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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바보야! 총선 참패 원인은 경제야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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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6-04-26 07:00:00  |  수정 2016-12-28 16: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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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염영남 정치부국장 = 엊그제 지하철에서 70대 정도로 보이는 할머니 두 분이 나눈 총선 이야기가 귓전을 맴돈다. 한 할머니가 “박근혜가 자기와 친한 사람으로만 후보를 정해서 진 거라니까”라고 하자 옆의 할머니는 “박근혜가 김무성이 하고 싸우기만 해서 그런 거 아냐?”라고 반문했다. 두 할머니의 지하철 논쟁에 대한 세부적 방향은 다소 온도차가 있었지만 여당 참패는 오롯이 공천을 잘못한 박 대통령의 불통, 독선, 오만 때문이라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했다.    

 일반 국민의 시선이 이 정도니 정치권이나 언론은 말할 것도 없다. 눈만 뜨면 박 대통령의 일방통행 식 통치 스타일이 화(禍)를 불렀다고 앞다퉈 공격 중이다. 더구나 오늘 대통령과 언론사 편집국장단과의 오찬이 예정된 터라 독단적인 국정 스타일의 변화를 주문하는 기사가 폭주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박 대통령을 향한 융단 폭격에 친박들이 나서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을 법 하다. 그것도 청와대까지 들리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말이다. 그런데 지금 친박계 보스들은 모든 비난이 박 대통령의 불통 정치로 향하고 있는데도 이불 속에서 꼼짝도 않고 있다. 도의적으로 비열하고, 정치적으로는 비겁하다. 그러다보니 박 대통령은 혼자 동네북 신세다.

 세간의 평가대로 여당의 총선 패배는 박 대통령의 독단적인 공천 과정에 원인이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대형 폭탄을 터트린 뇌관이긴 하다. 하지만 반론 없는 일방의 주장은 독단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면서 잠깐 몇 달 전으로 가보자.  

 지난해 10월28일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에게 15대 2로 승리했다. 같은 해 4월29일 4곳의 재보선에서도 새정치연합은 전패했다. 지난해 7월30일 재보선에선 새누리당이 11대 4의 대승을 거뒀다. 야당은 지리멸렬했고, 여당은 박 대통령의 승리라고 환호했다.

 그때라고 박 대통령이 야당과 협치를 하고 소통 중심의 정치에 무게를 두었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박 대통령 특유의 의전(儀典)형 통치 스타일에는 큰 변화가 없다. 더구나 공천을 둘러싼 친박-비박 간 자잘한 신경전도 매번 계속됐던 터다. 역설적으로 보면 이는 곧 이번 총선 참패의 진짜 원인이 다른 데 있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대다수 국민은 누가 공천을 받느냐에 그다지 큰 관심이 없는 편이다. 공천을 놓고 친박-비박, 친노-비노가 싸우든 말든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하기도 한다. 먹고 살기에, 취업 준비에, 노후 대비에 바쁘기 때문에 이들의 정치 놀음에 휘둘릴 여유가 없는 것이다.

 국민의 관심은 역시 살림살이다.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으면 집권당 반대 쪽에 표를 던질 것이고 반대면 여당을 지지한다. 물론 지난 세 번의 재보선에서 여당이 승리한 게 경기가 좋았기 때문이란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경기는 좀체 회복되지 않았고,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졌고, 청년 실업률은 높아만 갔다.

 조선과 철강, 해운, 석유 화학 등의 업종은 아직도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내수도 좋을 리 없다. 가계 부채는 1,200조원에 이르러 160만 가구가 빚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한다. 청년 실업률은 두자릿 수에 다가섰고, 중년들의 일자리도 빠르게 줄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가 이같은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 제대로 된 처방을 단 한가지라도 내놓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권은 자신의 임기 동안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그간 야당 탓만 하다가 정작 국가의 성장 동력 찾기에는 소홀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결국 경제적 어려움이 가속화하면서 여당에 대한 기대가 민심의 분노로 변해간 것이란 분석이 가능해진다.  

 발병에 대한 원인 진단이 정확해야 환자를 치유할 수 있다. 박 대통령에게 필요한 건 야권과의 협치와 민심과 소통, 이를 통한 국정쇄신에 있다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 최종 지향점은 보다 명확해야 한다.

 지하철 할머니에서부터 국내 유수의 언론까지 ‘유승민 파동’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잘못만 언급하고 있다간 자칫 국가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우리 모두가 박 대통령을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달을 보라 했더니 손가락만 본다는 ‘견지망월’(見指忘月)이란 말처럼 지금의 손가락은 박 대통령의 불통 정치고, 달은 우리 국가 경제의 발전이다. 총선의 민의도 거기에 있다.

 libert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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