을 강요한다"며 "임원들이 인사권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한다"고 호소했다.
 
타 업종보다 이처럼 성추행, 성희롱 등의 성범죄가 잦은 이유는 임원들이나 상급 부서장이 상당부분 남성이 점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위원은 "여직원은 인사진급에서 배재된 구조라 성추행 등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며 "어떤 경우라도 성범죄는 반드시 일어나서는 안 되고 발생한다면 가해자는 여기에 마땅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현진 대구여성의전화 인권부장은 "은행권은 사업장도 작은 데다 성추행 가해자와 오랫동안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특수성 때문에 다양한 성범죄에 노출돼도 문제 제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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