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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다 구혜선, 계속해라 '요술'

등록 2010.06.06 08:39:00수정 2017.01.11 11:5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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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남강호 기자 =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연기자로 활동하다 영화감독으로 변신한 구혜선과 인터뷰를 갖고 솔직 담백한 그녀의 연기와 연출 그리고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kangho@newsis.com

【서울=뉴시스】진현철 기자 = “한국 정서에 맞을지 모르겠어요. 첫 영화라서 제 스타일을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 했는데, 부정적일 수도 있지만 관객들이 즐겨줬으면 좋겠어요.”

 배우,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연주자 구혜선(26)의 이력서에 한 줄이 추가됐다. 24일 개봉하는 ‘요술’을 연출한 영화감독 구혜선이다. 단편영화 ‘유쾌한 도우미’(2008)로 탐색전을 마친 구혜선이 장편 상업영화를 내놓았다. 명실상부한 감독이다.

 명함도 갖고 있다. [‘요술’ 감독 구.혜.선]이라고 박았다. “(구혜선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사장님 명함은 번쩍거려요. 제 것과는 좀 달라요”라며 웃는다.

 ‘요술’은 제작비가 5억원도 채 못된다. 그래도 투자를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배우’ 구혜선과 달리 ‘감독’ 구혜선을 믿는 투자자는 없었다. 결국, YG의 양현석(41) 사장이 나섰다. YG의 공익 캠페인 ‘위드’에 공감한 CJ엔터테인먼트도 후원했다. ‘요술’은 이렇게 요술처럼 현실이 됐다.

 “상업영화지만 보통 상업영화에 비해 예산이 적어요. ‘워낭소리’가 10만이 넘어 대박을 터트렸는데, 10만이 넘었으면 좋겠어요.”

 ‘요술’은 예술학교를 배경으로 젊은 음악가들의 음악 열정과 경쟁, 그리고 미묘한 3각관계를 그렸다. “청춘의 무모함, 극단적인 어리석음을 얘기하려고 했어요. 청춘일 때는 몸바쳐 열정이잖아요. 결국에 행복한 사람은 없을지 모르지만 청춘을 그리워하는 얘기죠”라고 귀띔한다.

 ‘요술’의 탄생에 결정적인 구실을 한 두 사람이 있다. 첼리스트 송영훈(36)과 영화사 ‘아침’의 대표 정승혜(1965~2009)다. “기타 치는 음악영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송영훈씨의 공연에 초대받아 갔더니 아주 멋있더라구요. 얼굴도 정말 잘생겼어요.” 영화가 첼리스트의 이야기로 바뀐 이유다. 고인이 된 정승혜는 단편영화를 권했고, 출판사도 주선해주는 등 구혜선에게 여러 타이틀을 얹어준 멘토다.

 감독 도전이 쉽지는 않았다. “영화계도 일반적으로 배우들을 빼고는 스태프 등이 모두 남자에요. 솔직히 여성성을 포기하고 들어갔어요. 그래서인지 저를 여자로 인식 못하더라고요. 여자라는 약한 존재를 버리고 동등한 존재가 됐지요.”

 구혜선은 다재다능이다. “운이 좋았는지 어렸을 때 옆집에 사는 분들 중에 숨은 예술인들이 많았어요. 피아노를 전공하다 이사 온 언니, 무용가, 뮤지컬배우 등 옆집에 놀러다니면서 그런 환경적인 영향을 자연스럽게 받았지 않았나 해요.”

 뜻 밖에도 구혜선은 컴퓨터와 친하지 않다. 개인 홈페이지에서 ‘사진 올리기’, ‘워드패드’만 사용할 뿐이다. “영화 찍으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감독님 왜 그렇게 무식해요”였다. “좋아하는 것은 정말 집중해서 하지만 다른 일은 아무것도 몰라요”라고 웃어넘긴다.

 팔방미인 구혜선의 에너지 공급원은 가족이다. “마음고생을 많이 하세요. 평범한 가정에서 살길바라셨는데 유난스럽게 튀는 직업을 선택해서 평생 가슴에 한을 남길 수도 있고요”라며 부모생각부터 한다.

 “어렸을 때는 한 번도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커서 보니 아버지가 평범한 회사원의 월급으로 많은 것을 해주셨다는 것을 알았어요. 언니 대학교 졸업식 때 아버지가 차를 멀리 대놓고 걸어오셨어요. 오래된 저가 자동차를 10년 넘게 모셨는데, 그걸 보고 괜찮은 차를 사드렸어요. 또 대부분 수입을 부모님 노후 자금으로 드리고 있고요. 저는 지금 거지에요.” 잘 자란 숙녀, 잘 키운 딸이다.

 영화감독 다음 카드는 무엇일까. “계속 이렇게 새로운 일에 도전하며 사는 거죠. 지금도 버겁지만요. 친구들은 또라이라고 하지만 즐거워요. 하하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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