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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치마' 조휴일, 나? 이런 가수야…반말 인터뷰

등록 2011.07.18 08:00:00수정 2016.12.27 22:2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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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진형 인턴기자 = 싱어송라이터 조휴일의 1인 밴드인 '검정치마'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씨크라우드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기 전 자신의 노래를 선보이고 있다.  marrymero@newsis.com

【서울=뉴시스】강진형 인턴기자 = 싱어송라이터 조휴일의 1인 밴드인 '검정치마'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씨크라우드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기 전 자신의 노래를 선보이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안녕, 난 검정치마야. 이름이 특별하다고? 하하. 본명은 조휴일. 직접 작사·작곡을 하며 1인 밴드를 꾸리고 있지. 최근 2집 '돈트 유 워리 베이비: 아임 온리 스위밍(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을 내놨어.

 어렸을 때 미국으로 이민 갔어. 검정치마는 2004년 뉴욕에서 결성한 3인조 아마추어 펑크 록밴드 이름이야. 하지만 멤버들이 각자의 길을 걷기로 해서 2006년 1인 프로젝트 밴드로 변신했지.

 국내 인디 밴드 '노 브레인'의 걸작 '청년폭도맹진가'를 들은 뒤 홍대앞을 동경하게 됐지. 마침내 2007년 한국에 들어와 '쌈지 사운드페스티벌'의 '숨은 고수'에 지원했으나 막판에 탈락, 곧바로 미국으로 돌아갔어.

 난 그러나 좌절하지 않았어. 집 지하실에서 검정치마 1집 녹음작업을 했지. 2008년 11월 '201'이라는 명찰을 단 이 앨범을 한국에서 발표했어. 반응은 생각보다 급작스러웠고 좋았어.

 '뉴욕의 인디 록'을 듣는 것 같다는 팬들이 많았어. 인디 앨범으로는 드물게 2만장이나 팔렸지. 지난해 제7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5개부문 후보로 올라 최우수 모던록 음반상을 받았어. 영광이었지.

 이번 앨범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 같아 참 설레. 하하하.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

 지난해 앨범으로 '서구적인 한국 인디팝' 창시자라는 평가를 받았어. 사실 내가 듣는 음악 중 한국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아. 하지만 한국 음악에 대한 자양분은 가지고 있지. 김민기의 '새벽길' 등 1960~70년대 금지곡을 어렸을 때 들은 기억이 있어. 부모님이 자주 들으셨거든. 그 때는 경쾌한 통기타 음악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구슬픈 노래더라. 그래도 한국음악을 부러 찾은 적은 없어. 내 음악적 이력을 거슬러올라가도 제일 오래된 한국 뮤지션은 '서태지와 아이들'인걸.

【서울=뉴시스】강진형 인턴기자 = 싱어송라이터 조휴일의 1인 밴드인 '검정치마'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씨크라우드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기 전 인사말을 하고 있다.  marrymero@newsis.com

【서울=뉴시스】강진형 인턴기자 = 싱어송라이터 조휴일의 1인 밴드인 '검정치마'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씨크라우드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기 전 인사말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번 앨범 수록곡들 사운드가 빈티지하다고? 그래, 잘 들었네. 전적으로 의도한 거야. 무조건 깔끔하고 대중 친화적인 사운드를 좇기보다는 깨끗하지는 않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음역대를 가고 싶었어. 대표적으로 '인터내셔널 러브 송'은 오래된 교회를 스튜디오로 바꾼 곳에서 녹음했어. 마이크도 1920년대 것을 사용했고 피아노도 오래됐지. 아주 특별한 작업이었어. 그 외 나머지 곡들은 1집처럼 미국의 집 지하실에서 레코딩했지.

 소포모 징크스? 부담 없어. 주변 사람들이 더 부담을 갖더라. 난 괜찮은데. 대중에게 어필하는 음악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싶어. 아티스트로서 자존심을 부리는 건 아냐. 당장 결과가 표면적으로 나타나지는 않더라도 지금 내가 충실하고 싶은 음악을 내놓고 싶어. 언제가 좋은 평가를 받을 날이 오지 않겠냐는 마음으로 말이야. 크크크.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기보다는 내 있는 그대로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었단 말이지. 내 만족을 우선시한 것 같아. 이번 앨범이 모험인데 3집은 그렇지 않을 거야. 이미 좋은 구상을 다 해놨어. 기대해달라고!

 1집과 2집의 차이? 음…. 1집은 2008년에 나왔지만 음악을 시작한 고등학교 이후의 작업물이 집적된 거야. 그래서 2008년 당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랑 거리가 있었지.

 2집은 록&롤의 피가 끊는 예전의 내가 아니기 때문에 어쿠스틱하고 담백한 사운드가 주를 이루지. 특히, 스토리텔링이 중심이 된 앨범이야. 나를 치유하는 노랫말이 많지. 비슷한 곡이 다수 있는 등 코드 진행이 단순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방점을 찍었다는 것이지. 1집의 노랫말이 멜로디를 싣는 도구였다면 2집에서는 멜로디가 부수적이고 노랫말이 중심이야. 인트로가 있는 곡도 거의 없지.  

 '돈트 유 워리 베이비', 앨범 타이틀은 단순하게 말하자면 '걱정하지 말아라'야. 부가적으로 붙는 '아임 온리 스위밍'은 항해를 뜻하고. 나는 검정치마라는 배의 유일한 선원이자 유일한 캡틴이거든. 내가 그간 음악 활동을 하고 생을 살아오면서 느낀 것들을 적은 일종의 항해일지. 어떻게 보면 이번 앨범 수록곡들은 절박한 상황에서 만든 것들이야. 기존의 소속사에서 나온 뒤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순간에 나온 곡들이지.

【서울=뉴시스】강진형 인턴기자 = 싱어송라이터 조휴일의 1인 밴드인 '검정치마'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씨크라우드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기 전 인사말을 하고 있다.  marrymero@newsis.com

【서울=뉴시스】강진형 인턴기자 = 싱어송라이터 조휴일의 1인 밴드인 '검정치마'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씨크라우드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기 전 인사말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1집을 좋아한 팬들이 2집을 좋아하지 않을까봐 걱정된다고? 난 괜찮아. 내가 하고 싶은 음악에 호응하는 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 3집 때도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건데?! 껄껄껄. 대신 두세 발자국 앞서가기보다는 팬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반발자국씩만 성장해나가고 싶어. 

 아, 맞다. 2집은 1집보다 더 어른이 된 심정으로 만든 앨범 같아. 1집은 치기가 어려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 '강아지' 같은 곡도 그렇고 애 같았지. 하지만 2집은 좀 더 성숙해졌어. 예전에는 전화를 잘 받지 않았는데 이제는 받으려고 하지. 어른은 전화를 받아야 해. 상대방을 생각해야 하거든. 그래서 약속 시간도 이제는 잘 지키려고. 난 항상 약속 시간에 늦거든. 어느 공연은 세시간반씩이나 지각한 적도 있어. 이제는 사람들을 기다리게 만들지 않을 거야. 

 함께 연주하는 밴드를 만드는 방식이 특이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공고를 낸 뒤 선착순으로 모집하거든. 그런 부분이 풋풋하게 각인돼 버리더라. 앞으로 자신만의 팀을 만들 생각은 없냐고? 그러지 않을 것 같은데. 3집에도 연주력을 필요로 하는 곡들은 별로 없을 것 같거든. 8월 펜타포트록페스티벌 연주팀도 선착순으로 모집할 거야. 예전에 함께 연주했던 야광토끼(임유진)랑 다시 뭉칠 생각은 없냐고? 내 오랜 친구지. 하지만 지금은 음악적인 교류가 없어.

 따로 음악적 영감을 얻는 부분? 그런 거 없어. 난 책을 많이 읽거나 공연을 많이 보러 다니지 않거든. 내 안에 있는 것, 즉 내가 알고 있는 것만 노래하고 이야기하지. 단, 내가 알고 있는 부분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진실하지. 이것이 영감이라면 영감이라고 할까.

 이번 앨범이 내 본 모습일 수 있을 것 같아. 그래서 당당히 공개하는 거고. 이번 앨범을 내놓기 전까지 수많은 모험을 겪었고 그 만큼 성장했거든. 큰 반응을 기대하지는 않아. 다만, 아티스트로서의 줏대가 서 있다는 것은 확인하고 싶어. 진짜 내가 얼마만큼 컸는지 보고 싶거든. 하하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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