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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수탈' 옛 서이면사무소 道 문화재자료 해제 요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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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5-08-14 16:59:37  |  수정 2016-12-28 15:2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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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안양=뉴시스】정재석 이승호 기자 =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경기도 문화재자료 100호인 안양의 옛 서이면사무소에 대한 문화재 지정 해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제 잔재인 데다가 방문객도 거의 없고 문화재 주변 건물 고도제한으로 상권이 침체하고 있다며 안양1동 중심상업지역(안양1번가) 상가번영회를 주축으로 해제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민원을 이유로 지정된 문화재가 해제된 적이 없어 어떤 식으로 결론 날지 주목된다.

 ◇일제 35년 동안 행정업무 수행 

 안양의 대표 상업지역인 안양1번가 한가운데에 있는 옛 서이면사무소는 2001년 1월 경기도 문화재자료 100호로 지정됐다.

 문화재자료는 국가나 도 지정 문화재로는 가치가 미치지 못하지만, 도지사가 향토문화의 보존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55명의 전문가로 꾸려진 도 문화재위원회가 지정 여부를 정한다.

 현재 도내에는 도 문화재자료 168건이 있으며, 도 지정 문화재까지 합하면 660건에 달한다.  

 옛 서이면사무소는 1914년 4월 과천군 상서면(지금의 동안구지역)과 하서면(만안구지역)이 통합하면서 지금의 호계2동 호계도서관 앞에 있었다.

 그러다 1917년 7월 안양의 중심이 안양역세권으로 이동하면서 지금의 안양1번가 자리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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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1941년 10월 서이면이 안양면으로 개칭될 때까지 서이면사무소로 사용됐고, 1949년 8월까지 안양면사무소로 쓰였다. 안양면이 안양읍으로 승격돼 새 청사가 지어질 때까지 35년 동안 서이면·안양면사무소로 행정업무를 수행했다.

 옛 서이면사무소는 이후 일반에 매각돼 병원으로 사용되다가 1983년 다시 매각돼 문화재자료로 복원될 때까지 20여 년 동안 음식점으로 쓰였다.       

 ◇일제 잔재도 문화재

 옛 서이면사무소는 지역에 남은 유일한 고건물로서의 가치가 있다며 당시 신중대 전 안양시장이 적극적으로 나서 도 문화재자료로 등록됐다.  

 신 전 시장은 사업비 29억2700만원을 들여 용지를 매입하고 복원작업을 해 2003년 12월 일반에 공개했다.

 애초 옛 서이면사무소는 1058㎡(320평) 용지에 있었지만, 복원 과정에서 453㎡로 규모가 3분의 1 정도 줄었다. '┘'자 모양의 건물과 관리동으로 돼 있다.

 하지만 옛 서이면사무소는 친일 잔재 복원이라는 논란이 개관 당시부터 불거졌다. 상량문과 상량식 일정이 공개되면서 친일 잔재에 혈세를 들인다는 논란이 확산했다.

 당시 발견된 옛 서이면사무소 상량문에는 '조선국을 합하여 병풍을삼았다. 새로 관청을 서이면에 지음에 마침 천장절(일본 왕의 생일)을 만나 들보를 올린다'고 경술국치를 정당화하고 찬양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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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량식도 일본 천황 생일에 치렀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에 불을 붙였다.

 또 신 전 시장의 할아버지가 옛 서이면사무소에서 서기(書記)로 근무했던 사실도 드러나 신 전 안양시장이 복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배경에 의혹이 증폭됐다.

 초대 면장이었던 조한구 주임은 조선총독부로부터 두 차례 훈장을 받은 사실도 나왔다.

 그런데도 당시 신 전 시장은 일제 수탈 사료관으로의 가치도 있다며 복원과 함께 도 문화재자료 지정을 추진했다.

 ◇일제 잔재 청산 요구 확산

 옛 서이면사무소의 친일 시설 논란은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제라도 친일 잔재를 청산하자는 요구가 안양1번가 상가번영회를 주축으로 터져 나왔다.  

 안양1번가 발전연구회 박원용 총무는 "일제 때 면사무소는 창씨개명, 일본군 강제 징집, 위안부 강제 모집 등에 앞장섰다"며 "이런 곳이 버젓이 시내 한복판에 있다는 것 자체가 시민 자존심을 뭉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양1번가 상가번영회는 안양1동 주민센터는 물론 안양시와도 연계해 옛 서이면사무소의 도 문화재자료 지정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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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양1번가 곳곳에 '일제 때 국민 수탈의 장소인 옛 서이면사무소가 안양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붙였으며, 지난달부터 도 문화재자료 지정 해제 서명전을 벌여 지금까지 2002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들은 이 서명지를 첨부한 도 문화재자료 지정 해제 진정서를 21일 도에 낼 예정이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나서는 데는 친일 시설 논란도 있지만, 옛 서이면사무소가 문화재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고 또 문화재 주변 건축행위 제한에 따른 재산권과 상권 침해를 받는다는 점도 한 몫하고 있다.     

 도 지정 문화재 주변 300m 안은 최대 10층까지만 건축물을 지을 수 있게 돼 있어 주변 건물주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서이면사무소 옆에 있는 한 식당주는 지난해 식당 대신 관광호텔을 짓겠다며 문화재현상변경허가 신청을 했다가 이 규정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현재 옛 서이면사무소는 오전 9시~오후 6시 문을 열고 시청 소속 공익근무요원 1명이 관리하고 있다. 매번 보수 공사로 도비가 투입되고 있지만, 이곳 방문객은 하루 평균 5~6명에 불과하다.

 일제 수탈 현장이라는 도 문화재자료 지정 성격과는 달리 안에는 알아볼 수 없는 일반 행정문서 150여 점만 단순히 전시돼 있고, 일장기 조차도 걸려 있지 않다. 주변은 모텔과 주점으로 둘러싸여 있다.

 시 관계자는 "문제점이 많다는 주민과 상인들의 의견에 공감한다"며 "도 문화재자료 지정을 해제해야 한다고 보지만, 권한이 도에 있어 계속해서 건의할 뿐"이라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도 기념물 문화재자료인 이곳의 지정 해제는 도 문화재위원회가 결정한다"며 "(해제를)검토는 하겠지만, 상인 주장과 달리 근대화 과정의 아픈 역사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고 보고 있고 또 민원을 이유로 문화재 지정을 해제한 사례는 지금껏 없어 해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jayoo2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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