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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신천지 아니냐" 요즘 대구에선 인삿말 이렇게 한다

등록 2020.03.04 16: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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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민들, 코로나 확산에 신천지에 두려움·적대감 표현

"비도덕적 운영 방식에 반감 확산...인신공격은 자제해야"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19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1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대구 남구 대명동 신천지 교회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2020.02.19.lmy@newsis.com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19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1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대구 남구 대명동 신천지 교회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email protected]

[대구=뉴시스] 이은혜 기자 = "예전에도 신천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주변에 많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대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29·여)씨는 "신천지 신도들이 자신의 종교에 대해 잘 드러내지 않는다고 들었다. 나와 매일 만나는 동료 중에도 신천지가 있을까 봐 걱정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슈퍼전파자로 지목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을 향한 대구 시민들의 눈총이 따갑다.

4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발생한 대구 첫 코로나19 확진자는 신천지 신도다. 그는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에 여러 차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발생한 지역 확진자 대다수도 신천지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일 오전 기준 대구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3601명으로 이 중 66%가 넘는 2383명이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거나 이들과 관련한 감염사례다. 

이 같은 상황을 접한 시민들은 신천지에 대한 두려움과 적대감을 표현한다.

지난달 22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된 '신천지의 강제 해산을 청원합니다'에는 지금까지 122만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했다.

직장인 김모(30·여)씨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얼마 전 기자회견 후 퇴장하며 엄지를 척 세웠다던데, 그가 한 사과가 진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며 "신천지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이모(42)씨는 "지인들과 만날 때마다 '너 신천지 아니냐'는 말을 인사처럼 하게 됐다"면서 "여러 지자체에서도 코로나19 조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는다고 신천지를 고발하는데, 조심해서 나쁠 거 없지 않냐"고 했다.
[가평=뉴시스]김선웅 기자 =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 가평 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하던 중 사죄의 큰절을 하고 있다. 2020.03.02.photo@newsis.com

[가평=뉴시스]김선웅 기자 =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 가평 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하던 중 사죄의 큰절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신천지 신도들이 종교를 밝히기 꺼린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대구 서구보건소 감염예방팀장 역시 자가격리 후 확진 판정을 받기 직전에야 자신이 신천지 신도라고 고백했다.

취업준비생 전모(24·여)씨는 "신천지 신도임을 알리지 않아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나. 신천지 때문에 지역 이미지도 안 좋아지는 것 같아 속상하다"며 "스스로 떳떳하지 않은 종교를 왜 믿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직장인 강모(45)씨는 "누군가 내게 친절을 베풀면 '이 사람 신천지 아닐까'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면서 "사람 사이 신뢰가 깨지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역 종교 상담 기관에도 신천지 관련 문의가 많아졌다.

황의종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 영남상담소장은 "대구 첫 확진자인 31번 환자가 신천지 신도라는 사실이 알려진 후 상담 문의가 평소의 몇 배로 늘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가족이 신천지인 걸 알게 된 사람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잦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보편적인 종교와는 다른 신천지의 비밀스러운 운영 방식과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며 시민들의 반감이 커진 것으로 분석한다. 동시에 신천지 신도 개인을 향한 무차별적인 혐오를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에서 유사종교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김종섭 토마스 신부는 "사실 상식적인 기준을 갖고 신천지 교회에 다니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면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거나 자가격리 조치가 돼도 신천지 신도라는 사실을 끝까지 주변에 알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어 "신천지는 정체를 숨긴 채 타인의 불안을 자극하는 등 비도덕적인 포교 방식을 가진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사람 자체를 깎아내리거나 인신공격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라고 짚었다.

황의종 소장 역시 "이만희 총회장이나 그 측근이 아닌 신천지 신도들은 오히려 가엾은 사람들이다"라며 "이들의 삶은 이만희를 위한 도구로 이용당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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